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2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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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다 천재가 아닐까..? 아.. 나처럼 느리고 머리 나쁜 인간은 절대 작가가 될 수 없을 거야...'
뒤마의 <삼총사>는 읽는 내내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과, 영원히 충족되지 않을 그 욕망에 대한 좌절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마침 알파고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사들을 읽었는데, 그래도 작가라는 직업은 인공지능이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일 거라 생각한 참에, 그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문학상 심사 1차를 통과했다는 기사를 읽고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왔다(젠장, 인간은 미래에 뭘 해먹고 살란 말이냐? --+)
대충 이 책의 리뷰를 훑어보니 다들 어린시절에 한 번은 스치고 지나간 그런 작품인데, 난 책도 영화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달타냥은 삼총사의 꼬붕 정도고, 포르토스는 장비 스타일, 아라미스는 이름이 정말 예쁘고, 아토스는 삼총사의 대장 격이며, 밀레디는 이름마저도 신비롭다 정도로 <삼총사>에 대한 인상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뭐 구태여 주인공을 꼽자면, 스토리의 맥락을 끌고 가는 인물은 달타냥인데 왜 이 책의 제목은 '사총사'가 아니고 '삼총사'일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좀 들었다. 어쨌든 생각보다 (매우) 어린 이 인물의 무모함과 어디든 무턱대고 덤벼드는 가스코뉴 사람 특유의 치기가 너무 재미있다. 이 시대 소설들이 다 그렇듯이 진짜 말도 안 되는 '우연'으로 사건이 연결되는 과정이나, 완전 유머러스하고 큭큭큭 웃음이 새어나오게 만드는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들 모두 책장을 휘휘 넘어가게 만든다. 
<시그널>이 한참 방송될 때 금요일과 토요일을 몹시 기다렸던 것처럼, <삼총사>가 연재되는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뒤마 시대의 독자들을 생각하니 공감도 느껴지고 스릴도 느껴진다.
유럽에 갔을 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어, 이건 책으로 보던 그림과 똑같잖아. 그림을 못 그릴래야 못 그릴 수가 없었겠군' 하며 감탄 아닌 감탄을 했었는데, 시대 자체가 소설적이라 할 만큼 파란만장 했던 소설 속의 역사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요소들을 이렇게 재미나게 버무린 뒤마(와 집필공장의 이름 모를 수습생들)에게 진심 감사하며, 삼총사를 다 읽고 나면 이번에 우리 고전에도 많이 많이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좀 부끄러운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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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열린책들 세계문학 13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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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나마 그래도 책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사람이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는 데 대한 죄책감이 늘 마음 저 한 켠에서 나를 괴롭혀왔다. 요즘 일도 없고, 하릴 없이 노는 것도 지친 나머지 다시 독서와 독후감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드디어 실천에 옮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데, 책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배가 살살 아파올 정도로 긴장된다. 결혼하고 이사 세 번에 책장 정리 포기는 좀 빠를 성 싶은데, 어쨌든 마지막 이사하면서 이삿짐 부리는 아저씨들이 꽂아준 대로 아무런 연고 없이 중구난방 이웃하게 된 책들은 여전히 서로가 낯설어하는 눈치다. 결국 책장 정리부터 해야겠다 싶었으나, 일단 가장 많이 보유한 출판사의 책들끼리 꽂아놓는 데 만족했다. 그리고 그냥 스르르 <보물섬>이 내 손에 들어왔다

 

독서에도 징크스가 있다면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이상하게 해양소설(바다나 배, 항해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은 궁합이 좀 안 맞는다. 이런 책들은 거의 완독을 하지 못했다. 뱃멀미가 나서 그런가, 범선의 각 부분 명칭들이 도통 익숙해지질 않아서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도 약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용케 그 징크스를 이겨내고 순항하다 못해 쾌속을 했으니, 그간 녹슬었던 책 읽기에 기름칠은 제대로 한 셈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프랑켄슈타인>, <보물섬> 등 기타 우리가 어린 시절에 접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어른이 되어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거 진짜 어린이 책 맞아?' 하는 거다. 어린이들이 읽기엔 자못 흉흉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은데 <보물섬>도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는 큰아이를 의식하고 고른 책이기도 해서, 간혹 정신이 들면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혔다간 질문들이 마구 쏟아질 게 뻔하다.

 

보물섬’이 상징하는 돈과 욕망이란 또 얼마나 추악한 것인가. 추악함을 알면서도 나이를 먹을수록 삶의 목표를 점점 그곳에 두는 나 자신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결혼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냥 읽고 싶은 책 망설이지 않고 사볼 수 있을 정도면 족하다는 데 그쳤는데,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먹고 사는데 쫓기다보니 돈이 주는 안정감과 편리함에 익숙해지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점점 더 금전의 늪에 빠지게 되더라.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행히 천신만고 끝에 보물을 손에 넣지만, 솔직히 그것은 피로 물든 돈이다. 더구나 그들은 보물의 원래 주인도 아니다. 자기 게 아닌 걸 가지면서 도덕적 비난도 피해간다? 이것은 이 책의 시대적 한계일 것이지만, 한 편의 흥미진진한 모험소설을 다소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바삭한 겉면에는 분명 흥분과 떨림 속에서 소설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게 만드는 흥미로운 측면이 있다. <보물섬>의 지도는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을 악다구니로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고 들뜨게 만들어주는 희망과 환상이기 때문이다. 당첨될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걸 알면서도 로또 한 장의 기대감으로 한 주를 살아가듯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보물의 환상은 날선 마음을 무디게 만들고 혼자만의 비밀스런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 책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건, 초반 어느 부분인가를 읽다가 갑자기 네 잎 클로버 더미가 후드드 떨어져 놀란 일이다. 재작년 초여름, 제주의 정방폭포 올레길에서 네 잎 클로버를 거의 3~40개 딴 적이 있었다. 희귀한 네 잎 클로버가 돌아서면 하나씩 튀어나오는 바람에 마치 그것을 따 모으면 진짜 그만큼의 행운이 내 손에 들어오기라도 하듯 정신없이 따 모았다. 집에 와서는 백과사전 갈피마다 한두 개씩 끼워 말려놓고는, 다 마른 것을 아마도 이 책에 끼워놓았던 모양이다. 헌데 평소에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기 힘든 네 잎 클로버가 뭉텅이로 쏟아지니 그 김빠진 느낌이란 참...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차고 넘치면 가치가 떨어지고, 간절히 원하던 것도 손에 들어오면 흥미가 떨어지는 욕망의 아이러니랄까. 그런 면에서 내 보물섬의 지도는 분명 진짜 존재하는 것이되, 그 보물은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그러한 것이길 바란다면 나 역시 아이러니한 인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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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네 아들-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 요한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바흐,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
마르틴 게크 지음, 강해근.나주리 옮김 / 풍월당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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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알베르트 슈바이처 지음, 강해근.나진규.장견실 옮김 / 풍월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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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레 뮌터
보리스 폰 브라우히취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풍월당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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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과 이졸데
리하르트 바그너 (Richard Wagner) 지음, 안인희 옮김 / 풍월당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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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라캥
에밀 졸라 지음, 박이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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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지독한 이야기군...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낸 졸라나 소설 속 주인공들의 운명이 참 지독하단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사랑도 아닌 참을 수 없는 욕정에 의한 살인과 그보다 더 잔인한 거짓말들.
그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무지함의 아이러니. 
살인자의 죄책감이 만들어내는 무시무시한 광기와 어쩌면 당연한 두 사람의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
근데 요즘 소위 사이코패스라는 자들의 행각을 보면 롤랑과 테레즈의 광기는 인간적이기까지 하다. 

롤랑의 목에 들러붙은 카미유의 시뻘건 이빨자국은 소설을 읽는 내내 나의 목에도 들어붙어 있는 것 같았고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채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들의 보살핌과 위선적인 속죄를 외면할 수도 없는 카미유 엄마의 그 부조리한 상황에서는 정말 오싹하기까지 했다.

지금이야 이러한 엽기적인 상황의 충격파가 그다지 심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소설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졸라가 서문을 통해 그런 변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만큼 충격적이었을 거란 사실이 쉽게 짐작된다. 인간의 본성, 바로 나의 본성이 이토록 혐오스럽고 저주스런 것인가... 그것이 진실이라 해도 그건 애써 그에 눈 가리고 싶고 외면해버리고 싶은 진실이다.
과연 졸라는 이 인간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폭로함으로써 무엇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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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Mr. Know 세계문학 5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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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내줄 만큼 지독한 사랑을 못 만나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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