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미국의 역사 - 1차 세계대전부터 월스트리트 점령까지
전상봉 지음 / 시대의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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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악마의 세기였고 20세기가 물려준 세상은 말 그대로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의 세계다. 폐허의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빈곤층은 그 비참함에 질식하고 모든 것이 넘쳐나는 부유층은 욕망의 노예가 되어 호화로움에 숨이 막힌다." -《21세기 사전》자크 아탈리 -

 

20세기는 전세계적으로 불행한 세기이다.  미국이 주도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휩쓸려 전 세계가 불황과 전쟁에 시달려야 했고, 반세기 가까이 냉전의 세기였으며, 자본주의의 물결에 휩싸이며 탐욕에 물든 세기이다. 저자는 21세기는 이런 냉전과 탐욕이 끝난 순간 시작되었다고 한다.

 

1차세계대전전까지 '해가 지지 않던 나라' 영국의 파운드가, 1차세계대전 이후로 가치가 하락하고, 반대로 달러가 급상승하게 된다. 달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급부상하게 된 것은  달러가 금에 확고하게 연동되어 있었기 때문인데  전쟁중에 종이뭉치에 불과한 유럽의 각종 지폐다발은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었으며 이것은 결과론적으로는 금 대비 영국의 파운드의 가치가 심하게 요동치게 되는 사태를 낳았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파운드의 매력을 크게 떨어뜨리게 되면서 금과 연동되어 있던 달러는 세계금융시장에서 급부상하는 발판이 되었다. 유럽은 전쟁중에 종이다발인 유럽의 화폐대신 금을 미국에 넘겨주고 무기를 사게 되면서 미국의 경제는 세계최고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두번의 세계대전은 미국이 세계의 금 70%를 보유하는 나라를 만들어주었고 반대로 경쟁관계에 있던 영국은 파운드의 몰락으로 이어졌고 독일과 프랑스의 정치위기는 곧 경제위기로 이어졌다.결국 미국은 20세기 세계 제일의 패권국가가 되었다.

 

자본주의는 인간은 누구나 정신적 자극보다 물질적 보상을 바라고, 사회와 조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전제한다. 그것이 '인간적 자연'이고 따라서 불변의 도덕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와 현실 사회주의의 싸움은 도덕성의 싸움이 아니라 현실성의 싸움이었다. 자본주의가 살아남은 것은 그것이 더 도덕적이고 더 이상적이어서가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덜 도덕적이고 덜 이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김준호 《경제사》-

 

 미국의 흥망사는 곧 자본주의 흥망사다. 20세기의 패권주자인 미국을 위시한 자본주의는 현재 몰락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패권국가로 우뚝 서게 되면서 미국에 의해 쥐락펴락 당하는 우리나라는 특히나 미국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파란만장한 20세기를 보낸 한국은 더군다나 미국을 빼고서는 현대사를 말할 수 없는 지경아닌가. 이 책은 미국이 패권국가로 등극하면서부터 21세기의 미국의 향후 전망을 다룬다. 21세기 들어 9·11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이 중국이라는 새로운 강자가 부상하고 마침내는 2008년 9월 월가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도화선이 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까지 미국의 1세기를 살펴본다. 이 1세기를 나누어 패권이 교체되는데 30년, 팍스 브리태니카의 세기가 팍스 아메리카 세기로 바뀌는데 30년, 그리고 신자유주의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까지의 역사이다.

 

  저자는 '팍스 아메리카'를 대신하여 '팍스 시니카'의 세기가 되려면 무엇보다 경제위기를 타개할 대안 담론을 제시하고 성장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1930년대 대공황에는 케인스주의가 제시되어 자본주의의 나침반 역할을 했고, 미국은 조타수 역할을 했다.(P412) 1970년대 불황일 때에는 하이에크를 위시한 일군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이론을 정립하기도 했다.(P413) 그러나 지금은 경제위기를 타개할만한 어떤 대안 담론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경제위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장기 불황이라는 긴 터널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한다. 과거의 대공황시에는 전시경제체제를 통해 불황이라는 긴 터널을 벗어났지만, 현 경제위기는 딱히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더욱 암담하게 한다. 결국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 역사이자 우리의 경제역사의 재정립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경제 성장이라는 프레임속에서 사회생활을 했고 경제에 대한 바른 인식을 하지 못한 채 20세기의 한국을 견디었던 지금의 나에게  많은 위기의식을 전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위기의식과 더불어 향후 전망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흥미진진하게 풀어주고 있어 무척 유익한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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