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03-11-03
문화의 진보?? Hinaki 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셨다는 데, 일단 원하시는 곳에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사실 제가 깜짝 놀랐던건 아직 중학생이신데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다양한 만화를 보셨다는 거네요. 제가 중딩 시절엔 일본만화는 해적판 뿐이었고 한국만화론 신일숙/김혜린님이 막 데뷔하셨을 때라서 이것저것 다양한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을 뿐더러, 설사 선택이 주어졌다한들 Hinaki 님같이 깊이있는 독서를 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저도 "순백의 피오렌티나"라던가 "치키타 구구"같이 잘 읽혀지지 않는 만화를 좋아하는데, 님의 마이리뷰를 보고 동지를 만난듯 반가왔읍니다.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건, 님은 일본 성문화관을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시 는 것 같은데, 다른 사회의 가치관을 우리쪽의 시각으로 해석한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네요. 예컨데 '킹카 연애론' 의 리뷰에서 님이 쓰시길, "일본의 문화는 역시 상당히 많이 부패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에는 정도라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 고 하셨는데, "모든것에 존재하는 정도"라는 것이 결국은 한국에서 태어나서 교육받은 데서 습득한 가치척도라면, 그 가치척도로 일본에서 태어나서 교육받은 사람이 지니는 가치척도와 상당히 다를수도 있지않을까요? 또한 일본 문화가 상당히 부패되어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은 어떤 문화가 다른 문화에 비해서 더 좋다 나쁘다라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바뀌어 간다고는 생각하지만, 문화가 진보하거나 퇴보한다고는 생각하지않습니다.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transform 될수는 있지만 advance 하거나 retrograde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문화의 진보론의 폐해는 일제가 조선을 강제로 병합할때 사용한 논리, 즉 일본문명이 더 진보된 문명이니 같은 대동아시아 공영권에 존재하는 후진적인 조선을 받아들여서 가르쳐야 한다는 데에서 확연하게 들어났지요. 뭐 제가 Hanaki 님의 의도를 과대 해석한것인지도 모르겠읍니다만, 일단 노파심에서 써보았읍니다. 계속 좋은 리뷰 많이 올려 주시고, 수험준비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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