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아, 그 위대한 반전의 역사
주레 피오릴로 지음, 이미숙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에게 아픔과 고통이란 무엇일까? 나는 가끔 현대의 편리함이 사람의 감정을 더 메말라가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픔을 느껴본 사람이 사랑을 할 줄 알고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 희망을 말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노래가사처럼 우리의 인생에서 아픔이란 하나의 과정이며 아픔과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는 분명 더 큰 행복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믿기에, 그리고  그것에 대한 증명이 바로 이책의 주인공들이다.  책을 받아보니 일반 책보다 조금 큰 사이즈로 글자도 큼직한 것이 읽기 수월하게 나온데다가 연표와 자료첨부를 보니 무척 정성을 들인 책이다. 그리고 책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언제가는 한번 들어본 적이 유명한 인물들이다.하지만 이들이 유명해진 과정을 살펴보면 극적반전의 연속이다. 당시 기독교중심적인 유럽에서 사생아라는 사실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회의 도덕구조에  위배되는 천형으로 간주되었으며. 사생아란 부도덕과 거룩한 결혼의 신성함이 결여된 성행위를 상징하는 물증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사회적분위기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생아들은 태어나면서 무시당하고, 버림받고, 상속권 박탈에, 사회적인 소외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과 권력의 최고봉에 올라 명성을 남긴 인물 15인의 이야기가 이 책속에 들어가 있다.

 

영어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프랑스 출신의 사생아 윌리엄은 영국의 국왕 윌리엄 1세가 된 것으로 시작하여 태어나면서 부친에게 관심받지 못하고 상속권을 박탈당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천재적인 건축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사생아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보여진다. 사생아였던 덕분에  아버지와 갈등을 겪지 않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며 만약 그 시대의 명망있는 공증인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공부를 강요받았다면 아마도 자연이 전해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으리라 본다. 그러나 사생아 중에서도 무척 잔인하기로 유명한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이야기는 조금 충격적이다. 스페인의 정복자로서 페루와 잉카제국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인디언들에게 가혹했던 그는 결국 암살당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 어떤  날에는  바닥을 기다가 어떤 날은 높이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는 수레바퀴와 같은 운명이었던  엘리자베스 1세는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통치자이다. 엘리자베스가 우여곡절 끝에 여왕이 될 당시의 영국의 상황은 영국 역사상 최악의 상태였다. 그러나 어렸을 적 사생아란 이유로 많은 감시와 사람들의 냉대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법을 터득했던 엘리자베스는 사람들의 성격을 파악할 줄 알았으며 자신이 행동을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지혜를 기른 덕에 엘리자베스는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통치자란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국왕이 되려 했던 사생아 제임스 스콧은 쓰라린 종말을 맞이했다. 처형장에서 반역죄로 참수형에 처형당할 때  서투른 처형자로 인해 목을 여덟번 이상을 내려쳐 피에 굶주린 군중들조차도 참혹함에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제임스 스콧의 반역에 가담했던 이들은 더 비참하게 죽었으니, 엘리자베스와 제임스 스콧, 사생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한사람은 성공한 군주로 평가되고 한사람은 반역자로 이름을 남긴 역사를 볼 때 자신이 믿는 진리와 권리에 대해 대중의 인정을 얻는 것과 얻지 못한 것으로 인해 운명의 수레바퀴가 결정된다는 사실은 역사가 주는 위대한 교훈이다. 

    





비극적인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사생아란 손가락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 정치적인 거물로 떠오르게 되지만 언제나 세인트 크로익스에서 보낸 어린시절에 대해 피해의식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탓에 화를 잘내고 명예를 중요시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는 사람과는 말을 섞지 않았는데 그런 탓에 해밀턴은 적이 많았다. 결국 그 적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모진 고난을 겪고,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며 성장하고 매춘까지 한 빌리 홀리데이가 재즈계의 전설이 된 것은 그녀 평생에 느꼈던 외로움, 절망, 그리고 갈망으로 가득한 삶의 고통이 음악으로 승화된 것을, 슬픔과 열망으로 충만한 그녀의 목소리는 힘겨운 삶과 사생아라는 트라우마의 산물이란 사실을 알게 되지만 빌리 홀리데이는 자신의 상심과 낙담으로 인한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헤로인에 중독되어가고 결국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과거에는  출생이 사회적 신분을 결정지주었기 때문에  사생아란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무척이나 치명타였던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의아했던 것은 사생아들의 부모의 태도인데  모두가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았고 또한 잔인하게 버려두었다. 가난에 허덕이던 부모를 바라보며 때론 사랑을 주지 않는 부모를 바라보며 자랐을 사생아들의 상실감과 아픔은 아마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생아들은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었을지 몰라도 뭔가 부족한지 끊임없이 갈구하는 기분이 든다. 돈에 미친 잔인한 사생아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돈에 탐닉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고 레오나르도는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으며 빌리 홀리데이는 만인의 연인으로 사랑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약에 빠져들었다.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아이는 사랑속에 커야한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이 사생아들의 역사를 읽고 나니 그들의 명성보다도 쓸쓸한 죽음이 떠올라 읽는내내 가슴이 아팠다. <사생아, 그 위대한 반전의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진리와 지혜를 느끼게 해 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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