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매혹한 돌 - 주얼리의 황금시대 아르누보, 벨에포크, 아르데코 그리고 현재 윤성원의 보석 & 주얼리 문화사 2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석이라고 하면 부와 명예의 사치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강의 현장에서 이런 편견된 시선과 부딪혔는데 주얼리는 시대가 보여주는 경제성장의 가치이며 역사 속 인물의 추억의 소장품으로 우리는 이제 보석을 사치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의 경제적 유산인 시각으로 봐야한다고 하며 이 책을 쓴다고 소개했다.

전 편에 소개한 <세계를 움직인 돌>에서는 귀한 가치를 찾는 인류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의 역사를 보여줬다고 한다면 <세계를 매혹한 돌>에서는 근현대사를 이끈 시대적 가치와 사상을 품은 보석의 행보를 보여준다. 특히 두번의 세계대전과 경제공황을 겪으며 역사속의로 사라진 것들과 세상밖으로 나온 보석을 소개한다는데 무척 기대가 됐다.

복고풍 주얼리로 보석의 문을 연 <세계를 매혹한 돌>은 영국의 해리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영국왕실을 떠난 이유가 인종차별때문이라 했는데, 서양에서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그래서 고대 누비아의 파라오를 묘사한 이집트 복고양식의 주얼리는 특별하다는데 바로 카를로 줄리아노의 브로치가 그러하다. 서양에서는 흑인초상의 주얼리가 흔하지 않았지만 이 이집트 복고양식은 세월이 지난 후 다시한번 흥행한다.

또한 화려한 튜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를 뽑으라면 '홀바인풍' 주얼리다. 초상화가의 이름을 딴 이것은 화가의 드로잉을 참고하여 만들어졌으며 이를 베낀 영국은 르네상스 시대를 테마로 가장무도회를 장식하기도 했다.

 

 

 

18세기의 빨간 초커가 단두대의 희생자를 상징했다면 19세기엔 매춘을 상징한 검정 초커를 보며 몹시 놀랐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유행하고 있던 패션 아이템이었기 때문인데 이것의 상징이 매춘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네의 작품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에서도 종업원의 목에 검정 초커를 예를들며 거울에 비친 신사를 통해 당시에 매춘도 겸했던 것을 암시하고 있다. 에드가르 드가의 발레리나들도 마찬가지로 노동자 계층에 속해 있던 그녀들도 후원자를 통해 매춘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은 코스튬 주얼리로 모조보석과 비금속 등으로 만들어진 주얼리가 패션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부와 지위가 아닌 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감각적 도구인 것이다.

읽는내내 눈이 즐거웠다. 시대적 배경을 둘러싸인 보석의 가치와 역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경제적 가치 창출의 목적도 있겠지만 희소성을 생각하자면 그만큼 가치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함은 누구나 원하는 욕구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블로지 - 히어로 만화에서 인문학을 배우다
김세리 지음 / 하이픈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를 열광시킨 어벤져스... 우리가 히어로에 빠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느 시기, 어느 세대를 거쳐가더라도 우리에겐 영웅이 필요하기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 세계에서는 아무리 힘들고 고난에 빠져도 결국엔 정의가 승리하니까 말이다. 모두가 영웅에 목말라 하는 이유는, 아마도 어려운 시기를 살아내고 세상이 여전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선가 "~"하고 나타나 나를 힘들게 하는 악당을 처단해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말이다.

<마블로지>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인문학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고 인간사상에 있어 여전히 성선설인지 성악설인지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 마블세계 속에서 만나는 인문학 여행이라니, 일단 정의의 승리는 정해져 있는 답이고 만화나 영화로도 한번씩은 만난적이 있기에 무척 가깝게 느껴져서 쉽게 접근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이를 '마블학'으로 정의해 크게 마블 영화 세계마블 만화 세계로 나누고 그 속에서 인문학적 담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술했다고 한다. 기발하면서 흥미롭게 접근하여 슈퍼히어로들이 말하는 정의의 인문학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마블의 탄생을 시작으로 다양한 힘을 가지고 있는 슈퍼 히어로의 존재와 그들이 인류의 존재를 위해 움직이는 임무에 대해 '정의'를 기반으로 한다고 말한다. 거침없이 불의를 행하는 이들에 윤리적 잣대를 두고 그들을 심판하는데, 악당의 내면을 깊숙히 파헤치자면 그들도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 자신의 기준에 걸맞는 복수를 한다고 대변한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억울함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방패삼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시키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는 끊임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정의가 승리하지만 그전에 격투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대립은 더이상 회생할 가능성이 없을만큼 무너뜨린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에 대해 말하자면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뻔한 내용이지만 더 강력한 히어로와 더 잔인한 악당을 탄생시키는 것이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면 어쩌면 악당이 승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하는 다른 생각을 가진 누군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래도 정의는 승리한다는 희망의 끈은 끝까지 놓지않기에 그 속에서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인문학적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

<마블로지>에서 말하는 정의는 소수가 아닌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고 누구에게나 선택의 자유가 존중되어야하며 함께 키워나가야 할 미덕을 고민하는 것이라 말한다. SF시리즈의 미래 지향적 존재지만 세계의 발전 속도를 보면 이 또한 가까워졌음을 체감하게 된다.

인문학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연결된 학문이다. 근본적으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변화하는 것들이 모두가 인간의 손에서 생성되고 소멸되기 때문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 아스트랄 개그 크로스오버 단편집
정재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그에 진심인 작가들이 뭉쳤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들에게 폭탄 웃음을 선사한다는 말에 감기던 눈이 확 뜨였다. 처음에 코로나가 발생하고는 모든 도시가 회색에 가려진 듯 도로의 자동차들도 흔적을 지웠는데, 이 상황이 길어지다보니 지친 사람들은 더이상 집에 갇혀 있을수만은 없어 사람이 모이는 장소로 나오게 되었다. 날씨까지 더워오니 악화되는 상황을 눈뜨고 보는 수밖에 없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웃음을 돌려주리라 다짐한 작가들이 모였다. 장르 불문하고 엉뚱한 상상을 죄다 모아놓은 열 한개의 단편은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기발하고 독특하며 톡톡튀는 언행에 어처구니 없는 작명 등을 소개하며 정신줄을 놓게 만든다. 한 마디로 이 책을 집어들기 전에 정신줄 단단히 동여매고 배꼽은 제 자리에 위치해 있는지 확인해둬야 할 것이다.

 

 

 

사내에 이상한 소문의 소유자 박부장은 기묘한 인간이다. 일본의 야쿠자와 동고동락을 하고 보스의 연인을 탐내다 걸려 돈과 마약을 챙겨 도망을 쳤고 지금의 회사에 위장취업을 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바른 소리를 했다가 그누구도 들어간 적 없는 오래된 창고의 청소를 맡게 된 정프로... 창고에 얽힌 얘기를 들어보니 누군가의 아들이 숨겨져 있다거나 대머리 부장이 숨겨논 가발, 그리고 야쿠자에게 빼앗아 도망친 거금이 있다는데 과연 이 소문의 진실은 무엇일지...

 

특히 책의 제목인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마계 인천'이라는 비밀을 풀어낸 기발한 상상이 들어있는데 인천의 역사를 들어보면 왠지 그럴싸 하다. 책에서 얘기하는 송월동에 자유공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또한 백제 비류의 터가 바로 인천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고 당시 신앙을 무너트리고 기독교를 받아들인 인천시장을 심판하러 왔다는 말에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어쨌든 맥아더의 기를 받은 맥아더보살 김명자씨는 아침마다 맥모닝으로 공양을 받쳤고, 그날 점사를 보겠다고 찾아온 아가씨는 신화생물인 그레이트 올드 원이란 귀신에 씌어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 이야기의 끝은 비리가 난무하는 어느 곳을 향해있는데....

 

이 책이 무척 반가웠던 이유는 학생시절 나의 고향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에서 소개한 마계인천의 곳곳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한번에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소문이 난무했던 곳이기도 하고 송월동은 유명한 점집이 정말 많다. 그렇기에 책에서 말하는 것이 허무맹랑한 판타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 어디에서 웃어야할지 난해한 경우도 있었지만 개그코드가 맞아 한참을 웃다보면 따가운 시선에 얼굴을 붉힐 수도 있으니 공공장소에서 읽는 건 추천하고 싶지않다. 읽는내내 표정이 수십번 바뀌는 기이한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 명화로 읽는 인체의 서사 미술관에 간 지식인
이재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는 해부학... 저자는 인체를 다루는 의사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해부학 실습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긴장과 두려움을 느꼈지만 정교한 인체구조를 보며 위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명화 속에 인체를 말한다는 소개에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첫 페이지를 넘기고나면 멈출 수 없는 멋진 큐레이션이 펼쳐진다. 저자의 눈길을 통해 명화 속에 숨겨진 인체의 비밀을 따라가다 보면 거침없이 보여지는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기관은 과히 놀라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회화를 중심으로 그렸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세했다. 그는 1800여점의 해부도를 남겼는데 실제로 시체를 해부하며 탐구했고 악취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는데, 현대 의학의 프랙털 구조의 근섬유망의 역할을 밝혀내기도 했다. 특히 조각을 중시했던 미켈란젤로의 작품 '피에타'를 보며 실핏줄까지 깎아낸 표현기법에 놀랐고 '아담의 창조'에서 보여준 뇌의 단면의 비밀을 보는 순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나 놀라운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인체의 구조를 이미지 자료를 통해 비교하며 해석하고 뼈의 구조와 내장 기관의 역할을 설명하며 명화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멋지게 해석해 나간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짝다리로 완벽한 S자 몸매를 보여준 아프로디테의 골반과 마르크샤갈의 '생일'에서는 허리 통증 디스크를 말하면서 아픔도 견디는 사랑을 소개했다. 읽는내내 흥미와 놀라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는 끊임없이 인체를 탐구한 예술가의 모습을 옅볼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물다 에프 그래픽 컬렉션
루이스 트론헤임 지음, 위베르 슈비야르 그림, 이지수 옮김 / F(에프)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에서 어디 한 곳 마음을 놓을데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삶과 죽음이 어느 순간 나에게 찾아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나 자신은 나만의 오늘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엔 순서가 없다며 죽음에 대해서 쉽게 말하는데, 이는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머물다>에서 말하고 싶은 삶과 죽음이 과연 무엇일까? 살아있으니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픈 것이었을까? 지금 책 속의 그녀가 머물고 있는 해변가로 함께 떠나본다...

바닷가로 휴가를 온 커플... 이미 그곳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기분좋게 불어오는 바람때문에 미소짓는 얼굴에 한눈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사고가 났음을 인지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꿈같은 휴가가 산산조각 쪼개지는 것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그녀는 그가 계획한 여행일정대로 그 곳에 머물기로 한다. 눈에 비춰진 사람들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휴가를 즐기고 행복에 겨운 미소를 한아름 품고 있었지만 그녀는 공허함을 느낀다.

그러다 마주친 낯선 남자... 우연히 마주하지만 앞으로의 삶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사람마다 슬픔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고 저마다 견뎌내는 방법도 다르다. 예측하지 못한 삶과 죽음이 세상에는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미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프다거나 갑작스런 사고로... 그리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쩌면 죽음 앞에서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도 살아내야 하는 이들의 삶은 시간이 멈추지 않는 이상 지나가야 하기에 그렇게 이겨내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고 위로를 하는 듯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