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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작문교실 ㅣ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8
조민희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조민희. 내가 그녀를 알 게 된 건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 물론 그녀를 알게 된 것도 그녀의 첫 작품집인 <론리 하트>(생각의나무, 2001)라는 책을 통해서이다. 나의 전공은 비록 신문방송학이지만 한 때 영어영문학과로의 진로를 생각했을 정도로 문학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틈나는대로 문학서적과 여러 소설책들을 즐겨읽는 편이다. 조민희와의 만남도 그러한 연유가 밑바탕이 되었음을 우선 밝힌다.
처음에 <론리 하트>라는 책을 읽기전에 나는 이 책이 한 편의 장편소설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즉, 이 책은 그녀의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단선작인 <우리들의 작문교실>을 비롯해 총 여섯 편의 중-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비록 겉으로 드러난 표피적인 측면에서 전체적인 작품은 여섯 개의 이야기들로 나누어져 있지만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마치 한 편의 장편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각각의 다른 소재를 통한 서사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왜 이러한 느낌을 받았을까? 이러한 느낌을 받은 것은 과연 나만의 착각이며 내가 이 책을 작가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오독한 것은 아닐까?
문학작품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정답은 정해져 있지는 않겠지만, 감히 내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나는 이 작품을 오독한 것이 아님을 확신한다. 비록 여섯 작품에 드러난 각각의 이야기 구성이 분명 다른 내용인 것은 틀림없지만 나는 이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을 관통하는 '인간의 실존과 존재양식'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성찰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나는 대학 4학년을 앞두면서, 졸업 후 생계를 위한 밥벌이로서의 진로와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며 거대한 이 사회속에서의 나라고 하는 인간 존재의 무력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되는 대단한 존재인 양, 좀 더 특별한 가치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한 사정을 감안할 때, 이 책에 있는 작품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면서, 조민희가 문학계에 입문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작품, <우리들의 작문교실>(109~199쪽) 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6반에 재학중인 이은아. 많은 사람들로 바글바글대는 장소에 멍청히 서 있을 때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으면' 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어린 소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끼는 물체인 롤러 브레이드와의 결별.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지나온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나는 받았다.
우리 인간의 삶도 어쩌면 이와 같지 않을까. 나의 경우만 해도, 외형적인 신체와 나이는 성인이지만 마음은 항상 어린시절의 감수성과 추억을 느끼고 있을 때가 많다. 이제 나도 <우리들의 작문교실>에 등장하는 어린 주인공 이은아처럼, 유년의 미성숙한 환상을 깨고 현실 안으로 들어와야만 하는 시기인 대학 4학년을 앞두고 있어서 더욱 더 이 작품이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즉,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자각'이라는 측면에서 조민희의 이 책은 단지 소설 속 이야기로만 한정되는 소설에 대한 성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 그 자체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다른 글로는 <녹원의 마담>(81~106쪽) 또한 꼽을 수 있겠는데, 이 글에서 상징하는 '녹원의 마담'은 작중의 인물들이 꿈꾸는 이상은 보잘것 없는 일상의 현실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 글은 폭력조직이라는 이상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자신의 현실을 찾는, 최근에 개봉된 영화 <파이란>의 주인공 이강재와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민희의 이번 작품집은 우리에게 새로운 작품의 참 맛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그녀가 써나갈 작품과 관련해 지금부터 주목하게 만드는 힘은 과연 무었일까? 그건 아마도 <론리 하트>라는 책을 통해 얻게 된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느낌 그리고 조민희라는 인물에 대한 기대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