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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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깜짝놀라 죽는줄 알았네."

   입버릇처럼 하던 말에, 세상에 깜짝 놀라 죽었다는 사람 하나도 보지 못했으니 그런 말은 하지말라며 부모님께 한소리 들은 적이 있었어요. 한마디로 농담이라도 죽는다는 소릴 하지 말라는 말이겠지... 했는데 요즘 뉴스에서 보도하는 안타까운 죽음들을 보면 마음이 무척 아팠고, 얼마나 삶이 고되고 힘들었기에 그 어려운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지, 그럴 용기가 있다면 그 힘으로 살아나가야지 죽긴 왜 죽냐며 한탄섞인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답니다. 

 

 

  아침부터 불길한 기분의 나일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옥상난간에 서있는 친구를 구하려다 함께 사망하고 맙니다. 저승길도 만만치 않았지만 가는 중간에 오디션에 통과해야만 그 길을 갈 수 있다며 막아서는 마천과 사비, 이유는 명을 다하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자들은 주어진 시간을 채우지 못한 대가를 치르기 위해 오디션을 봐야한다는 것이지요. 총 열 번의 오디션을 보는데 미션은 심사위원이 눈물 흘리게 만드는 것, 하지만 노래를 하고 연극을 해도 그들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지요. 게다가 나일호는 스스로 죽은게 아니라 친구를 구하려다 죽었는데 오디션까지 봐야하는 상황... 과연 이들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의 심사위원의 정체는 누구일지 신중히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세상에 나올 땐 저마다의 삶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책속에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이라는 평등한 시간에 자신의 삶을 얼마나 값지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들어있답니다. 하지만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범죄, 견뎌내기 어려운 불치병 등으로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포기하기 전에 남겨진 시간과 남겨질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아쉬움없이 삶을 마감했으면 하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듯 했습니다.

 

  아이들은 "오늘이 힘들다고 해서 내일도 힘들지는 않다."는 말에 공감하며 자신이 힘들때가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잊어버렸다며 웃어넘기기도 했지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없다면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나마 나아진다며 용기를 얻은 듯 했습니다.

  구미호는 언제 나오는지 궁금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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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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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여자의 딸'은 베네수엘라문학으로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나와 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된다면 죽음에서 모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1980년대 경제 공황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직면하고 날이 갈수록 부패하는 정권은 이제 그 누구도 보호하지 않는다. 더나아가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지폐를 봉투에 가득 담아줘도 뭐하나 제대로 얻는게 없다. 이로 인해 폭력과 약탈은 당연시 되면서 국민성은 잃어가고 국가의 존망의 위기에 닥치게 됐다.

 

  저자는 이 이야기가 허구라고 조심스레 말하고 있지만, 실제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으니 이보다 더할것이라 생각이 든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망국으로 가고 있고 민주화를 향한 외침에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학살에 이르는 행위를 하는 나라의 상황을 보면 국가의 존재가 과연 공존을 위한 사회적, 정치적인 정당한 행위인지 모든 게 의심스럽기만 하다.

  책 속의 아델라이다는 왜 스페인 여자가 되려고 했는지, 지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 만나보도록 한다.

 

 

 

 

  베네수엘라는 독립전쟁 이후 최악의 날을 보내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호적인 단체를 끌어들여야 했고 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 주어야 했으나, 재정이 바닥이 나사 그들에게 내키는대로 약탈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조건은 자신이 죽거나 타인을 죽일 각오만 있다면 말이다. 그리하여 행해진 정당한 가택 침입과 수색은 어떤 이유를 붙여 강도현장으로 돌변하고 매일 신문 1면엔 자국민의 학살이 보도되었으며 목소리 내는 것을 잊은 사람들처럼 살았다.

 

 

  아델라이다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혼자 살아갈 방법을 찾는데, 불행은 왜 연속으로 찾아오는지 그녀의 집은 보안관으로부터 침탈당하고 그녀는 헌 걸레짝 마냥 내팽겨진다. 그러다 들어간 이웃집, 스페인 여자의 딸

이라 불리는 아우로라 페랄타가 죽어있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발견한 신분증명서와 여권, 그녀는 신분을 훔쳐 새롭게 태어나려 한다.

 

  조국의 기동부대라 일컫는 이들의 횡포는 굉장히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했다. 인간이 코너에 몰리면 협상이 아닌 명령에 복종하고, 안쓰러운 인정이 아닌 약탈을 하면서 죽음으로 내몬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자국우선주의, 책임회피, 경제 압박 등은 역시나 공존하는 세계가 아닌 이기주의적 양상을 보여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이 책도 어느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공통의 문제로 모든 국가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심각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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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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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삶은 기복의 연속으로 서로 상반되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기쁨과 슬픔, 좋거나 싫거나, 밝고 어둠 등의 단어일뿐인 이러한 말들을 감정과 섞어내며 불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를들면 기쁜 일이 생겼지만 마냥 기뻐하지 않는 절제된 감정, 언제 다시 슬픈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기쁨을 맞이하는 것. 왜 인간은 이렇게 불안 속에 갇혀 마음껏 긍정적 에너지를 표출하지 못할까?

 

  녹턴은 이런 감정들을 편안하게 풀어낸다. 책 속에 등장하는 뮤지션의 발자취를 따라 음악과 함께 여유있는 시간을 선사하는데, 그것이 부드럽고 아늑한 시간만을 전해 주는 건 아니다. 인간에겐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꿈이 있지만 어쨌든 무너지지 않고 그 길을 덤덤히 나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크루너는 한때 최고의 자리를 누렸던 가수가 베네치아의 곤돌라에서 부르는 이별의 노래는 아프지만 사랑이였음을 보여줬고, 비가 오나 해가 뜨나에서는 인간의 삶이 아무리 얽히고설킨 얽히고설켜 있어도 우리의 삶은 여전히 흘러가며 살아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몰번힐스는 음악인의 길은 뭐가 되던간에 음악을 한다는데 그게 맞는 길인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하지만 역시 음악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고, 첼리스트는 음악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들려오는 노래 소리를 지나치지 못하는 추억으로 떠나게 만든다. 지금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던간에 그렇지 않던간에...

 

  특히 이 책의 표제작인 녹턴은 우리가 직시해야 할 많은 과제를 남겼는데, 능력이 출중한 섹소폰 연주자가 자신의 못생긴 얼굴때문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는 자책에 빠져있다. 게다가 아내까지 떠났고... 그런 그가 성형수술을 받기로 마음먹었고 얼굴에 붕대를 잔뜩 감은 채 같은 호텔에 다른 사연으로 성형수술을 한 린다와 얘기를 나누게 된다.

 

  우리는 하루하루 삶을 보내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고 성공과 실패를 맛본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혹시 자기 자신만이 세운 기준이 아닐까? 타인이 보기엔 큰 실패가 아닐수도 있고 그렇다고 내일을 안 살것도 아닌데 너무 크게 좌절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녹턴이 그랬다. 인간에겐 조건이 없고 꿈이 있었으니 오늘이 있는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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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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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 첼리스트

뮤지션이라 하며 광장에서 한껏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보면 자유스런 영혼의 소유자 같다. 어느 누구는 약속 시간에 조금 일찍 도착해 잠시 머물기도 할 것이며, 음악에 이끌려 온 연인은 노래를 들으며 사랑을 속삭일 것이다. 그리고 텅빈 광장에 듣는 이가 없다면 그들은 어디로...

 

예술을 한다는 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천부적인 잠재력과 노력, 어느것에 더 큰 점수를 부여할지 모르겠지만 무엇보다도 대중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읽을수록 무거워지는 예술 세계의 모습은 너무나 상반되어 있었다. 빛과 그림자... 떠오르는 신예에서 지는 별...

 

녹턴은 뭐랄까... 여행길에 확트인 광장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시켜놓고 음악에 대해... 삶에 대해... 유독 이곳만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나른한 쉼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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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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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릭 배크만은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만났다간 정말이지 큰 코 다친다. 예전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읽고도 묵직한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 가슴이 뭉클했는데 '불안한 사람들' 역시나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적지않은 메세지를 선사한다.

 

  표지만 보면 엉뚱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지만, 토끼탈을 쓴 누군가가 책상위에 걸쳐앉아 피자와 그림, 그리고 와인?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다가 탈을 쓰고 있으면 잘 볼수도 없고 잘 먹지도 못 할텐데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불꽃놀이가 한창인 창밖을 보면 무엇을 소원하던 간에 왠지 그의 손을 들어줄 것 같다.

 

 

  "10년 전에 한 남자가 어느 다리 위에 서 있었다" 작가는 이 남자가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넘겨들으라고 하지만 이 책은 10년 전 이 시점부터 모든 것이 다 연결된다. 기가막힌 연결고리에 이어 불안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블랙유머를 보여준다.

 

  6500만 크로나(약 89만원)를 구하려고 처음으로 강도 행각을 벌이는 이는 어처구니없게도 현금 없이 운영되는 은행으로 들어간다. 어쨌든 은행강도니 경찰이 출동했고 그들을 피해 도망간 아파트는 오픈하우스라 여러사람이 내부에 있었다. 어떨결에 은행강도에서 인질범이 되어 버린 그는 생각이라는 걸 하고 싶은데 말 많고 말을 듣지도 않는 인질들때문에 당황하게 된다.

  이렇게 처음부터 난장판인 상황에 배고픈 인질들은 경찰에게 피자를 부탁하고 마음 약한 은행 강도를 측은하게 여기는데, 스토리 자체가 엉뚱하고 기가 찼지만 쉼없이 몰려드는 뭉클한 그들의 이야기때문에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이 속에 있는 인물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중 누군가의 이야기다. 완벽한 삶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 인간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으며, 누군가로 인해 행복을 느낀다. 살면서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우리는 포기하는 삶 대신 살아내는 오늘을 만들어내, 그 속에서 작은 기쁨 하나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대단하게도 수다스러운 책인듯 하지만 그 속에는 내일이 없는 오늘은 절대 없음을 기쁨의 감동으로 전해준다. 역시 프레드릭 배크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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