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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에 다시 서서
이인제 지음 / 따뜻한손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이인제 의원의 최초의 자서전이다. 왠만큼 유명한 정치인은 이런 자서전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인제의 네임 밸류에 비해서 그의 자서전은 조금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우선 이인제의원이 자서전을 내게 된 것을 축하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자기합리화로만 일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너무나 아쉬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부분이 문제로 보였다.
이 책 74쪽에서 이인제는 광주학살을 자행한,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한 민정당과의 합당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음을 변명한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쿠데타를 일으킨 정권과 손을 잡으면서 민주화를 운운하면서 자신의 결정에 대한 합리화를 시도하는 이인제의 발언을 접하고서는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한 이인제는 이 책 72쪽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인공기를 태운 것에 대해 즉각 유감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서도 딴지를 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만약 한국이 북한 평양에 축구대회를 하러 가는데, 평양에서 한국의 태극기를 태우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북한측에서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손님을 초대하기로 약속을 잡아 놓고, 그 손님을 모독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행동인가? 정작 세계대학생체육대회를 유치한 대구 시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표명에 대해서 지지를 보내던데 말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 이인제식처럼 냉전논리를 고수한다면 한국의 미래와 관련해서는 역사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가는 일이 벌어질까 심히 우려가 된다.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해 지나친 자기합리화 시도는 이 책이 갖는 한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