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2000년 10월부터 2001년 3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된 소설을 단행본 출간을 위해 새로이 손본 것이다. 한국일보를 구독하고 있었던 나는 황석영의 소설이 연재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졌었으나, 읽다가 자꾸 밀리는 탓에 스크랩까지 했지만, 나중에는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데, 이렇게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간되어 너무 기쁘다.이 작품은 <황해도 진지노귀굿> 열두 마당을 기본 얼개로 하여 씌어졌다. 이 열두 마당이 바로 이 작품의 목차가 된다. 지은이가 베를린에 체류하던 시절 베를린 장벽 붕괴를 목격하면서 부터 구상한 소설이라 한다. 1. 부정풀이 - 죽은 뒤에 남는 것 2. 신을 받음 - 오늘은 어제 죽은 자의 내일 3. 저승사자 - 망자와 역할 바꾸기 4. 대내림 - 살아남은 자 5. 맑은 혼 - 화해 전에 따져보기 6. 베 가르기 - 신에게도 죄가 있다 7. 생명돋움 - 이승에는 누가 살까 8. 시왕 - 신판마당 9. 길 가르기 - 이별 10. 옷 태우기 - 매장 11. 넋반 - 무엇이 될꼬 하니 12. 뒤풀이 - 너두 먹구 물러가라 류요한은 1950년 신천 대학살 사건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다시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동행 류요섭 목사는 고향 방문의 기회를 얻게 되지만, 그가 떠나기 사흘 전 형 요한은 사망한다. 우연히 형의 뼈조각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고향으로 가는 그는 형의 영혼이 자신을 따라 고향으로 가고 있음을 느낀다. 고향에서 남아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만, 요한이 저지른 사건으로 인해 아파하고 고통받고 있다. 요한의 처는 간직하고 있던 요한의 속옷을 주면서 찬샘골에 가서 태워주라고 한다. 이제 요한을 보낼 때가 된 것이다. 요섭은 북에 있는 삼촌과 함께 망자들을 만나고 그들을 이제 영영 보내 준다. 그리고 찬샘골에 가서 형의 뼈조각과 속옷을 태우고 묻어 준다.기독교와 맑스주의는 식민지와 분단을 거쳐오는 동안에 우리가 자생적인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타의에 의하여 지니게 된 모더니티라고 할 수 있다. 전통시대의 계급적 유산이 남도에 비해 희박했던 북선지방은 이 두 가지 관념을 '개화'로 열렬하게 받아들였던 셈이다. 이를테면 하나의 뿌리를 가진 두 개의 가지였다. 천연주를 서병(西病)으로 파악하고 이를 막아내고자 했던 중세의 조선 민중들이 '마마' 또는 '손님'이라 부르면서 '손님굿'이라는 무속의 한 형식을 만들어낸 것에 착안해서 나는 이들 기독교와 맑스주의를 '손님'으로 규정했다. 이 작품은 우리 민족 현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고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죽은 자와 산 자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처절한 고통과 아픔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으 고통을 찬샘골에 묻어 버리려 한다. 끝내려 한다. 특징적이 것은 상황에 따라 시점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여러 등장 인물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더 작품 속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