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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평의 집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에 살기 시작해 10년이 지났다.

책이 처음 나온 것은 살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2000년이었다. 이번은 개정판이고 내용도 새롭게 다듬고 10~12장의 내용도 추가했다.

책이 나오고 나서 9년 사이에 집 주변에 생긴 것과 느낀 것을 적었다. 책을 써 나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났지만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무엇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했다. 9년 전 ‘맺음말’에는 이렇게 적었다.


이런 기분 좋은 집에 살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 이 집을 만들고 가족이 살아 보니 최근에야 겨우 ‘최소한의 주거’라고 하는 진정한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최소한’이라고 하면 극한의 좁음을 참아 가며 무리한 생활을 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마쓰자와 유키히로 씨가 ‘최대한 노력 주거’라고 하신 기분을 알 것 같다. 하지만 ‘최소한의 주거’라는 것은 실은 ‘적정한 주거의 크기’라는 의미다.

전후 주택 부족의 시기에 많은 건축가가 ‘최소한의 주거’를 제안해 왔다. 도시에 사는 핵가족에게 적정한 주거방식을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런 것이 전후 50년 이상 지난 현재까지도 별로 바뀔 기색이 없다. 고도성장과 함께 쪽방에서 막 탈출한 사고방식으로 집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적정한 주거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지구환경과 고령화 문제로 생활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하는 지금이야말로 1950년대 건축가들이 추구하던 ‘최소한의 주거’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는 때가 아닐까. 거기에는 현대에도 통용되는 주거의 원형들을 발견할 수 있다. 멋진 공간과 생활양식, 규격에 맞추지 않고 자신의 몸에 맞춘 생활, 물론 마쓰자와 마코토 씨의 주택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마쓰자와 씨가 없었다면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도 없다. ……(중략)……

땅 찾기는 생각지도 못한 위험이 있기도 했지만 부동산사무소의 여러분들이 열심히 찾아주신 덕분에 작은 집에 어울리는 좋은 환경의 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설계는 고이즈미 마코토 씨가 고민한 끝에 결과적으로는 정말 멋진 집이 되었다. 사토 시게노리 씨와 데라바야시 쇼우지 씨가 든든하게 도와주셨다. 이바타 건축의 요시노 타쓰시 씨에게는 이것저것 무리한 부탁을 드렸다. 실제로 현장에서 집을 만드는 것은 기술자들이다. 데크와 데스크 만들기를 도와준 나카마치 씨, 다나카 씨, 오무라사키 씨, 안자이 씨, 가토 씨, 하야시 군, 야마모토 군, 그리고 축조의 재현부터 집의 완성까지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주신 마쓰자와 마코토 씨의 부인 다카코 씨와 아들 유키히로 씨, 전람회에서 축조를 재현하는 추진력을 보여 준 오타케 마코토 씨, 스즈키 히로유키 씨, 스미토모 마사코 씨, 스즈키 노리요시 씨, 고지마 다카히코 씨, 고다이라 아야 씨.

그리고 나에게 “이 주량을 뽑아다 집을 지어 보면 어때요.”라고 말해 준, 게다가 “이 집 짓기를 책으로 만들어도 좋아요.”라며 이 책을 만들 기회를 주신 가시와기 히로시 씨.

책 내는 것을 흔쾌히 받아 주시고, 제 첫 책을 끈기 있게 서포트해 주신 코사이도 출판사의 가야시마 요코 씨, 예쁜 책으로 만들어 주신 디자이너 야마구치 노부히로 씨와 사이코우 아키 씨, 그리고 주량을 가져와 집을 만드는 것을 허락해 주신 나의 근무지 리빙디자인센터 OZONE의 상사와 동료들, 아직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마누라와 부모님, 마지막으로 이렇게 멋대로 집 짓기를 시작한 나를 따라 준 두 딸 스미레와 아오이. ……(중략)……

나도 이제부터 더욱, 작은 집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배워 시작해 보자고 생각했다.


정말로 이 집에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실제로 새로운 일들이 일어났다. 매년 줄지어 오픈 하우스 때 찾아와 주신 분들과 새로운 인연이 되었고 전람회나 음악회, 게임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리고 9평 하우스 프로젝트로 오카자키 야스유키 씨와 함께 많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를 참가시켜 인터넷으로 집을 팔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 왔다.

이 프로젝트에서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는 몇 번이고 와서 봐도 좋은 견학의 장소로 사용되었다. 전국 각지에 ‘9평 하우스’가 생겨 그곳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교류도 시작되었다. 학생들의 견학도 많았다.

나 자신의 큰 변화로는 회사를 관두게 되었다. 집을 만든 것과 회사를 그만둔 것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서로 관계되어 있기는 하다. 이 집의 주인인 스미레와 아오이는 지금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 집에서 큰 문제 없이 자라 준 것이 부모로선 가장 큰 기쁨이다.

개정판을 내며 신세를 진 코사이도 출판사의 에바토 유코 씨.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다시 꺼내 10년 전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을 만들고부터 10년, 사회에도 자신에게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큰 변화가 있겠지요.

앞으로 이 집에 얼마나 더 살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집을 짓고, 이 집에 살며, 이 집으로부터 배운 것들을 소중히 여겨 더 나아가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집을 만드는 것’과 ‘집에 사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자신과 집과 사회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2010년 3월 

하기와라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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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dandy 2012-12-17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재 내내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키키 2013-01-25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잘 읽었습니다 ^^ 표지 타이포도 9평 하우스처럼 딱 맞아떨어져 멋있네요. 땅콩집 이전에 이미 이런 시도가 있었다니 흥미롭네요. 책에 소개된 boo-hoo-woo.com도 재밌게 들락거리고 있습니다ㅎㅎ 책도 재미있게 볼게요 감사합니다.

baadaa 2014-07-07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5원칙에 입각하여 저도 아홉평 내집을 계획해볼까합니다.^^
 

미타니 코우키 씨가 감독한 「모두의 집」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과 그 부인이 설계는 아는 건축가에게, 시공은 장인의 목수에게 부탁하는데, 둘 사이의 의견 차이로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그린 집 짓기 영화다.

집 짓기는 관여한 여러 사람의 드라마가 있다. 그래서 집 짓기마다 모두 영화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비일상적인 일이다.

인생의 한 고비라고 할 만한 일이라 그 스트레스로 몸을 망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완성된 집에 사는 것은 일상적인 것으로 의외로 평범한 매일을 보내게 된다. 견학 온 사람은 언제나 비일상적인 일이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들이 돌아간 후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에는 정적만 흐른다. 가족 넷이서 딱히 뭐랄 것도 없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넷이 언제나 모여 있는 것은 아니고 혼자나 셋이서 지내는 시간도 있어 조합이 다른 맛도 있다.

시간과 날씨, 계절에 따라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의 상황이 변하지만 일상 속에서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느낌이다.

영화 「모두의 집」의 모두가 가족과 집 짓기에 관여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모두가 만드는 집’은 가족뿐 아니라 그 집에 오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 ‘모두’라고 생각한다. 땅, 집, 환경을 모두 생각해 보면 개인과 가족만의 독점적인 감각은 점점 변해 간다. 집의 관리인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사용하는 집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는 기둥전의 연장선이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이 공간을 체험하면 좋겠다. 견학회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즐겨 주면 좋겠다. 그렇게 마치 자기 집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것대로 좋지 않을까.

한 번만 온 사람도 여러 번 방문한 사람도 있다. 어딘가에서 만나 명함을 교환하면 “저, 혹시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의 하기와라 씨 되십니까. 댁에 간 적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벌써 ‘모두가 만드는 집’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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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8평의 땅에 세운 9평의 집. 28평 빼기 9평은 19평. 설계시공의 시간이 없었던 탓이기도 하고 정원을 어찌할 지는 미뤄 두기도 했다.

물론 땅 중에 어디에 집을 세울지 고이즈미 씨가 신중하게 결정했다.

부지는 동서 약 7.5미터이니까 동서 7.5-5.4=2.1미터 / 남북 12.3-5.4=6.9미터의 여유가 있다.

남과 북에 4미터 폭의 도로가 있다. 도로를 지나 남쪽으로 넓은 생산녹지가 있고 북쪽은 주택이, 서쪽으로는 아파트가 있다.

“오픈된 집이니 도로와 좀 떨어진 편이 좋겠지요.”라며 고이즈미 씨는 가능한 한 북쪽으로 붙여 남쪽에 정원을 늘릴 생각이었다.

게다가 “도로에 접해 현관이 있으면 도로에서 안이 들여다보이고, 정원에 들어와 집까지 오는 거리가 있는 편이 좋아요.”라고 설명했다. 남측에는 커다란 창에 맞게 3.6×2미터 크기의 데크를 붙였다.

택지 주위에 담을 만드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해 보고 관두었다. 작은 땅에 작은 집이다. 이 이상 좁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심겨져 있지 않은 땅에는 언제부터인가 잡초가 자라기 시작했다. 나는 식물에 그다지 흥미가 없고 가사는 대부분 마누라 몫이니 정원은 당연히 마누라 담당이다. 토끼풀과 민들레를 심어 볼까. 꽃이 좋을까. 야채를 키워 먹을까 고민한다.

기회는 1년 정도 후에 찾아왔다. 식물을 잘 아는 대학 후배 고이케 마사히사가 벽면 녹화에 협력했다. 집의 벽면에서 약간 떨어뜨려 와이어를 치고 잘 달라붙는 성격의 식물을 심는다. 식물은 점점 더 자라더니 지금은 건물 전체가 숲이 되었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식물을 심었다. 부쩍 자라더니 이제 정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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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살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유심히 생각해 본다.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라는 이름은 스미레와 아오이가 자라는 집이라는 의미로 붙였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이었던 스미레와 아오이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었다.

10년 후 지금의 상태를 처음부터 상상해서 집을 지은 듯도, 전혀 상상하지 않고 지은 듯도 하다. 이런 변화는 큰 것 같지만 조금씩 일어나다 어느새 이렇게 되었다고도 느낀다. 동네 아이가 어느새 커 버려서 놀란 적이 있듯, 남이 보면 이 집의 생활도 크게 변화한 것이 아닐까.

“우선, 10년 정도 쾌적하게 살았던 것을 생각해 보죠.” 라고 고이즈미 씨가 말했다.

그 말대로 그다지 문제없이 쾌적하게 지낸 10년이었다.

어떻게 변했는지, 조금씩 떠올려 보고 싶다.

내가 처음 『아홉 평 나의 집』이라는 이 책을 낸 것은 집을 만들고 1년 뒤였다. 그때 이 집과 책을 만들 계기를 주신 분은 디자인평론가 가시와기 히로시 씨로 「실험 주택에 있어서의 실험 생활의 시도」라는 글을 보내 주었다. 이 글의 끝은 이런 내용이다.

“이 집의 복원은 물리적인 공간의 복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에 ‘최소한’ 필요한 것만을 들여 사는 것, 실제 생활이 행해지는 것입니다. 즉 50년대 디자인된 실제 주택을 복원하고 거기서 다시 실행해 보는 것으로, 이 역시 실험적인 시도가 되는 것이죠. ……(중략)…… 이 공간에서의 생활은 질문의 연속일 겁니다. 우리들은 그런 질문들에 스스로 공부하고 답변하면서 생활하는 것을 거의 잊어 버리고 살아왔지요. 새로 나타난 것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방대한 것들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만,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성장할 때에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나올 것이다. 그런 문제도 우리들은 진지하게 묻지 않고 생활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험적인 주거지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인간과 물건과의 관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매번 스스로 물어 가면서 생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하기와라 씨가 지금부터 이 집에서 어떤 식으로 생활하고, 이런저런 문제에 대응해 나갈지 남의 일이지만 정말 흥미롭습니다. 실험 주택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겠지요.”

이 10년 동안 나는 어떤 실험을 해 왔던 것일까. 살아오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해 온 것인지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 어쨌든 이렇게 살아온 것은 이 집과 우리 가족과 주변 사람들 덕분이겠지.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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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택잡지, 건축잡지, 디자인지는 물론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신문까지 다양한 미디어의 기자가 50명 가까이 모였다. ‘9평 하우스’의 판매 개시를 알리는 자리다.

마쓰자와 주택이 탄생한 1952년부터 반세기가 지났다. ‘누구라도 어디에든 지을 수 있는 집’이라는 모토로 시작된 마쓰자와 주택이다. 드디어 누구라도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설계한 양질의 주택을 이전보다 부담 없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9평 하우스’는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마쓰자와 주택을 기본으로 현대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재해석한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그래서 마쓰자와 주택의 5원칙이라는 것을 정리했다. 이것은 마쓰자와 건축설계사무소의 마쓰자와 유키히로 씨의 조언을 얻었다.

5원칙은 이렇다.


1. 평면은 정방형 (3×3칸) - 실용성과 미학

2. 바닥부터 천장까지 3평의 바람이 통하는 수직 공간을 둘 것

- 공간의 연속성

3. 외형은 약 4.5미터의 박공지붕 - 단순성, 합리성

4. 둥근기둥을 사용할 것 - 구축성, 부드러움

5. 정면에 출입구에 3.6×3.9미터의 큰 창을 설치할 것

- 비율, 내외의 일체화


이 5원칙은 ‘최소한의 주거’의 매력을 더하고 현대생활에 적합한 주택을 설계하기 위한 것이고 그 후에 적절히 기능하게 만들어 준다.

5원칙이라고 하면 르코르뷔지에의 근대건축 5원칙이 유명하다.

1. 필로티(지주) 2. 옥상정원 3. 자유로운 평면 4. 자유로운 입면 5. 연속창이다. 그때까지의 낡은 건축양식에 대한 안티테제라고들 한다.

마쓰자와 마코토 씨의 5원칙도 있다.

1. 시대성 2. 조화 3. 합목적성 4. 기능성 5. 경제성으로 건축설계시 지침으로 삼고 있었던 것으로 안토닌 레이먼드의 5원칙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한다.

‘9평 하우스’의 5원칙과 마쓰자와 마코토 씨의 5원칙을 의식해 만드는 것으로 하면 목표로 하는 주택의 방향성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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