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피크닉 민음 경장편 2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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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눈여겨 오던 책이었는데 카트에 담아두었다가 민음사에서 반값할인으로 구매한 책이다. 제목에서도 책 칼라도 모두 왠지 마음에 들었는데 아 이런 이 책 표지가 결코 가벼운 그림의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선 그림을 보면 세 사람이 각자의 가방을 들고 세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가방에서 삐져나온 것들이 보인다. 바로 사람 다리하고 사람 손이다.  성탄이라는 경건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토막살인을 이 세사람이 한 것이다. 그리고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 둘레를 감싸고 있는 도시가 있다. 이 것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그림이다.

 

그림 속의 세 사람은 세 남매이다. 강남 한양아파트 608호에 사는 세 남매. 그들은 돈이 없어도 강남 한양아파트에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4년전 강북에 살던 가족들이 로또에 당첨되자 강남의 오래되어 난방이 안될지라도 강남의 한양아파트란 사실이 더 중요했던 이들의 가족이 강남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댓가를 치러야 했다.

로또 당첨금의 20/1 을 조건으로 이혼한 아빠, 홍콩의 딤섬유학을 떠난 엄마를 대신해  명문대학에 다니는 은영은 대학졸업반이다. 수십군데 면접을 봤지만 번번히 떨어지기만 한다. 명문 대학을 다니고 강남에 산다는 사실외에는 은영은 강남인이 될 수 없는 뼈속까지 강북인인 것이다. 그것은 친구 민우와의 관계에서도 보여지는데 민우는 카프회원으로서 호텔화장실이 아닌 곳에서는 볼일을 볼 수 없고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외국유학을 준비중이다. 같은 동에 살면서도 평수가 비교되지 않는 민우는 타고나길 뼈속까지 강남인인 것이다.

 

둘째 은비는 로또에 당첨되자 원래도 사치를 즐기는 성향이었으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사치를 부리는 것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강남의 한양아파트에 산다는 자부심만으로 돈 많은 친구 지희와 술과 남자들을 만나는 일을 즐기는 것이 인생 전부가 되었다. 루이비통백을 들고 남자들에게 돈을 갈취하는 것 그것이 은비의 삶이다. 압구정의 40평대 집과 외제 차와 골프 회원권을 살 만한 능력, 경제적인 부분만 해결되면 간섭하지 않는 유순한 아내, 성적이 그럭저럭 상위권인 두 아이, 를 사진 성형외과 의사 최원장이 은비를 강남인처럼 보이게 하는 물적 수단이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잃을 게 많다는 이유로 최원장을 협박하여 돈을 갈취해 왔는데 어느 날 최원장이 화가 나 한양아파트 608호에 쳐들어오게 되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셋째 은재는 학교에서 문제아이다.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게임중독자, 그러나 그런 은재와 옆집 아기 엄마 은주와 불륜관계를 맺는다. 신혼부부가 사는 집인 607호 은주네 집은 사는 집만 번듯할 뿐 사는 모습은 언제나 주구장창 매맞는 여자의 모습만을 보인다. 다른 사람과는 관계맺기가 힘들었던 은재가 은주와는 관계를 맺을 수 있던 것은 둘다 세상에서 타자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족이란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해보았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들에게 올바른 인성교육을 시켜야 하는 책임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회에서 인성을 배울 기회를 상실한채 살아간다. 은영, 은비, 은재가 보여주는 행동에서 그런 인성의 부재로 인한 인간성 사실을 느꼈다. 뿐만아니라 소설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강남을 통해 " 압구정동은 체제가 만들어 낸 욕망의 통조림 공장이다."라는 물질세계의 실체를 보여준다. 강남인이 되기 위해서는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강남인이라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허울 뿐일 지라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난방이 잘 가동되지 않고, 창문은 바람을 막아주지 못하며, 수돗물은 늘 말썽이라서 재개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아파트이지만, 주인공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압구정 한양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학교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고 아무리 힘겹고 슬픈일이 넘쳐 날 때도 이 집이 강남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유토피아같은  집에서 살인을 저지른 세남매의 이야기속에서는 자본주의 속에서 물질만능주의는 곧 인간성 상실이라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한달 새에 일어난다. 4년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로또에 당첨되기 전에 집은 가난했어도 행복했던 가정의 모습이  로또에 당첨된 후 뿔뿔히 해체된 가정의 모습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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