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주신 눈물 다 쓰곤
- 조 병 화 -
당신이 주신 눈물 다 쓰곤 돌아가겠습니다
당신이 주신 눈물 다 흘리곤 돌아가겠습니다
당신이 주신 눈물 다 말리곤 돌아가겠습니다
제 몸에서 당신이 주신 눈물, 그 흔적
말짱히 가시거든 돌아가겠습니다
구름을 보아도, 하늘을 보아도
노상 비켜 서서
먼 산을 보아도
노을을 보아도
흐르는 개울, 나부끼는 풀바람을 보아도
작은 벌레, 찌 찌 눈을 보아도
혼자 나오는 눈물
당신이 주신 눈물
철없이 흘리는 눈물 죄송합니다
한 번도 짙은 내 말 써 보지 못하고
한 번도 짙은 내 얼굴 가지지 못하고
한 번도 짙은 내 자리 세워 보지 못하고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나를 사는
나의 해와 달
아직 남아 있는 눈물
당신이 주신 눈물 다 쓰거든 가겠습니다
당신이 주신 눈물 다 흘리거든 가겠습니다
당신이 주신 눈물 다 마르거든 가겠습니다
제 몸에서
당신이 주신 눈물, 그 흔적
말짱히 가시거든 가겠습니다
당신 곁으로.
- 시집 [ 어머니 ]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