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침을 맞았다. 마치 별장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문을 열자 생산녹지(농업이나 목축이 허용되는 녹지. ―옮긴이)가 펼쳐졌다. 생산녹지의 맞은편에는 조그만 신사와 잡목림이 보였다. 새소리도 들렸다. 정원의 배경으로 괜찮다. 언제까지 이 환경이 이어질 수 있을까. 누군가의 땅이니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건물을 올리는 날도 오겠지.
경치 중에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전신주였다. 신사 옆에 고압선이 지나간다. 일본의 거리에서 전신주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아무리 아름다운 건물이라도 사진에 전신주와 전선이 찍히면 지저분해 보인다.
그날 아침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에서의 첫 출근을 했다. 미타카까지 버스로 나가 전철로 신주쿠까지 가는 길이다. 아이들과 미타카까지 같이 갔다. 아이들은 미타카의 다음 역인 기치조지에서 환승하는 코스다. 마누라는 집에서 혼자 정리를 계속했다.
첫 주말에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인사를 돌았다.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긴장했다. 고이즈미 씨가 디자인해 준 조그만 다다미 주머니를 선물로 들고 10여 집을 돌았다. 근처의 할머니에게 “참 멋진 집이에요.”라고 칭찬받았고 “아, 집입니까? 가게인 줄 알았어요.”라는 사람도 있었다.
며칠 지나자 이런저런 사람들이 찾아왔다. 신문 보십시오, 좋은 말씀 전하러 온 종교인, 야쿠르트 아줌마, 좋은 물건 있습니다, 등 종류도 다양했다.
우리 집은 아직 우체통과 문패도 달지 않은 상태여서 집배원 아저씨에게 혼나기도 했다. 별 수 없이 마누라가 박스를 뜯어 우체통이랍시고 내놓았다. 집배원 아저씨는 우리 집에 와서 몇 번이고 전화를 했다. 우리 집에는 인터폰도 붙어 있지 않다.
요즘 집의 내외부를 연결하는 디자인은 굉장히 어렵다. 고이즈미 씨와도 여러 번 회의했지만 “일단 없는 대로 살아 볼게요.”가 결론이었다. 살아가면서 정말 필요한 것들을 검증하고 싶다. 작은 집이니 용건이 있는 사람은 밖에서 소리라도 지르면 뭐 어떻게든 될 일이다. 집배원이나 택배배달원은 만날 오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뭐. 인터폰, 명찰, 우체통이 꼭 필요한 물건일까.
편지, 전화, 팩스, 이메일 등의 통신수단과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책, 인터넷 등 정보 수집수단을 어느 정도나 사용할 것이고 집에 들여 놓을까 하는 문제도 있다. 응당 그래야 하는 듯 정보기술의 극적인 변화에 따라 살고 있는 요즘, 없이 살기는 힘들겠지.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에는 텔레비전이 없지만 컴퓨터는 있으니 늦었지만 나도 인터넷을 좀 써 보기로 했다. 스미레는 학교 친구와 이메일을 매일같이 주고받고 있었다. 매일 텔레비전을 보며 자란 세대인 나와 매일 컴퓨터를 사용하며 자란 스미레 사이의 세대차이는 어떤 감각일까.
이사하고 한동안은 근처의 중학생 여자아이가 “이 길 지나가도 괜찮나요?”라고 묻고는 집 옆으로 지나다녔다. 예전에 주차장이었던 곳이니 지나다니던 습관이 남아 있었겠지.
땅은 모두의 것이다. 공유재산으로 함께 쓰는 것이 좋다. 내가 산 땅이니 막아 놓고 혼자만 누린다면 자기만족에 그친다. 나쁜 땅을 산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집을 세우고 남은 땅은 한동안은 아무것도 안하고 두기로 했다. 땅밖에 없는 정원이라니 오히려 제대로 된 사치일지도 모른다.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가 이 마을에 녹아들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 천천히 마을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