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2 - 한 생각 훌쩍 넘어 나를 깨우는 밝은 빛
풍경소리 글, 정병례 전각 / 샘터사 / 2004년 5월
절판


앞에 강물이 놓여 있습니다.
토끼는 물위를 그냥 헤엄쳐 갑니다.
말은 강바닥에 발이 닿는 둥 마는 둥 건넙니다.
코끼리는 바닥에 발을 확실하게 디디면서 철저히 건너갑니다.

갑자기 물살이 세차집니다.
토끼는 금방 떠내려가고
말은 허둥대다가 힘이 빠졌습니다.
코끼리만 무사하게 강을 건넜습니다.

당신은 지금 인생의 강을 어떻게 건너고 계십니까?

박경준 / 동국대 교수

옛날 한고조(寒苦鳥)라는 새가 있었습니다.
이 새는 둥지가 없어 밤이면 항상 추위에 떨며
"날이 새면 꼭 집을 지으리라"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날이 밝아 따뜻해지면 곧 생각이 바뀌어
"이렇게 따뜻한데 애써 집을 지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면서 빈둥빈둥 먹고 놀기만 합니다.
밤이 되면 또 후회하는것은 물론입니다.

우리와 한고조는 닮은꼴이 아닐런지요.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몸과 마음이 게으르지 않도록
자신을 다잡아가야 할 일입니다.

박경준 / 동국대 교수

중국 시인 소동파는 콧대 높고 거만하기로 이름났었습니다.
하루는 어느 고승을 찾아가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나는 칭(稱)가요."
칭이란 저울이라는 뜻입니다.
이미 소동파임을 알고 있는 고승은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칭가라니요?"
소동파는 예의 그 거만한 태도로 말했습니다.
"나는 내로라하는 고승들을 달아보는 저울이란 말이오."
그러자 고승은 갑자기 "어흥"하고 사자 울음을 내고는 물었습니다.
"그러면 이 사자 울음은 몇 근이오?"
"............"

무슨 소리든 만 번을 반복하면
그것이 진언(眞言)이 되어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당신은 지금 무슨 말을 반복하고 계십니까?
"미치겠어."
"미워 죽겠어."
"지긋지긋해."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는 그 소리들이
당신의 인생을 정말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것은 아닌지요.

장용철 / 시인

얕은 개울물은 소리내어 흐르고
깊은 강물은 소리없이 흐른다.
모자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만
가득 찬 것은 아주 조용하다.
어리석은 자는 물이 반쯤 찬 항아리 같고
지혜로운 자는 물이 가득 찬 연못과 같다.

<숫타니파타> 중에서

통(桶) 속 같은 아파트에서 자고
통 속 같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통 속 같은 지하철을 타고
통 속 같은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내다가
마침내 통 속 같은 관(棺)속에 들어가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현대인의 삶의 궤적입니다.

장용철 / 시인

한 장의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우주가 흔들리는 것과 같습니다.
나뭇잎은 가지를 의하고 있으며
가지는 뿌리를 의지하고 있습니다.
뿌리는 대지를 의지하고 있으며
뿌리는 하늘과 땅을 순환하여
땅속을 흐르는 물을 흡수합니다.

문윤정 / 수필가

고암 정병례씨의 <풍경소리> 전각전을 보고 전시장에서 이 책을 샀다.
돌에다가 양각을, 혹은 음각을 하고 칠을 해서 찍은 작품들이다.
서울 법련사에서 13일까지 전시를 하고 15일부터 21일까지 대구 보현사에서 전시한다고 한다.

이 책은 인생의 지침이 될 짧은 글들과 함께 정병례씨의 전각 작품이 매 장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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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2-1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작품들이 넘 멋지군요! 그 옆에 글들은 작품과 함께 나오는건가 보죠?^^

水巖 2005-12-12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답니다. 한 페이지는 글, 또 한 페이지는 전각 작품, 138쪽이 그렇게 편집을 해 놓았군요.

꽃씨 2006-02-2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생각하게 하는 글들입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namu^^ 2006-06-1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갖고싶은 책을 또 한권 발견하고 갑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