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책에 적합한 제목을 붙이는 데 발군의 실력을 갖춘 나의 출판업자 발렌티노 봄피아니(Valentino Bompiani)는...-12쪽
만약 문화를, 남보다 뒤떨어지지 않겠다는 심사에서 끈질기게 혼자 내적인 소양을 단련해 스스로를 고귀하게 만들고 대중의 세속성에 반대하고 나서는 "귀족주의자들이나 관심을 두는" 일로 이해한다면[...]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열려진 문화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망상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대중문화"는 반(反)문화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중문화"는 대중의 삶이 복잡한 역사 과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되는 때에야 등장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일시적이며 제한적인 일탈 현상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오히려 대중문화는 논박의 여지가 없는 붕괴의 징후로 읽혀야 한다. 이러한 몰락에 직면해 "문화인"(몰락해갈 수밖에 없는 전사前史의 최후의 생존자)은 종말론적인 의미에서 최후의 증언을 해야 한다.-24쪽
훈련받은 대로 "평균적으로" 행동하던 대중들이 [...] 어느 날 갑자기 번데기의 껍질을 벗고 "초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문뜩 떠올리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대중문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26쪽
막강한 힘과 천부적인 재능이 넘쳐나는 이 주인공("초인")이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의 엄청난 활동 능력을 보여주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일종의 공식적인 상식의 지적국(地籍局)의 승인을 받지 않은 계획은 뭐든지 포기하고 절대 수동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려는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27쪽
"초인"에 관한 담론은 향수 어린 신화로 응결되며, 이러한 신화의 역사적 연관성은 흐릿해져 다시 수동성으로 이어진다. [...] 이 세상은 결코 "초인"을 위한 세계가 아니다. 무엇보다 그저 우리들의 세계일 뿐이다. [...] 인간을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인간 중심적인 세계를 만들어 나가려면 인간이 기성의 조건에 순응하지 말고 그러한 조건에서 벗어나야 한다. -28쪽
"외적인 요소"(보급가능성과 가격)가 제품의 성격 자체를 뒤바꾸어 놓게 된다. [...] 그것은 취향과 언어를 "평균적인" 수용 능력에 맞추어 놓았다. [...] 책이 대중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독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역으로 이러한 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언제나 우아하게 대중의 이해 여부를 척도로 그리기 때문에 점점 평이해지고, ...-30-31쪽
제품의 복제 가능성과 고객의 증가 그리고 사회적 무대 장치의 확대가 이러한 출판물을 둘러싸고 있는 복잡한 조건의 망 전체를 새롭게 규정하고 이러한 출판물의 특징을 새롭게 만들어내며, [...] 이러한 책들은 대중들의 공식적인 도덕의 틀 속에서 널리 확산되어 나가면서 대중을 만족시켜주는 동시에 통제하는 이중의 과제를 수행한다. 그리하여 기괴한 분위기를 쏟아냄으로써 탈주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문화 교양층"을 발전시킴으로써 대중들이 문맹상태를 벗어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32쪽
문화산업이란 모든 문화 일꾼이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여러 조건의 체계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과 비슷해져가고 있으며 [...] 점점 자신을 의식해가는 종속 계급이 정치적 시민적 평등주의 프로그램과 긴밀하게 얽혀왔기 때문에...-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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