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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원 ㅣ 창비시선 185
김기택 지음 / 창비 / 1999년 5월
평점 :
특정한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되는 계기는 여러가지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아주 우연히 이루어졌는데, 그건 우리 몸의 건강을 주제로 다루는 한 의학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요즘 직장인들의 운동부족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사무원> 이라는 책 내용속에 묘사된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사를 소개한 것이었는데, 그 방송을 보고나서 <사무원> 이라는 책을 '알라딘' 을 통해 구입해서 읽은 것이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저간의 사정이다.
이 책은 오늘날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과도 같은 시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이 책은 내 생활의 일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으킬 정도의 느낌을 줄 정도로 내 삶의 일면을 반추하게 만드는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책에 묘사된 시는 시적언어의 형식을 갖추고는 있어나 이 시집 속의 시는, 나의 얘기, 우리의 일상적 삶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책 19~21쪽에 있는, 책 제목의 동명타이틀인 '사무원' 이라는 시에 묘사된, 풍자와 해학이 돋보이는 화이트 칼라 계층의 현대인에 대한 묘사. 그리고 이 책 75쪽의, '그는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 에서의 인간의 모습은 결코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시였다. 얼마전, 한국의 주택보급에 대한 통계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파트가 전체 주택의 절반을 넘어선 것을 보았다. 비록 이러한 수치통계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생활의 편리성이라는 이유를 들어 아파트 생활을 많이 하고 있는 추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부산에 있는 한 아파트 14층에 살고 있는데, 날개 없이도 항상 하늘에 떠 있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를 나설 때 잠시 땅을 밟을 기회가 있지만, 또 다시 곧바로 자가용에 올라타 다리가 아닌 엉덩이를 자동차 시트에 의지해, 공중에 뜬 채 고무타이어를 통해서 이동을 하는 삶. 그리고 또 다시 잠시 땅을 밟을 기회는 있으나 곧 바로 또 다시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중으로 솓구쳐 퇴근 할 때까지 하늘에 떠 있는 삶의 모습들. <사무원> 이라는 시집에 묘사된 시의 내용이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자, 나와 우리모두의 거울과도 같다는 말은 그런 측면에서 괜한 말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문학의 한 종류로서의 '시' 라고 하는 장르로 한정해서 생각할 경우에는 이 책을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사를 시적으로 잘 표현한 책이라 생각하며 책을 덮어버리면 되는데, 나의 경우 사회과학도라서 그런지 이 책의 내용을 한국 사회와 연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류 문명의 진보와 함께 점차 발전해가는 과학기술들. 그로인해서 점차 더 편리해져가는 인간의 삶. 인간을 위한 도구와 기술들이 나날이 발전되어가고 인류의 문명이 보다 더 현대화, 과학화 되어 가면 우리 인간이 보다 안락하고 편안해진 삶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 사회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컴퓨터의 경우만해도 '디지털' 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효용을 가져다 줄지 모르나 '아날로그'적인 감수성과 감정적 요소들은 점차 잃어가는 것처럼말이다.
인류 문명속의 현대인의 삶은 그런 측면에서 보면 마치 '시소' 와 같아 보인다. 시소의 한쪽이 올라가면 반드시 다른 한쪽은 내려올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운명과도 같은... <사무원> 속에 묘사된 현대인들의 각박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잃어버린 삶의 모습들이 사회적 차원과도 연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최소한의,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와 인권이 유린된 채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으며 하루하루 노동의 현장에 몸을 내맡기는 사람들이 21세기를 사는 현재까지도 많이 있다. <사무원> 은 인간에 대한 가치와 인간의 존재 의미와 관련해, 책을 덮고나서도 '완결'이 아닌, '현재진행형' 의 의미로서의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