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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 아스트랄 개그 크로스오버 단편집
정재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평점 :
"개그에 진심인 작가들이 뭉쳤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들에게 폭탄 웃음을 선사한다는 말에 감기던 눈이 확 뜨였다. 처음에 코로나가 발생하고는 모든 도시가 회색에 가려진 듯 도로의 자동차들도 흔적을 지웠는데, 이 상황이 길어지다보니 지친 사람들은 더이상 집에 갇혀 있을수만은 없어 사람이 모이는 장소로 나오게 되었다. 날씨까지 더워오니 악화되는 상황을 눈뜨고 보는 수밖에 없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웃음을 돌려주리라 다짐한 작가들이 모였다. 장르 불문하고 엉뚱한 상상을 죄다 모아놓은 열 한개의 단편은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기발하고 독특하며 톡톡튀는 언행에 어처구니 없는 작명 등을 소개하며 정신줄을 놓게 만든다. 한 마디로 이 책을 집어들기 전에 정신줄 단단히 동여매고 배꼽은 제 자리에 위치해 있는지 확인해둬야 할 것이다.
사내에 이상한 소문의 소유자 박부장은 기묘한 인간이다. 일본의 야쿠자와 동고동락을 하고 보스의 연인을 탐내다 걸려 돈과 마약을 챙겨 도망을 쳤고 지금의 회사에 위장취업을 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바른 소리를 했다가 그누구도 들어간 적 없는 오래된 창고의 청소를 맡게 된 정프로... 창고에 얽힌 얘기를 들어보니 누군가의 아들이 숨겨져 있다거나 대머리 부장이 숨겨논 가발, 그리고 야쿠자에게 빼앗아 도망친 거금이 있다는데 과연 이 소문의 진실은 무엇일지...
특히 책의 제목인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는 '마계 인천'이라는 비밀을 풀어낸 기발한 상상이 들어있는데 인천의 역사를 들어보면 왠지 그럴싸 하다. 책에서 얘기하는 송월동에 자유공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또한 백제 비류의 터가 바로 인천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고 당시 신앙을 무너트리고 기독교를 받아들인 인천시장을 심판하러 왔다는 말에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어쨌든 맥아더의 기를 받은 맥아더보살 김명자씨는 아침마다 맥모닝으로 공양을 받쳤고, 그날 점사를 보겠다고 찾아온 아가씨는 신화생물인 그레이트 올드 원이란 귀신에 씌어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 이야기의 끝은 비리가 난무하는 어느 곳을 향해있는데....
이 책이 무척 반가웠던 이유는 학생시절 나의 고향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에서 소개한 마계인천의 곳곳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한번에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소문이 난무했던 곳이기도 하고 송월동은 유명한 점집이 정말 많다. 그렇기에 책에서 말하는 것이 허무맹랑한 판타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 어디에서 웃어야할지 난해한 경우도 있었지만 개그코드가 맞아 한참을 웃다보면 따가운 시선에 얼굴을 붉힐 수도 있으니 공공장소에서 읽는 건 추천하고 싶지않다. 읽는내내 표정이 수십번 바뀌는 기이한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