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이석용 지음 / 청어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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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수면에 얼굴이 비칠 때, 물의 깊이로써 자신의 내면을 비춰내고,

그 심연(深淵)에서 자신과 마주선다.

- 가스통 바슐라르 [물과 꿈] 중에서 -

 

친구의 아들은 장애인이다. 인고의 세월을 옆에서 보아왔지만, 친구는 그 인고의 세월을 담아 더욱 아름다운 삶의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장애인 아들을 낳았을때, 잠시 연락을 끊었던 친구는 스스로 아픔을 이겨내고 고통의 작동 메커니즘으로 승화시켜 더욱 단단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해 있었다. 서울대를 나오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친구에게 장애인 아들이 준 삶의 의미는 하나님이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 친구의 아들과 내 딸은 같은 반이다. 뇌성마비라 말이 어눌하고 웃음소리도 기괴하지만, 눈망울이 맑아 순수해 보였던 아이였다. 그 친구와는 음악학원도 같이 다닌다. 그 음악학원에서 부모들을 초대하여 음악콘서트가 열렸는데 친구의 아들도 무대에 서게 되었다. 다리도 불편하여 잘 걷지도 못하는 아이, 발음도 정확하지 않아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아이가 무대에 서서 들려주는 목소리는 성대를 울려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으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그 아이의 노래가 끝났을 때 모두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아이가 말하는 소리, 내면의 울림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장애인이라는 굴레와 싸우고 있는 소리없는 외침으로 느껴지고 있다.

 

이 책 파파라치는 그런 소리 없는 외침을 느끼게 한다.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길도가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에서 나는 그 맑은 눈망울을 가진 아이가 떠올랐다. 성인의 길로 접어든 길도가 미완의 독립과정을 통해 사회에 첫발을 딛으며 겪는 에피소드들은 따스함과 위로가 가득하다.

 

저는 얼마 전부터 이 소리 없는 세상이 갖고 있는 중대한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어요. 바로 ‘초대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누군가를 잘 데리고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뒤돌아보면, 그 사람은 길을 잃고 어딘가에 떨어져 있곤 해요. 어쩌면 제가 길을 잃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초대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생각도 해봤어요. -p308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꿈꾸던 길도가 불법복제인지 모르고 했던 아르바이트로 경찰관 아저씨와 팔짱 사내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한상욱 신부님께 디지털 카메라를 받게 된 후부터 길도는 카메라에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자 하는 꿈을 꾼다. 나뭇잎 하나 없는 마로니에 나무를 보며 ‘녹색의 푸름’을 떠올렸다 말하는 길도. 헐벗고 어두운 갈색의 마로니에 나무에서 잠재된 생명력을 , 찬란한 푸름을 상상하는 길도의 이런 신묘한 통찰력은 본격적으로 ‘파파라치’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빛을 발한다. 소리없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그 무언가와 교감을 갖기 위한 안간힘이 그런 통찰력으로 다듬어지게 된 것이다. 통통 튀지만 직장생활에 회의를 가지고 있던 의뢰인 ‘나애리’ 에게는 동료의 소중함을, 무언가 묵직한 느낌과 함께 어둠의 그늘이 감지되는 ‘오희나’ 아줌마에게는 '살아만 다오‘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평소 다정한 아버지와 남편이지만 알코올만 들어가면 단기기억상실증에 빠져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IT회사 부장에게는 가정의 모습을, 병들어 지쳐가는 코끼리 작가에게는 과거의 소중한 꿈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만화가 장석주에게는 디지털과 마주하는 방법을 제시하여 준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에서 상처받는 이들의 마음을 보려하는 길도의 시선은 그들의 아픔을 꿰뚫어본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인 길도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타인의 아픔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외적인 장애보다 내면의 아픔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습은 바로 현대인의 모습이다. 이 책은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금상 수상작이다. 책을 보았을 때 참 이쁜 책일거라는 상상을 했었는데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은 더 이쁘고 착하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끔 미소를 짓게 하며 때론 눈물도 흘리게 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장애가 진짜 장애가 아니라 마음이 병들고 외로운 이들이 많아지는 정신적인 장애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더 많은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눈망울이 맑은 그 아이가 세상에 첫 발을 디딜때 디딤돌이 되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파파라치 길도의 뷰파인더에 너를 담고 싶구나.. 한울아 ! 너의 멋진 미래를 세상에 보여줘.. 우리 한울이 화이팅 ! ^^

 

셀카가 미니홈피를 가득 메우고 계시나요?

친구들과 어깨동무 한 사진들이 식상하셨나요?

항상 브이를 날리는 야속한 친구와 절교를 생각해 보셨다고요?

머리를 멋지게 날리고 있는 연예인의 사진이 부러우셨다고요?

이제는 더 이상 고민하지 마세요

당신의 일상에서 흘려보내는 멋진 순간을 전문가의 뷰파인더에 담아드리겠습니다

당신조차 낯설고, 치명적인 매력을 발견할 기회. 당신의 일상을 담아드리겠습니다.

-파파라치. www.iampaparazz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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