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와 백수를 가로지르는 엄청나게 자유분방한 그간의 생활을 청산하고,
그 달콤쌉싸래한 시간 동안 유일하게 즐거웠던 독서의 기억들을 밑천 삼아,
출판사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어린이책을 만들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막상 들어와 며칠 일하고보니,
무덤덤한 내 성격에 아기자기한 면을 더해줄 것도 같고,
내 역량에도 딱 맞는 훌륭한 곳이다.
집과 거리가 좀 멀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인데,
이참에 독립을 모색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루 종일 책 읽는 게 일인 건 더할나위없이 좋은데,
그게 점점 일이 되어가는 것 같아 심히 불안하다.
돌아보니 8, 9월 동안 제대로 끝을 본 책이 거의 없다.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는 책은 어쩐지 집중이 안되고,
뭔가 날 확 사로잡는 느낌이 없다.

에이. 너무 욕심 부리지 말자.
뭐든지 적응기라는 게 필요한 법이니까.
그래도 이건 걱정된다.
좋은 책을 만드는 비법은 역시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접하는 것이 지름길인데.
나만의 독서를 게을리하는 건 자의든 타의든 빨리 일과 생활에 적응해서 없애버려야겠다.

욕심은 부리지 않으련다.
내가 평소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부분들이 좀 덜하도록만 책을 만들자,
이게 나의 초짜 편집자 생활의 모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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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4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9-14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부엉이님, 어린이책출판사에서 일하시게 되었나봐요. 축하드려요^^ 어린이책을 늘 봐야하는 전 무척이나 반갑네요. 그런 곳에서 편집일을 하시게 되었으니 부럽기도 하구요^^ 님, 차츰 그곳 소개 좀 해주세요. 책도 소개해주시면 좋구요. ^^

부엉이 2006-09-1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없는 악조건을 뚫고.. 정말 운이 좋았던 거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네요. 배혜경님 서재에서 들러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저는 파랑새어린이 출판사에서 외서팀을 맡게 됐어요. 좋은 책 나오면 가끔 보내드려도 되죠? ^^

프레이야 2006-09-1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파랑새어린이라면 제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 중의 하나에요. 어린이도서들이 참 좋더군요. 외서팀이라면 더욱 매력있네요. 국내에 쉽게 소개되지 않는 좋은 책들이 많이 번역되어 소개되면 좋겠어요. 보내주시면 전 너무너무 좋지요. *^^*
보람있는 하루하루 엮어가시길 빌어요^^

부엉이 2006-09-15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열심히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