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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255
이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8월
평점 :
한 달에 시집은 평균적으로 4권 정도 읽는데, 매주 일요일 오전 시간대는 항상 시집 한 권을 읽는 시간으로 정해 놓고 있다. 평소 시집을 읽을 때에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시'가 표상하는 문맥적인 흐름과 단어 하나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해석하면서 읽기를 즐겨한다. 이원의 시집인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문학과지성사,2001)도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지난 9월달에 읽었던 네 권의 시집 중 한 권 임을 우선 밝힌다.
지난 9월 11일. '알라딘'을 통해 이원의 시집을 한 권 구입 했다. 나는 이 시집을 읽고 내용이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까운 서점에 들러서 이 책을 한 권 더 구입해 같은 학과 후배의 생일선물로 전해준적이 있는데,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를 읽고나서 그 후배는 시의 내용이 너무나 어렵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나도 평소 시를 많이 읽긴 했지만 이원의 '시'세계는 조금은 난해하면서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전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이 시집을 읽으면서 공감을 하고 좋게 느꼈던 부분은 이 시의 전체적인 의미와 시적 흐름이 오늘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그 내용에 충분한 공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 책의 128~135쪽에 있는 '사이보그 5' 라는 시를 한번 살펴보자. 이 '시'에서는 오전 6시 부터 그날 밤 12시에 잠들기 까지의 한 직장 여성의 하루 일과를 스케치한 '시'가 한 편 등장한다. 이 '시'에서는 분절된 시간의 공간속에서 숨가쁘게 바쁜 일상의 행위들이 세부적으로 묘사가 되어 있다.이 '시'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이러한 행위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 중 가장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한 쪽 면의 음악 테이프가 다 돌아가고나면 다른 쪽 면의 음악이 '오토리버스' 되어 자동 반복되듯이, 우리들의 일상생활도 매번 똑같이 반복되고 연속되는 삶이라는 측면에서 이 '시'가 묘사하는 기계화된 일상은 오늘날의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나 많이 닮아 있었다.
이원의 '시'를 읽으면서 찰리 채프린의 <모던 타임즈> 라는 영화가 연상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생긱이 든다. '기계화되어 가는 일상'과 '로보트처럼 반복적인 삶이 주는 현대인의 모습'이 마치 한 편의 필름처럼 이 '시'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도 비슷한 의미론적 맥락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찰리 채플린의 그것과 이원의 '시'가 의미하는 그것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자면 그 차이는 2차 대전시기의 '기름이 많이 묻은 거대한 기계' 와 최초의 컴퓨터인 '애니악'에 비해 크기는 엄청 작아지고 기능은 월등히 향상된 2000년대의 '컴퓨터' 라는 차이 정도는 있을 것 같다.
이원의 시는 결코 그냥 단순한 '시'로만 읽혀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원은 정보화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묘사 하는데, 예를 들면, 이 책 122~123쪽에 있는 <사이보그 2:정비용 데이터 A> 라는 '시'에서는 텔레비젼에 등장하는 사물을 통해 인접성의 코드가 작동되는 상황을 자세히 묘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이원의 말처럼 오늘날 우리는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에 우리는 잘 길들여져 있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인간이 능동적인 시청행태를 통해 잘만 이용하면 많은 도움이 되는 텔레비젼이라는 매체가 수동적인 이용 행태를 보일 경우에 텔레비젼에 종속되어 멍한 진공상태에서, 텔레비젼이 발산하는 빛과 그림자의 의미체계를 수동적으로 따라가야만 하는 것의 의미를 이 시에서는 잘 나타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에,휴대폰을 사용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했는데, 요즘에는 휴대폰의 버튼하나만 조작하는 간편함으로 인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간혹 들때가 있다. 이원의 시집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는 전자화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