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안창근 지음 / 청어람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금펜 영상문학상은 이 책으로 세번째 만나는 작품이다.  금상을 수상하였던 《석파란》과《파파라치》를 읽었을 때 굉장한 수준들의 작품이었기에 이번 《블랙》도 상당한 기대심을 갖고 있었다. 역시 우수상에 버금가는 작가의 범상치 않은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우선은 국내소설치고는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고 첩보원들이 벌이는 팽팽한 긴장감이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어 한편의 영화가 눈앞에서 바로 펼쳐지는 기분에 사로잡혀 읽은 듯하다.

 

 

9.11테러를 시작으로 전세계가 테러에 몸살을 앓기 시작하였다. 세계적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후 같은 해에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알카에다 조직들은 부산에서도 테러가 일어날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하였다. 여기까지가 실화이다. 이런 모티브를 가지고 소설은  2005년 당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정보요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한 결과물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한편 음지에서 일하고 있는 비밀요원들의 삶을 새롭게 재조명하고 있다. 국가정보요원이나 FBI, CIA요원은 익히 들어알고 있었던 비밀요원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CTA요원이다. CTA요원이 하는 일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애매하게 여겨지지만, 주로 비밀정보수집을 담당하는 업무로 보여진다. 사건은 CTA요원인 기환이 비밀정보원을 통해 앞으로 있을 APEC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세계정상들을 상대로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는데 정보원은 일부만 넘겨준 채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기환은 어쩔 수 없이 남겨진 반쪽짜리 정보만으로 테러조직을 추적해가는데 ,  테러조직 배후에 '써드 웨이브' 라는 조직명을 알게되고 CIA의 톰과 마틴은 세계적인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흑표'에게 '써드 웨이브'의 조직원을 의뢰하게 되면서 사건의 서막이 오른다.

 

써드 웨이브를 찾기위해 한국의 최사장을 찾은 흑표는 최사장이 의문의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고 석연치 않은 그의 죽음을 추적하던 중 또 다른 조직인 '루돌프'라는 마약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최사장이 '루돌프'와 손잡고 무기밀매와 마약에 손을 댄 사실을 안 흑표는 조직내에 배신자가 있음을 눈치채고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 흑표와 CIA의 톰과 마틴, 오마르는 아랍과 중국,북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한국에서는 기환과 김과장, 수진이 테러조직과의 치열한 두뇌게임을 벌인다.

 

테크노스릴러는 외국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르이지만, 협소하고 또 테러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장대한 스케일의 테크노스릴러는 가뭄에 콩나듯 볼 수 밖에 없다. 일찍이 헐리우드영화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의 눈높이에는 테크노스릴러의 벽은 높을 수 밖에 없지만,  의외로 테러라는 소재로 방대한 스케일을 전개하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는 무척이나 뛰어나보인다. 러시아와 아랍, 부산, 호주를 넘나들며 사건의 전개가 박진감 넘치고 스릴있다. 거기에 CIA,CTA, 국정원들이 가지고 있는 밥벌이의 지겨움을 토해내는 장면들을 보며 삶의 애환도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에는 정보와 작전에 중독되어 가며 평범한 삶을 포기해 가는 기환을 통해 정보원의 삶이 곧  현사회가 추구하는 ' Necessary Evil' (필요악) 의  희생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최근 충무로에 새로운 물결로 등장하는 첩보물에 편승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시나리오라 여겨진다. 간만에 볼만한 한국영화를 본 므흣함이 남는 소설이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