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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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제목만 들어보았던 책이다.하지만, 제목이 원체 한 번 들으면 가슴 깊이 새겨지는 강렬함이 있는 탓인지 꼭 한 번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1960년에 출판되자 마자 100주에 걸쳐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고, 출간된 지 2년 만에 무려 5백만 권 이상이나 팔렸다고 한다. 1061년에는 소설 부문 풀리쳐 상을 비롯한 여러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나 연극으로도 만들어지면서 이 작품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는 느낌이었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은 것도 그렇고 소녀와 소년의 성장소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 그랬다. 이 작품의 서술자이자 주인공은 스카웃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리우는 루이즈 핀치다. 스카웃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한 3년정도에 걸쳐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어른이 된 스카웃이 그 때의 사건을 회상하고 있다. 스카웃은 변호사인 아빠와 흑인 식모, 그리고 오빠 젬과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절친한 친구 딜이 미시시피에서 방학 때마다 온다.스카웃의 아빠는 흑인 톰을 변호하는 일을 맡았는데, 이것으로 인해 스카웃은 학교에서 놀림을 당한다. 처음에는 아빠를 부끄러워 하지만, 스카웃과 젬은 전차 아빠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스카웃과 젬은 흑인 톰을 판결하는 재판장에 가서 아빠를 보게 된다. 아빠의 변호로 배심원들의 마음은 움직이지만, 결국 배심원들은 흑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스카웃과 젬은 눈으로 보게 되고 분노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요 사건은 스카웃과 젬, 그리고 딜은 한 마을에 사는 부 래들리의 집을 항상 궁금해 한다. 부 래들리는 언제부턴가 집 안에서 나오지 않는 유령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이 집을 무서워하고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다.도전적인 딜은 방학 때마다 와서 이 집을 기웃거리며 사건을 만든다.이들의 행동에 대해 아빠는 “자신의 입장에서 남을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이와는 반대로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충고하며 부 래들리 아저씨를 괴롭히지 말 것을 당부한다.

책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한 번도 읽지 말아야 할 책, 한 번은 읽어야 할 책,한 번은 더 읽어야 할 책이 있다. 그 중 <앵무새 죽이기>는 한 번은 더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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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 - 한국문학대표작선집 4
채만식 지음 / 송정문화사(송정)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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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장편 소설이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전에 한 번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장편이라 부담이 많이 되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소설에 빠져 드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서두의 배경 묘사가 독특하다. 한 장이 넘게 금강의 흐름을 설명하고 있다. 마치 지도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금강의 상류에서 시작된 맑은 물이 군산 항구로 들어오면서 깨어진 꿈이 되고, 탁류가 되어 버린다는 배경 묘사는 이 작품의 전체 내용을 암시하고 있는 상징적인 배경이다. 즉 정주사 일가의 운명, 초봉이의 기구한 운명을 암시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가난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난 초봉이는 우유부단한 성격에다가 장녀로서의 책임감이 강한 처녀이다. 무능력한 아버지 정주사의 친구 박제호의 약국에서 일을 해서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실질적인 가장이다. 초봉이는 얼굴이 예뻐 주변의 남자들이 모두들 탐을 내고 있다. 박제호도 그중 한 사람이지만, 차마 친구의 딸이라 속셈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그저 곁에다 두고 바라만 볼 뿐이다. 그러나 초봉이는 의사 지망생인 남승재에게 마음이 있다. 남승재 또한 그러하지만, 아직 서로의 마음을 표현해 보지 못한 상태이다.

최참봉은 마누라 김씨를 두고 작은집을 여럿 두고 지내는 사람이다. 김씨는 얼를 아이라도 하나 두어야지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던 중 하숙을 하던 고태수와 눈이 맞아 관계를 갖게 되어 남편이 집을 자주 비우는 사이 부부처럼 지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 관계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언젠가는 고태수를 짝지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은행원인 고태수는 은행돈을 횡령하여 쓰고 있고, 김씨와의 관계 뿐 아니라 기생집에도 제 집 드나들 듯이 하는 방탕한 청년이다. 이런 고태수가 아내로 점찍어 둔 사람이 바로 초봉이다.

김씨가 직접 매파로 나서 온갖 허황된 거짓말로 고태수를 포장하여 정주사에게 초봉이를 고태수에게 시집 보내라고 한다. 정주사는 딸 덕에 가난을 벗어볼 양으로 초봉이를 고태수에게 시집을 보낸다. 하지만, 고태수와 결혼한지 10일 만에 그의 친구 고형보의 게략에 말려 고태수는 김씨와 함께 최참봉에게 맞아 죽고, 같은 시간에 고형보에게 초봉은 겁탈을 당한다. 장례를 치르고 서울로 떠나던 초봉이는 박제호를 우연히 만난다. 여기서 또다시 초봉은 박제호의 유혹에 걸려 들어 그의 첩이 된다. 한편 맘 속에는 이렇게 몸을 의탁하면 저의 집이나 자신도 편해지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살던 중 초봉이는 누구의 딸인지 모르는 아이를 낳게 된다. 초봉이는 아이를 보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장형보가 나타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고 박제호는 순순히 물러난다. 초봉이는 형보를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고 하지만, 남승재와 동생 계봉이의 만류로 인해 마음을 고쳐 먹는다. 초봉이는 아직도 자신에게 남승재가 마음일 있는 것인 줄 알고 기쁜 마음에 다시 살아볼 생각을 하고 자수를 할 결심을 한다.

너무도 기구한 한 연인의 삶이다. 뭐라고 더 표현할 단어가 없다. 시대에서 오는 고통, 그리고 가족이라는 굴레로 인해 한 여인의 삶의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여인의 기본적인 성격이다. 저항이라도 해 볼 수 있었는데 초봉은 저항하지 않았다. 자신의 운명 임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 한 몸 편하고 가족들에게 돈을 보낼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이 여인을 수렁으로 몰았던 것이다. 같은 가정의 계봉이만큼만 진취적인 성격이었다면 이렇게 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텐데, 아쉽고 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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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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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애를 그린 <가시고기>라는 소설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모성애를 그린 작품으로 <가시고기>와는 차이가 있지만 독자를 흡입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많이 있다. 이를 테면 주인공의 상황이 극에 달한 상태라는 것,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점을 건드려 눈물을 흘리게 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여기서 약점이라 하면 부모에 대한 못다한 은혜 갚기를 의미한다. 우리는 저마다 받는 사랑에만 익숙해 있어 사랑을 주는 것이 힘들다. 특히 부모님에 대한 사랑은 그렇다. 작가는 이러한 우리들의 약점을 건드려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동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재우는 장남인 형과 이기적인 누나 사이에 끼어 이리저리 치이면서 자란다. 그의 어머니는 30대 초반에 과부가 되어 홀로 식모살이를 하면서 삼남매를 키운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은 장남인 형과 나에게 서로 다르게 표현된다. 장남인 형을 위해 재우는 대학에 가서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접어야 하는 강요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고시공부를 하던 형을 위해 선박공으로 일해 형을 뒷바라지 해야함도 강요 당한다. 누나는 시집갈 밑천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번 돈을 한푼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한 가족들 속에서 재우는 희생을 계속 강요당한다.

그런 중에서도 남몰래 공부를 해 대학에 합격하지만, 입학 어머니는 재우의 등록금을 끝내 대 주지 않는다. 그로 인해 재우는 철저하게 가족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외롭게 살아간다.가족들에게 버림을 받고 재우는 등대지기가 되어 8년을 살아간다. 그러다가 재우는 이민을 떠나는 형이 버리고 간 어머니는 떠맡게 된다. 그러던 중 등대가 무인등대로 바뀌면서 재우는 마지막으로 일을 하게 된다. 그 날밤 재우는 어머니와 단 둘이 등대를 지키게 되는데, 그 날 밤 폭풍으로 재우는 번개를 맡게 된다.

다 죽어 가는 재우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는 자신의 속옷을 벗어 적셔서 재우의 입에 빗물을 넣어 준다. 그로 인해 재우는 힘들게 살아나지만 어머니는 죽게 된다.재우가 이 세상에 태어나 받은 최초의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아니 이제까지 모르고 있었던 어머니의 사랑을 이제야 느끼게 된 것이다. 작위감이 많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하지만 작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성애는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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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 강현주 옮김 / 한문화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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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은 메시지다! 12세 이상 여성의 건강과 치유를 위한 의식혁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여성의 몸에 접근하고 있다.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자신의 건강과 나아가 생활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과 여성 자신이 스스로 정체성을 가져야만 여성으로 바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임신과 출산 부분이다.

이 부분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출산의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고 벗어나고자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받아들여야 할 체험으로 생각하고 오히려 자기 안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고로 이 책에서는 출산시 오직 산모와 아기만을 위한 방법을 택한다. 어느 방법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아기와 산모가 편하다고 느끼는 분위기와 자세면 좋다는 것이다. 또, 심한 우울증이나 고통에 빠져 있는 여성들은 불합리하거나 있을 수 없는 과거의 경험이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을 괴롭혀서 병으로 드러난 경우라고 본다. 이 경우는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 치유의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태어난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부정하게 되면서 자신의 몸까지도 부정하게 된다. 우리 사회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남성중심의 사고가 여성을 또 한 번 수렁에 밀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여성은 자신의 몸을 다시 들여다 보고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가져야만 자신의 몸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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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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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2000년 10월부터 2001년 3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된 소설을 단행본 출간을 위해 새로이 손본 것이다. 한국일보를 구독하고 있었던 나는 황석영의 소설이 연재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졌었으나, 읽다가 자꾸 밀리는 탓에 스크랩까지 했지만, 나중에는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데, 이렇게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간되어 너무 기쁘다.

이 작품은 <황해도 진지노귀굿> 열두 마당을 기본 얼개로 하여 씌어졌다. 이 열두 마당이 바로 이 작품의 목차가 된다. 지은이가 베를린에 체류하던 시절 베를린 장벽 붕괴를 목격하면서 부터 구상한 소설이라 한다.

1. 부정풀이 - 죽은 뒤에 남는 것
2. 신을 받음 - 오늘은 어제 죽은 자의 내일
3. 저승사자 - 망자와 역할 바꾸기
4. 대내림 - 살아남은 자
5. 맑은 혼 - 화해 전에 따져보기
6. 베 가르기 - 신에게도 죄가 있다
7. 생명돋움 - 이승에는 누가 살까
8. 시왕 - 신판마당
9. 길 가르기 - 이별
10. 옷 태우기 - 매장
11. 넋반 - 무엇이 될꼬 하니
12. 뒤풀이 - 너두 먹구 물러가라

류요한은 1950년 신천 대학살 사건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다시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동행 류요섭 목사는 고향 방문의 기회를 얻게 되지만, 그가 떠나기 사흘 전 형 요한은 사망한다. 우연히 형의 뼈조각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고향으로 가는 그는 형의 영혼이 자신을 따라 고향으로 가고 있음을 느낀다. 고향에서 남아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만, 요한이 저지른 사건으로 인해 아파하고 고통받고 있다. 요한의 처는 간직하고 있던 요한의 속옷을 주면서 찬샘골에 가서 태워주라고 한다. 이제 요한을 보낼 때가 된 것이다. 요섭은 북에 있는 삼촌과 함께 망자들을 만나고 그들을 이제 영영 보내 준다. 그리고 찬샘골에 가서 형의 뼈조각과 속옷을 태우고 묻어 준다.

기독교와 맑스주의는 식민지와 분단을 거쳐오는 동안에 우리가 자생적인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타의에 의하여 지니게 된 모더니티라고 할 수 있다. 전통시대의 계급적 유산이 남도에 비해 희박했던 북선지방은 이 두 가지 관념을 '개화'로 열렬하게 받아들였던 셈이다. 이를테면 하나의 뿌리를 가진 두 개의 가지였다. 천연주를 서병(西病)으로 파악하고 이를 막아내고자 했던 중세의 조선 민중들이 '마마' 또는 '손님'이라 부르면서 '손님굿'이라는 무속의 한 형식을 만들어낸 것에 착안해서 나는 이들 기독교와 맑스주의를 '손님'으로 규정했다.

이 작품은 우리 민족 현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고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죽은 자와 산 자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처절한 고통과 아픔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으 고통을 찬샘골에 묻어 버리려 한다. 끝내려 한다. 특징적이 것은 상황에 따라 시점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여러 등장 인물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더 작품 속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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