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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평점 :
'스페인 여자의 딸'은 베네수엘라문학으로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나와 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된다면 죽음에서 모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1980년대 경제 공황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직면하고 날이 갈수록 부패하는 정권은 이제 그 누구도 보호하지 않는다. 더나아가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지폐를 봉투에 가득 담아줘도 뭐하나 제대로 얻는게 없다. 이로 인해 폭력과 약탈은 당연시 되면서 국민성은 잃어가고 국가의 존망의 위기에 닥치게 됐다.
저자는 이 이야기가 허구라고 조심스레 말하고 있지만, 실제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으니 이보다 더할것이라 생각이 든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망국으로 가고 있고 민주화를 향한 외침에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학살에 이르는 행위를 하는 나라의 상황을 보면 국가의 존재가 과연 공존을 위한 사회적, 정치적인 정당한 행위인지 모든 게 의심스럽기만 하다.
책 속의 아델라이다는 왜 스페인 여자가 되려고 했는지, 지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 만나보도록 한다.
베네수엘라는 독립전쟁 이후 최악의 날을 보내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호적인 단체를 끌어들여야 했고 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 주어야 했으나, 재정이 바닥이 나사 그들에게 내키는대로 약탈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조건은 자신이 죽거나 타인을 죽일 각오만 있다면 말이다. 그리하여 행해진 정당한 가택 침입과 수색은 어떤 이유를 붙여 강도현장으로 돌변하고 매일 신문 1면엔 자국민의 학살이 보도되었으며 목소리 내는 것을 잊은 사람들처럼 살았다.
아델라이다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혼자 살아갈 방법을 찾는데, 불행은 왜 연속으로 찾아오는지 그녀의 집은 보안관으로부터 침탈당하고 그녀는 헌 걸레짝 마냥 내팽겨진다. 그러다 들어간 이웃집, 스페인 여자의 딸
이라 불리는 아우로라 페랄타가 죽어있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발견한 신분증명서와 여권, 그녀는 신분을 훔쳐 새롭게 태어나려 한다.
조국의 기동부대라 일컫는 이들의 횡포는 굉장히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했다. 인간이 코너에 몰리면 협상이 아닌 명령에 복종하고, 안쓰러운 인정이 아닌 약탈을 하면서 죽음으로 내몬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자국우선주의, 책임회피, 경제 압박 등은 역시나 공존하는 세계가 아닌 이기주의적 양상을 보여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이 책도 어느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공통의 문제로 모든 국가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심각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