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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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던 난이 다 죽었다. 평소 관리를 못했던 탓도 있지만 내 몸이 정상이 아니었던 상황이라 그랬는지 겨우내 비실비실 거리더니 이내 말라 죽었다. 살아날까 싶어 죽은 난을 치우지도 않고 있자니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의 이기로 가두어 키운다는 것이 새삼 꽤나 잔인한 일이라는 생각에 미친다. 겨우 이산화탄소 한 컵과 물 몇방울, 약간의  햇빛만 있어도 사는데 소생가능성 없는 난을 보며  괜한 미안함이 든다.  

 

건강때문에라도 부지런히 산을 오르는 요즘에야 나는 새삼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를 배우고 있다. 돌틈사이로 삐집고 나오는 질긴 생명의 식물들이 날마다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겨주고 있고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식물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느끼곤 한다. 침팬지들의 대모라 불리는 제인 구달이 동물의 세계가 아닌 식물의 세계에 대한 책을 낸 것도 그런 생명의 경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한다. 80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세계곳곳을 누비며 지구의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동력은 생명과 희망이라는 두 쌍의 수레바퀴이다. 제인 구달의 뿌리와 새싹운동은 모든 생명체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기 위한 희망이 모토이기  때문이다. 

 

<희망의 씨앗>이 들려주는 지구 식물이야기는 식물이 우리뿐만 아니라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물들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식물 세계에 눈을 뜨게 된 시점- 2차 세계 대전 중에 외할머니집이었던 버치스가 정원에서 만났던 수많은 나무와 꽃들은 이 책을 쓰게 한 동기나 다름없다고 한다.

 

   

식물들이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을 할 줄 안다? 라고 말한다면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실제로 나무들도 의사소통을 한다. 숲에 해로운 해충이 나타나면 서로에게 경보를 보내 나뭇잎을 맛없게 한다.  이러한 주장을 1980년대 로스가 했을 때만해도 과학자들의 비웃음을 받았지만 과학잡지 사이언스지에 과학자들이 속속들이 나무들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의 논문이 발표가 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식물들도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들이 증명되고 있다. 제인 구달은 침팬지들의 소통능력을 통해 이미 물들 역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서로 각자의 지평에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한다는 것은 시체꽃이나 은 고기냄새를 풍겨 곤충을 유혹하는  썩은 고기난초(볼보필룸 에키놀라비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네팔을 지나다가 우연히 나무결혼식을 보게 된 저자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네팔에는 나무를 같이 심으면 마을에 행운이 온다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신랑(보리수)와 신부(벵갈고무나무) 는 결혼의상인 흰색과 노란색의 비단 리본으로 치장하고 흙으로 빝은 옹기 안에 서서 결혼식을 치룬다. 

 

이보다 더 감동적인 부분은 9.11 테러에서 살아남은 나무이야기였다. 잔해속에서 철거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시멘트 조각 사이에서 죽어가는 나무를 발견한 후 사람들이 이 나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타서 죽은 조직을 제거하고 뿌리를 다듬어 살렸지만 이듬해 엄청난 규모의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구하기 위해 다시 사람들이 뭉쳐 나무를 살린다. 나무의 이름은 '서바이버'.  제인 구달은 서바이버의 기적이 자연의 회복력과 중요성을 인간이 이해할 경우에 자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보여주는 산증거라 한다.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장은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둘러싼 부분이었다. 몇 년전 분유회사가 유전자 변형 식품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전국에 분유 반품사태가 일어났었다.  내 아이가 먹던 분유회사 였기에 나도 반품을 하면서 그 분유회사를 상대로 편지까지 썼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행동이 잘한건지 못한건지 판단이 안 선다. 그때 내가 너무 성급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도 없는데 괜히 설레발 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가끔 들때가 있다. 제인구달은 유전자 변형 식품이 지구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을 짚어주며 심도 깊은 설명을 해주고 있다. 게다가 저자는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하여 저항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GMO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맞서서 우리와 식물들이 함께 하는 보다 나은 미래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인 구달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만이 미래를 희망으로 만들 수 있는 씨앗이라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식물계가 인간에게 미치고 있는 막대한 영향과 더불어 식물계에 대한 우리의 의존성을 깨닫고 지구에 닥친 환경의 변화인 인구 증가와 생물들의 멸종에 대해서 , 각종 오염과 유전자 변형 식품의 증가에 대한 대비책을 식물계에서 찾아야 한다고 한다. 서바이서가 기적적으로 살아낸 것처럼 식물이 지닌 중요성과 식물의 놀라운 치유 능력뿐 아니라 삶의 중요한 동반자로서 존중하는 미래야말로 희망이라고, 

 

항상 강조하지만 우리들 각자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멸종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구조되어 또 다른 기회를 얻은 식물 종들, 멸종 위기 종들을 번식시키는 최선의 방법들에 대한 최첨단 연구를 수행하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식물 세계의 경이를 소개하는 식물원. 자신들의 정원에 야생동식물과 곤충들을 위한 안식처를 구축하며 자생 식물들을 키우는 사람들. 식물과 나무들, 초원과 숲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된 사람들의 수가 늘어난다는 사실. 이것이 희망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식물에게 지고 있는 막대한 빚을 인정하고 그들 세계의 아름다움과 신비, 복잡성을 기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너무 늦기 전에 우리는 이 세계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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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4 1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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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4 19: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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