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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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혼에 관한 책에서 이미 말했듯이 인간은 하고많은 동물 가운데서도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 P609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 P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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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양장) - 전정판
B. 파스칼 지음, 김형길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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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위험이 없이 죽음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서 죽음을 당하는 편이 더 쉽다. - P103

인간의 마음은 얼마나 공허하고 오물로 가득 차 있는가. - P104

눈앞에 존재하는 것들 속에서 얻지 못하는 도움을 존재하지 않는 사물들 속에서 얻으려고 찾으면서,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로 메꾸어 보려고 쓸데없이 노력하지만 전혀 그럴 수가 없다는 것, 왜냐하면 이 무한한 심연은 무한하고도 불변하는 하나의 대상, 즉 신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면 메워질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신만이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다. - P112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분을 즐김으로써 만족을 느끼기보다는 소유하지 못한 부분의 결핍 때문에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분까지도 괴롭게 생각하는 것들이다. 그들은 진정한 선이란 경감되거나 서로 질시하는 일이 없이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그것을 소유할 수 있어야 하며, 그래서 어느 누구도 본의 아니게 그것을 상실할 수가 없는 성격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였다. - P113

우리는 결코 현재의 시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가 너무 느리게 오기 때문에 그 흐름을 재촉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미래를 예견하며, 과거가 너무 신속히 지나가기 때문에 그것을 머물게 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과거를 회상한다. 우리는 결코 우리의 것이 아닌 시간 속에서 방황하며, 우리에게 속해 있는 유일한 시간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너무나도 헛된 존재들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생각하고, 실존하는 유일한 것은 아무런 성찰도 없이 놓쳐 버린다. 흔히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현재이다. 이것이 우리를 슬프게 만들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눈앞에서 감춘다. 그리고 현재가 우리에게 유쾌할 경우에는 이것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아쉬워 한다. 우리는 미래를 통해서 현재를 유지시키려고 노력하며, 일어나리라는 아무런 보장도 없는 시간 때문에,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물들을 마음대로 사용할 생각을 한다. - P41

이성이 취해야 할 마지막 태도는 이성을 초월하는 것들이 무한히 많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아는 데가지 이르지 못한다면, 이성은 연약한 것에 불과하다.

무한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모든 유한한 것들은 동일하다. 그래서 나는 왜 저것이 아닌 이것 위에 자기의 상상력을 자리 잡게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유한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느낀다. - P154

231
인간은 자연 가운데에서 가장 연약한 한 개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를 부러뜨리기 위해서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 한 방울의 수증기, 한 방울의 물로도 그를 죽이기에 충반하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부러뜨릴 경우라 할지라도 인간은 그를 죽이는 우주보다도 훨씬 더 고상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가 죽는다는 것과 우주가 자기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232
그러므로 우리들의 모든 존엄성은 생각 속에 존재한다. 우리들이 자신의 품위를 높여야 할 것은 바로 이 생각에 의해서이지, 우리들이 채울 수도 없는 공간이나 수명에 의해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잘 생각하도록 노력하자. 바로 여기에 도덕의 원리가 있다.

233
이 무한한 우주의 영원한 침묵이 나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한다. - P158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들이 오만에 빠지지 않고서도 접근할 수 있는, 그리고 절망에 빠지지 않고서도 그의 발밑에서 자기를 낮출 수 있는 신이다.

오직 기독교만이 외적인 측면과 내적인 측면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기독교는 내면적으로는 민중들을 높여주고, 외면적으로는 오만한 사람들을 낮추어준다. 이 두 가지 측면들이 없다면 종교는 완전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민중들은 문자의 정신을 이해해야만 하고, 유식한 사람들은 그들의 정신을 문자에 복종시켜야만 하기 때문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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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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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챕터씩 천천히 읽었다. 중간중간 들어간 농담들이 내내 좀 아재개그처럼 썰렁하고 싱겁다 생각했는데, 에필로그를 읽다 빵 터졌다. 아무래도 저자의 끈질긴 개그코드에 세뇌가 된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40대가 된 마당에 무슨 공부를 해야 할까 늘 마음속으로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객관식 사지선다의 정답 같은 명확한 답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방향성을 얻었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대로만 해도 늙어서 꼰대 소리 들을 확률은 좀 낮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최근에 생긴 한 가지 두려움은, 내가 지금 우리 부모님과의 사이에서 느끼는 세대 간 소통의 장벽 같은 것을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서 느끼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다. 부모님에게 나는 착한 딸이니까, 아니 착한 딸이어야 하니까 조금 의견이 달라도 그냥 ‘네네’ 하며 비위를 맞춰드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애초에 다른 의견 제시 자체를 부모님이 용납하지 못하게 되신 것 같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생각의 근육’이 굳어버려서 다른 쪽으로는 고개조차 돌릴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내게 공부는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항상 젊음의 상태로 유연하게 유지하는 행위이며,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공부란 늘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며, 그렇다는 건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하나의 생각이 아니라 두 개의 생각, 즉 복수의 생각을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새로운 대상을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이나 독서가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자기 관심 영역에서 경험이 일정 정도 쌓이고 나면, 경험 대상을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 [...] 한국을 공부하는 사람도 동유럽을 알아야 하고, 현대를 공부하는 사람도 중세를 알아야 하고,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도 시를 읽을 필요가 있다. 관습이라는 감옥에 갇히기 싫다면.
여러 경험과 생각이 쌓여서 하나의 성채를 이루고 나면, 그 성 내에는 일정한 온실효과가 발생하여, 이런저런 입체적인 잡생각이 추가로 생겨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견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생각과 경험들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용기라는 덕목이 필요하다. - P133

물론 갑자기 큰 용기를 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래서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생각이 혹은 자신의 글이 원래 계획했던 결론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글이 진짜 창의적이 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뭔가 엉뚱한 길로 간다는 것은 위험하지만 멋진 일이다. - P134

여유가 필요하다는 말이 곧 자신을 편한 상태에 두라는 뜻은 아니다. 어렵게 손에 쥔 여유를 가지고 과감하게 험지로 떠나야 한다. 너무 안온한 환경에 자신을 방치해두면, 새로운 생각을 할 역량 자체가 퇴화해버릴 것이다 - P137

미국의 작가 수전 손택은 말했다. "독서는 재게 유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세상이 못 견디겠으면 책을 들고 쪼그려 눕죠.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 P139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보르헤스는 말했다. "가장 행복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에요. 아, 책 읽기보다 훨씬 더 좋은 게 있어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인데,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 P142

그때 이후로 책에 대한 물욕을 상당히 버렸다. - P157

책을 사야 한다는 것은 그것을 간수할 공간까지 사야 한다는 의미다. - P160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향해 자신의 인생을 던지는 위엄이 기획자에게도 있다. - P196

취향을 넘어선 자기합리화가 일정 정도 타당성을 얻어, 마침내 상대를 설득하고자 할 때 비로소 견해라는 것이 확립되기 시작한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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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연대기 4 - 요정 모르간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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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 전설 안에서 아더의 기사들은 어둠의 세력과 전투를 벌이지만 절대선이라든지 절대악 같은 개념은 없다. 란슬롯과 귀네비어의 사랑은 불륜이므로 란슬롯은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무훈의 한 요소로서, 그 사랑 안에서만 그는 고양될 수 있다. 멀린은 우터 펜드라곤에게 불륜의 사랑을 허용하지만 아더를 탄생시키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반면에 아더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근친상간을 저질러 결과적으로 원탁을 파괴하는 모드레드를 낳는다. 선은 어디에 있는가? 악은 어디에 있는가? 란슬롯은 브리잔에게 속아 귀네비어을 한 번 이상 배반한다. 그 배반은 필요했다. 그것은 신이 원했던 것이다. 갈라하드가 란슬롯의 가문에서 태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 있어서, 아더왕 전설은 부도덕함의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도덕은 사회-문화적인 금기의 종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도덕은 성배와 원탁의 영웅들이 움직이고 있는 마법의 세계 안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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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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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실종. 그리고 거짓말.

이 책은 이 두 개의 사건에서 시작한다. 

이른 아침, 잠결에 인사를 하고 나간 남편은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두절된다. 

그리고 그는, 있어야 할 장소에 있지 않다.  


"나는 언제나 모순을 그냥 넘기지 못했다."(p.13)


직업이 테라피스트(심리분석가)인 주인공 사라는 그때부터 기억의 파편들과 여러 정황들을 끌어모아 이 모순적 상황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해보려 애쓴다. 결국 사라는 남편의 '실종'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을 인정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실종자 대다수는 몇 시간 뒤에 나타난다"는 무심한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다. 모든 게 꿈이기를 바라지만 남편은 없다. "이 집에서 비명을 지르는 부재. 시구르." 


"뭐, 선생님은 대화할 친구가 있어요?... 아니, 친구가 있기는 해요?"(p.29)


사라의 미성년 환자인 베라가 "푹 찌르듯 심술궂고 신랄하게" 말한 것처럼, 사라는 외롭다. 예전에는 서로 무척 가까웠고, 무슨 얘기든 할 수 있었던 친구들과는 이제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지금 같은 때에 친구가 필요하지만, 사라는 아무에게도 중요한 얘기를 털어놓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이야 어떻든 일단 속에 있는 것을 쏟아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라는 망설이고, 상황을 재고, 자신에겐 그럴 사람이 없고 사람들은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먼저 마음을 닫아버린다. 소통하는 방법을 잃은 사람들, 소통을 닫아버린 사람들을 치유하는 테라피스트가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지는 설정의 아이러니는 극도의 긴장감을 몰고 온다.    

가족도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엄마는 사라가 어렸을 때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났고, 아빠란 사람은 피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 있는, "매우 가까워지거나 비밀을 공유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다. 시어머니는 "놀랍도록 합리적이고, 쉽게 흥분하고 예민한 사람들을 마뜩잖아" 한다.  그나마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준 언니가 있지만, 언니에겐 방해해서는 안 될 가족이 있다.

비단 사라만 이런 외로움을 느낄까? 문제가 없을 때는 '혼자'라는 것이 큰 걸림돌이 되지 않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는 '혼자'여도 괜찮을까? 


"나는 중요한 요소를 하나 빠트렸던 것이다. 인적 요소를.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 동료들의 이름에 줄을 쓱쓱 그으며 지우던 그때의 나는 내가 엄청나게 외로워할 것임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리라는 것도. 1년 전에 누군가가, 광고를 해서 환자를 더 끌어오는 일을 내가 얼마나 어려워하게 될지- 그 일을 얼마나 꺼리게 될지-말해줬다면 나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p.11)


타향에 7년을 내려와 살면서 새로 사귄 친구가 없다시피 한 나는 저 문장들에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이들과 씨름하며 일할 시간도 겨우 내는 판에, 친구 사귈 시간은 사치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도 가끔씩 위기가 찾아왔다. 대화 상대라고는 평균 연령이 10세인 아이들과, 그저 얘기를 나누려던 것뿐인데 항상 불평불만을 늘어놓게 되는 남편이 전부인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한계가 자주 그리고 깊이 찾아왔다. 어쩌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하고는 뭔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들어 난생처음 '차단'이란 걸 해보기도 하고, 속이야기를 나누는 친구와도 거의 텍스트 메시지로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의사전달이 명확히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피상적이고, 임시적인 관계가 될 것임을 전제한 만남들은 '빈 껍데기'뿐이었다. 


이런 공감 포인트 때문인지, 이 책이 심리 스릴러임에도 나는 여기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과 해결 과정보다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에 더 깊이 몰입했다. 작가는 "인간 심리와 관계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할 수 있기" 때문에 처녀작으로 스릴러라는 장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믿고 의지하던 사람, 모든 걸 다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 사라지고, 더는 왜 그랬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그 사람의 거짓말이 잔인한 현실을 드러낸다면, 우리 역시 사라처럼 내면의 온갖 어두운 상처들을 끄집어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또한 작가는 "인간이 가진 악의 속성, 악의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에 잠재된 악의 속성은 우리가 외롭고 가장 취약한 순간에 고개를 드는 게 아닐까. 


모르겠다. 나는 작가가 열어젖힌 어두운 이면에서 소위 말하는 무시무시한 악한이 아니라, 여전히 '어둠 속에 앉아' 외로움에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본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악의 생리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자의적으로 해석한 선의에서 배양되는 게 아닐까 하는 비릿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는 '친구와 사이 좋게 지내자'라는 규칙(?)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을  더 먼저 배운 것 같다. 문득 앞으로 나의, 우리 아이들의 인간적 거리는 얼마나 더 멀어질 것이며, 그 외로움들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암울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친구야, 우리는 정기적으로 [우리와 정신적 연령이 맞는] 성인들과 대화를 나눠야 해"라고 말해주는 오랜 친구의 한마디에서 기운을 차리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육지에서는 물난리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고, 내가 머무는 제주는 딴 나라 일이라는 양 이재민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단 이틀이었지만, 이 책이 주는 외로움의 서늘한 한기 때문에 잠깐은 더위를 잊었다. 더불어 부록으로 딸려 온 만다라를 두 딸과 함께 정성껏 채운 시간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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