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랜서와 백수를 가로지르는 엄청나게 자유분방한 그간의 생활을 청산하고,
그 달콤쌉싸래한 시간 동안 유일하게 즐거웠던 독서의 기억들을 밑천 삼아,
출판사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어린이책을 만들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막상 들어와 며칠 일하고보니,
무덤덤한 내 성격에 아기자기한 면을 더해줄 것도 같고,
내 역량에도 딱 맞는 훌륭한 곳이다.
집과 거리가 좀 멀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인데,
이참에 독립을 모색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루 종일 책 읽는 게 일인 건 더할나위없이 좋은데,
그게 점점 일이 되어가는 것 같아 심히 불안하다.
돌아보니 8, 9월 동안 제대로 끝을 본 책이 거의 없다.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는 책은 어쩐지 집중이 안되고,
뭔가 날 확 사로잡는 느낌이 없다.
에이. 너무 욕심 부리지 말자.
뭐든지 적응기라는 게 필요한 법이니까.
그래도 이건 걱정된다.
좋은 책을 만드는 비법은 역시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접하는 것이 지름길인데.
나만의 독서를 게을리하는 건 자의든 타의든 빨리 일과 생활에 적응해서 없애버려야겠다.
욕심은 부리지 않으련다.
내가 평소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부분들이 좀 덜하도록만 책을 만들자,
이게 나의 초짜 편집자 생활의 모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