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 한국문학대표작선집 4
채만식 지음 / 송정문화사(송정)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장편 소설이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전에 한 번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장편이라 부담이 많이 되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소설에 빠져 드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서두의 배경 묘사가 독특하다. 한 장이 넘게 금강의 흐름을 설명하고 있다. 마치 지도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금강의 상류에서 시작된 맑은 물이 군산 항구로 들어오면서 깨어진 꿈이 되고, 탁류가 되어 버린다는 배경 묘사는 이 작품의 전체 내용을 암시하고 있는 상징적인 배경이다. 즉 정주사 일가의 운명, 초봉이의 기구한 운명을 암시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가난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난 초봉이는 우유부단한 성격에다가 장녀로서의 책임감이 강한 처녀이다. 무능력한 아버지 정주사의 친구 박제호의 약국에서 일을 해서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실질적인 가장이다. 초봉이는 얼굴이 예뻐 주변의 남자들이 모두들 탐을 내고 있다. 박제호도 그중 한 사람이지만, 차마 친구의 딸이라 속셈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그저 곁에다 두고 바라만 볼 뿐이다. 그러나 초봉이는 의사 지망생인 남승재에게 마음이 있다. 남승재 또한 그러하지만, 아직 서로의 마음을 표현해 보지 못한 상태이다.

최참봉은 마누라 김씨를 두고 작은집을 여럿 두고 지내는 사람이다. 김씨는 얼를 아이라도 하나 두어야지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던 중 하숙을 하던 고태수와 눈이 맞아 관계를 갖게 되어 남편이 집을 자주 비우는 사이 부부처럼 지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 관계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언젠가는 고태수를 짝지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은행원인 고태수는 은행돈을 횡령하여 쓰고 있고, 김씨와의 관계 뿐 아니라 기생집에도 제 집 드나들 듯이 하는 방탕한 청년이다. 이런 고태수가 아내로 점찍어 둔 사람이 바로 초봉이다.

김씨가 직접 매파로 나서 온갖 허황된 거짓말로 고태수를 포장하여 정주사에게 초봉이를 고태수에게 시집 보내라고 한다. 정주사는 딸 덕에 가난을 벗어볼 양으로 초봉이를 고태수에게 시집을 보낸다. 하지만, 고태수와 결혼한지 10일 만에 그의 친구 고형보의 게략에 말려 고태수는 김씨와 함께 최참봉에게 맞아 죽고, 같은 시간에 고형보에게 초봉은 겁탈을 당한다. 장례를 치르고 서울로 떠나던 초봉이는 박제호를 우연히 만난다. 여기서 또다시 초봉은 박제호의 유혹에 걸려 들어 그의 첩이 된다. 한편 맘 속에는 이렇게 몸을 의탁하면 저의 집이나 자신도 편해지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살던 중 초봉이는 누구의 딸인지 모르는 아이를 낳게 된다. 초봉이는 아이를 보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장형보가 나타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고 박제호는 순순히 물러난다. 초봉이는 형보를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고 하지만, 남승재와 동생 계봉이의 만류로 인해 마음을 고쳐 먹는다. 초봉이는 아직도 자신에게 남승재가 마음일 있는 것인 줄 알고 기쁜 마음에 다시 살아볼 생각을 하고 자수를 할 결심을 한다.

너무도 기구한 한 연인의 삶이다. 뭐라고 더 표현할 단어가 없다. 시대에서 오는 고통, 그리고 가족이라는 굴레로 인해 한 여인의 삶의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여인의 기본적인 성격이다. 저항이라도 해 볼 수 있었는데 초봉은 저항하지 않았다. 자신의 운명 임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 한 몸 편하고 가족들에게 돈을 보낼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이 여인을 수렁으로 몰았던 것이다. 같은 가정의 계봉이만큼만 진취적인 성격이었다면 이렇게 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텐데, 아쉽고 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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