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정호승 글, 박항률 그림 / 열림원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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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른이 읽는 동화집.

한 편의 소설이었던 <연인>과 달리 단편소설이 여러 작품이 들어있다. 첫 작품인 '항아리'가 이 소설집의 제목이다. 어느 독짓는 젊은이의 첫작품으로 태어난 항아리는 세상에 대한 기대가 한껏 크다. 그러나, 독짓는 젊은이는 첫작품인 항아리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급기야는 오줌통으로 쓰고 마는데....

항아리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다 항아리는 자신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자신의 몸이 담아낸 오줌들이 모여 거름이 된다는 것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세월이 흘러 아무도 항아리에 오줌을 눗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독짓는 젊은이는 죽고 그의 뒤를 이은 아들이 이 항아리를 발견한다. 아버지의 첫 작품을 아들은 소중하게 여긴다.

훗날 절에 종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 종 밑에 항아리를 묻어 준다. 그러자 왠 일인가? 종의 소리가 항아리 속을 돌아 나가니, 그 소리의 아름다움이란...! 항아리의 의미처럼, 우리 자신에게도 각각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밀물과 썰물', '비익조'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이 작품들을 수업 시간에 이용해 볼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흥미도 줄 수 있고, 새로운 시각도 가질 수 있게 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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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헤세전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헤르만 헤세 지음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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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데미안>은 청소년들의 감성과 갈등·방황 그리고 성장에 현미경을 놓고 드려다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소년 싱클레르를 중심으로 그가 가진 내면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누구나 그렇듯이 선과 악의 양면을 두고 고민한다. 소년 싱클레르 또한 청소년기에 선과 악의 중간에 서서 방황한다. 싱클레르의 주변에 동료 '데미안'이 나타나는데, 이 소년은 싱클레르보다는 정신적으로 성숙해 있어 싱클레르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제목이 싱클레르가 아니라 '데미안'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싱클레르에게 '데미안'은 신의 선물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 삶에서도 그렇듯이 친구는 평생의 지표가 되기도 하고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그의 절친한 친구를 보라'라는 말도 있듯이 데미안은 싱클레르의 지표이자 동반자였던 것이다. 나 또한 항상 모범으로 삼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삶과 생각이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끈이 느껴지기도 한다. 친구들은 점점 서로 닮아가기 마련인데, 싱클레르 또한 데미안을 닮아갔다.
26세의 여름에 내게 다가온 <데미안>은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리게 했다. 나도 싱클레르처럼 많은 방황 속에서 자라났고, 그 당시 내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삶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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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 한국소설문학대계 6
염상섭 / 동아출판사(두산)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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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듯이 <무화과>는 <삼대>의 2부에 해당한다.

<무화과>에는 <삼대>의 주요인물인 조의관, 조상훈, 조덕기, 조덕희, 김병화, 홍경애, 필순 등이 각각 이의관, 이정모, 이원영, 이문경, 김동국, 최원애, 조정애로 이름만 바꾸어 모두 등장한다. 여기에 김홍근, 이탁, 한인호, 채련, 박종엽, 김봉익, 완식 등의 새로운 인물이 가세하면서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존재방식과 역사적 과정이 폭넓게 아로새겨진다.

염상섭은 <무화과>의 연재를 시작하면서 '우리 부모만 하여도 비틀어졌으나 꽃 속에서 나고 꽃 속에서 길리었다. 그러나 우리는 꽃 없이 났다. 무화과다. 우리 자식도 꽃 없이 났다.'고 밝힌 바 있다. 비틀어진 꽃에서 있을 수 없는 현실. '무화과'의 세계이다.
― 문학평론가 류보선의 '차디찬 시선과 교활한 현실' 중 ―

<무화과>는 '돈'을 둘러싼 여러 유형의 인물들의 싸움이다. 아편값을 구하기 위해 재산을 강탈하는 아버지 이정모, 돈과 여자 밖에 모르는 한인호, 며느리의 집에까지 돈을 요구하는 한인호의 부모, 이원영의 돈을 빼내어 술타령을 하는 신문사 간부들, 끝까지 악랄한 김홍근 등 모드 '돈'에 의한 악인형 인물들이다. 염상섭은 이렇게 '돈'에 의해 타락하는 여러 인물들을 내세워 당시 사회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당대 현실을 극복하는 가능성은 다시 제시되는 <무화과>의 긍정적인 인물들에서 그려진다. 이들은 '돈' 앞에서 굴복당하지 않을 철저한 자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염상섭 특유의 느린 전개와 구성으로 소설의 흐름을 잃어버릴 정도로 읽기에 힘이 들었다. 작가가 이러한 구성을 유지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당대의 현실을 세밀하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삼대>와 비교하여 꼭 한번 읽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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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1
조정래 지음 / 해냄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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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12권의 대하소설로 일제 시대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민족통일의 역사 위에서 식민지 시대의 민족 수난과 투쟁을 직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조정래가 <태백산맥> 10권을 6년 동안 걸쳐 쓴 이후, <아리랑> 12권을 4년 8개월 만에 써 내셨다는데, 작가의 인생을 바쳐 쓴 이 작품들은 그 만큼 큰 의미를 갖는다.

'일제 40년'의 참상을 작품을 통해 느끼면서 얼마나 일르 갈았는지 모른다. 세밀한 구성과 연관성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12권이라는 긴 분량으로 되어 있어 읽는 도중 주위 사람으로부터 지겹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난 오히려 등장인물들의 앞날이 궁굼하고 뒷 장의 내용에 호기심이 생겼다.

등장 인물들의 참혹한 생활과 죽음이 그저 소설 곳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 조선인들의 과거임에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 때 그 상황에서 나라면 어떠했을까? 작가의 의도에서처럼 우리의 서러운 과거를 가슴에 안고 미래를 행한 발걸음을 한다면 우리의 앞날은 더욱 밝지 않을까? 나 자신부터 다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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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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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이지도 않고, 시대와 화해하는'
그런 소설일 수도 있는 소설 …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시시껄렁한 사랑 얘기로군 하며 다소 실망을 했었다. 그러나, 마지막 장까지 읽은 후, 뒤늦게나마 나는 깨달았다. 사랑만이 아닌, 우리의 시대상까지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테니스 하나 배우지 못하고 생각해 보면 연애 한 번 멋들어지게 한 녀석도 없는, 하니만 인간을 어떠한 폭력보다 위대하다는 걸 가르쳐 준― 나의 소중한 친구들과 한 번 쯤 아픈, 청춘을 상처 입어 본, 그리하여 나이를 먹어도 아직도 젊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 작가의 말 중 -

80년대 학생 운동을 하던 이들의 갈등과 사랑, 그들의현재 삶 속에서의 환영. 그것이 배경이 되어 현재의 주인공들의 '5사랑'을 그려나가는 작품이다. 어쩌면 단순한 사랑 이야기일 뿐이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데에서부터 이 소설의 참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학번인 나에게는 다소 먼 느낌의 80년대의 이야기들, 하지만, 80년의 잔재들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이였는가를 5사랑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삶 속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절망들, 그것들을 우리는 <고등어>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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