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1 | 42 | 43 | 44 | 45 | 46 | 4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프로파일러
팻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표창원 감수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프로파일러>, 민간 독립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엿보다
    
가정주부에서 전문민간프로파일러로, 팻 브라운의 프로파일링 이야기

 
 

19세기말과 20세기의 대중들이 아서 코난 도일과 애거사 크리스티로 대표되는 탐정추리물에 열광했다면 현재의 대중들은 프로파일러, 범죄심리학, 법의학, CSI 등의 과학수사물에 열광한다. 옛날엔 악마 혹은 미치광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잔혹범죄자들에 대해서도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 체계적이고 학술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고 수사 기법도 현저하게 발달했다. 그를 소재로 한 각종 영화, 드라마, 소설들이 붐을 일으키고 그를 즐겨보는 사람들 중 더러는 자신의 진로로 꿈꾸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 이러한 높아지는 관심에 단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역시 미드다. 실제 범죄와 관련된 학문과 기술면에서도 가장 선두를 달리는 나라가 미국이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범죄 전문가들은 매우 비상하고 신의 수준의 통찰력을 보이며 어려운 사건들을 척척 해결된다. 게다가 이런 전문가가 되는 방법도 매우 어려워 수도 적은지라 환상은 커진다. 실제 프로파일러들의 작업과 수사 현장은 어떨까, 그래서 팻 브라운의 <프로파일러>는 무척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게다가 그녀는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자기 동네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계기로 인생이 바뀌게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먼저 팻 브라운에 대해 소개하면 미국에서도 흔치 않은 민간 독립 프로파일러로, 현재 범죄 프로파일링 에이전시의 CEO이자 외래 교수이고 다수의 방송에 활발히 출연하고 있는 유명인이다. 이 책은 크게 팻 브라운이 어떻게 프로파일러가 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동안 프로파일을 작성했던 의문사 사례를 다루고 있다. 물론 각 장들이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큰 이야기기도 해, 책을 다 읽고나면 자연스럽게 팻 브라운의 자전적 이야기 민간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알 수 있고 머릿 속에 정리된다. 


팻 브라운은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지만 뚜렷한 진로나 전공에 대한 애착이 없어 졸업 후 특별한 직업을 가지지 않고 결혼과 육아를 선택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비로소 자기의 삶과 일을 찾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병원에서 환자들을 상담하는 일이었다. 이 일을 계속함으로써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과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그녀의 삶을 완전히 뒤집은 것은 1990년 자신의 동네에서 발생한 앤 켈리 살인사건이었다. 경찰은 이 사건의 범인으로 앤의 남자친구를 지목했고 남자친구가 자살함으로써 수사가 종결되었다. 
 

그러나 팻 브라운은 이 사건의 범인으로 자신의 집 하숙인을 지목하고 나름 의미 있는 증거들도 확보한다. 그러나 이미 유력한 용의자가 자살해서 덮어진 사건이고, 일개 가정주부의 주장엔 전혀 권위가 실리지 않았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교육받을 수 있는 모든 프로파일러 수업을 듣고 수백권의 범죄학 서적을 읽으며 독학하면서 앤 켈리 사건이 수사 재개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 자그마치 20년이 걸렸다. 그래서 팻 브라운에게 앤 켈리 사건은 그녀가 프로파일러로 살아온 인생의 시작이자 오늘이다. 이 책에 담겨진 각종 살인 사건 사례 역시 이 기간 동안 그녀가 관여한 사건들이다. 

 

이 점을 주의 깊게 보면 한 살인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며 상당히 많은 수의 사건이 미제로 남는다는 반증이다. 그 뿐만 아니라 <프로파일러>의 내용은 대중들의 환상을 깨는 충격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도 민간 범죄전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팻 브라운과 <프로파일러>는 좋은 롤모델이자 학습서가 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것은 미국의 수사 현장도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주마다 법도 다르고 땅도 넓고 등 오히려 더 어려운 면도 있어 보인다. 


눈썰미 있는 독자라면 처음 <프로파일러>를 폈을 때 각 장 하단 여백이 좀 많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곧 빽빽한 각종 각주들을 만나며 풀린다. 편지가 삽입되기도 하고, 학문적 지식이 곁들여지기도 하면서 팻 브라운은 자신의 이야기와 사건 수사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전개한다. 2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는 프로파일링 사례들은 각 장마다 사건 개요를 요약하면서 시작한다. 어떤 픽션보다 극적인 실제 사건들에 빠져드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겠지만 프로파일링의 과정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충실히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점이다.
 

'정의가 실현되는 걸 보지 못하고 아직도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모든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 문장으로 운을 띄우며 <프로파일러>는 시작된다. 그리고 소개되는 매우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짧게는 몇년, 길게는 20년 넘게 몇 용의자와 대략적인 가설을 세우는데 그칠 뿐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는다. 이런 서술과 사례를 택함으로써 팻 브라운은 의도적으로 대중들에게 박힌 프로파일러나 각종 범죄 수사에 대한 신화를 깨려 한다. 그리고 이 책 자체로 프로파일러(특히 민간 프로파일러)의 현재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프로파일러 등 범죄전문가의 세계는 점점 발달할 것이고, 수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민간 프로파일러의 개척자나 다름 없는 팻 브라운의 이야기들(그녀 이전에 민간인이 어떤 사건 해결에 참여하는 것은 사설탐정 정도?)-방송도 많이 출연하고 강의도 하면서 나름 영향력 있지만, 특별히 보수도 없고 민간인의 신분이다 보니 수사기록 접근에 제한도 많다. 그리고 어떤 프로파일러든 프로파일러가 하는 일은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토대로 프로파일을 구성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오해를 풀어준다. 서평에 언급되지 않은 나머지 팻 브라운의 자세한 프로파일러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살인사건 사례들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원문 http://der_insel.blog.me/1201272691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속삭이는 자 1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속삭이는 자> : 전문지식과 독특한 작법이 돋보이는,
이탈리아서 건너 온 낯설지만 매력 넘치는 장르문학
    


신이 침묵할 때 악마는 속삭인다? Subliminal Killer를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
실제 범죄전문가였던 작가의 방대한 사례수집양과 지식, 특이한 구성과 전개가 인상적인
예측불허의 스토리, 무엇을 상상하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짜릿한 씁쓸감이 엄습한다

 



소설은 검사에게 교도소장이 보내는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다. 매우 기이한 수감자에 대한 내용, 중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측되나 절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으며 자신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어떤 생체정보도 유출하지 않아 조사가 힘들다. 그래서 빨리 죄를 규명하지 않으면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니 법권력을 이용해 DNA테스트 강제집행이 가능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리고 시작되는 소설, 부유층 자제만 다니는 고급 사립 중학교 학생들의 잇단 실종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은 실종 아이들의 한쪽 팔을 잘라 버린 채 도망가는 엽기적인 범죄를 자행한다. 실종사실이 확인된 아이는 다섯 명, 발견된 팔은 여섯 개, 아이들의 실종 및 팔 발견 시기를 추적하던 수사팀은 여섯 번째 아이는 잘하면 살아 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하고 희생되기 전에 범인을 잡으려 촉각을 다투게 된다. 
 

도나토 카리시의 2009년작 <속삭이는 자>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만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자국에서 4개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전세계 18개국에 판권이 팔린 화제의 소설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도나토 카리시의 작품이고, 이탈리아의 장르 문학 자체가 많이 소개되지 않아 국내 독자에겐 낯설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충격감을 더하는 것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가인 도나토 카리시가 오랫동안 범죄학과 행동과학 전문가로 활동했다는 독특한 이력과 소설 안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대부분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는 점 때문이다. 작가는 1992년과 1993년에 걸쳐 잔인한 방법으로 여자아이들을 살해한 이탈리아의 연쇄살인범 ‘루이지 키아티’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던 중, 관련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고 그를 중심으로 자신이 아는 전문지식들과 사례들을 십분 활용해 한 권의 소설로 만들었다. 그러나 모티브를 딴 실화가 있을 뿐 어디까지나 허구고, 민감한 사안이므로 의도적으로 인물이나 국가, 지명을 모호하게 처리해 놓았다. 
 

제목이 <속삭이는 자>에 소재가 '잠재의식 속의 연쇄살인범'이라는 책 정보, 그리고 책초반에 나오는 이름 없는 죄수의 존재 등 때문에 어떤 독자는 읽기도 전에 너무 스포일러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 소설은 크게 이름 없는 죄수와 연쇄 아동 실종(살인) 사건, 실종 사건의 범인 앨버트(가명)을 추적하는 수사팀의 개인적인 이야기들, 이렇게 세 가지 축의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움직인다.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범인을 추리하며 읽게 되지만 시간과 장소가 교차되고, 인물의 심리나 사연이 교차되는 등 종횡무진의 전개에 잠시 당황하지만 첫장부터 엄청나게 높은 몰입감으로 궁금증에 계속 책을 읽게 된다. 사건 자체를 추리하는 것도 재밌지만 사회 단면의 부조리나 현행법의 한계, 인간이 가진 너무나 다양한 얼굴들 소설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생각보다 깊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과 사고의 확장을 할 수 있다. 한편 단순히 취재해서 글을 쓰는 것으론 절대 불가능한, 실제 전문가였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전문 용어나 디테일의 설정 등이 매우 흥미롭고 인상 깊다. 도나토 카리시는 1999년부터 시나리오 작성 등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했고 <속삭이는 자>가 첫 장편소설이다. 
 

<속삭이는 자>가 한국 독자에게 더욱 친근하고 매력 있는 책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이유는 이탈리아와 우리나라의 국민성이나 사회 분위기가 비슷해서인 점도 있는 것 같다. 먼 유럽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왠지 가깝게 느껴진다. 그런데 생각보다 국내에 소개된 이탈리아 장르문학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알았을 때 낯설게 느껴졌고, 다 읽고나선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한편 이탈리아 문학 전문 번역가도 많지 않다. <속삭이는 자>도 이탈리아 원서를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판 번역본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2권으로 나눈 7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이지만 도나토 카리시 식의 스토리 전개와 구성이 워낙 특이해서 그렇지, 몇몇 직역투의 어색한 문장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가독성도 좋고 내용 자체도 재미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지나치기 쉬운 정보들이 치밀하게 짜인 복선이 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속삭이는 자>, 무엇을 상상하든, 결말에서 짜릿한 씁쓸함을 느끼게 되리라. 연쇄살인·범죄심리에 관련된 관심 많은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신간, 3월 30일 출간. 
 
 


속삭이는 자 1 - 10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시공사
 


속삭이는 자 2 - 10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시공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1 | 42 | 43 | 44 | 45 | 46 | 4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