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에서
- 마 종 기 -
1
동생이 죽어 묻힌 외국의 공원묘지,
일 년이 지나도 풀이 잘 자라지 않는다.
한글로 이름 새긴 비석에 기대 앉으면
땅 밑의 너, 땅 위에는 낮은 하늘이 몇 개,
여기가 과연 느슨한 평생의 어디쯤인가.
2
네가 떠난 후에도 매일 날이 밝고 밤이 어두워졌다. 어쩌다 잘못 꺾어든 길에서 너는 끝이 났
지만 고맙다. 지난 수십 년, 착한 동생으로 내 옆에서 살아준, 가끔은 건방진 내 마음의 발길
에 차여 아파했을 너. 멍도 풀고 한도 풀고 하늘도 풀어서, 우리가 다시 만나 기뻐 뛰며 울 날
까지 - 건강해라. 깊고 깊은 숨 속에서 건강하거라.
3
묘지 근처의 모든 공기는 언제나 생각에 잠겨 있다.
묘지 근처의 공기는 언제나 먼 곳을 보고 있다.
조용하고 가득한 냄새만 사방에 번진다.
일 년이 지나도 갈색빛을 지키는 땅바닥에
나는 너무 아프다고 중얼거린다.
멀찍이서 울던 새 한 마리 갑자기 입을 다물어버린다.
묘지의 공기가 힘 죽이고 땅 밑으로 스며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