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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고의 숲
로버트 홀드스톡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끼리는 상호교감한다. '아발론 연대기'와 '미사고의 숲'의 경험을 통해 교감에 동참한다. 미사고의 숲 심장부에는 불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는 라본디스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아발론(성배가 숨겨져 있는 신비의 섬), 천국, 혹은 티르나노우라는 무엇이라 불러도 상관없는 원초의 세계이다. 그곳은 '인간의 영혼이 계절에 얽매여 있지 않은 장소'로 인간 세계의 시공간의 개념이 무너지고 신석기인부터 왕당파 병사에 이르기까지 전시대의 신화적 인물들이 섞여 움직인다.
기독교의 윤색을 거치지 않은 켈트 신화는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의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그리스나 로마 신화처럼 정제되지 않고, 기독교의 신화처럼 천상의 신화가 아닌 땅의 신화, 숲의 신화이다. 여기서 귀네스는 '카멜롯의 전설' 등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운 왕비 귀네비어의 이미지가 아니라 '킹 아더'에서 나타나는 녹색과 흰색의 도료로 얼굴을 가린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와 가깝다. 그녀가 대지의 딸을 상징하는 것처럼 켈트 신화는 땅과 자연으로부터 아직 인간이 덜 분리된 시대를 이야기한다. 정제되지 않은 이러한 이미지들은 수많은 매체를 통해 우리의 뇌리에 '야만 savage(英), sauvage(佛)'이라는 단어로 폄하되었다. 요즈음 켈트 신화가 부쩍 자주 거론되는 것이 지금의 문명의 자연파괴를 억제하고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흐름의 일환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