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형   기 -


 

적막강산에 비 내린다.
늙은 바람기
먼 산 변두리를 슬며시 돌아서
저문 창가에 머물 때
저버린 일상
으슥한 평면에
가늘고 차운 것이 비처럼 내린다.
나직한 구름자리
타지 않는 日暮······
텅 빈 내 꿈의 뒤란에
시든 잡초 적시며 비는 내린다.
지금은 누구나
가진 것 하나하나 내놓아야 할 때
풍경은 정좌하고
산은 멀리 물러앉아 우는데
나를 에워싼 적막강산
그저 이렇게 빗속에 저문다.
살고 싶어라.
사람 그리운 정에 못 이겨
차라리 사람 없는 곳에 살아서
청명과 불안
기대와 허무
천지에 자욱한 가랑비 내리니
아 이 적막강산에 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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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5-22 23:44   좋아요 0 | URL
마음이 잦아드는 밤, 비오는 밤입니다.

水巖 2006-05-22 23:53   좋아요 0 | URL
서울은 내일 아침까지 온다죠. 비 오는 날 기다리는 아이들은 볼 수없는 적막강산이죠. 새벽별님, 배혜경님, 모두 바쁘신 날을 보내셨겠죠.

잉크냄새 2006-05-23 08:27   좋아요 0 | URL
사람 그리운 정에 못 이겨 차라리 사람 없는 곳에 살아서.... 이 역설과도 같은 세상에 비가 내리네요.

水巖 2006-05-23 08:31   좋아요 0 | URL
그 절절한 외로움을 실감할때가 있더군요. 잉크냄새님, 오래간만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