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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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주의로 대변되는 에피쿠로스 철학이 가장 많이 받는 오해와 누명은 이들의 사상이 현대의 질펀한 변태적 향락으로 이해되기에 그렇다. 하지만 철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독자라면 에피쿠로스 학파가 주장한 쾌락의 참된 본의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주장한 쾌락의 관념은 모든 고통의 부재를 말하는 '아포니아'와 마음이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참된 평안을 갖게 되는 '아타락시아'로 표출된다. 세계와 인간 욕망, 고통에 대한 바른 지식을 통해 얻게 되는 아포니아와 아타락시아는 필연적으로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다.

고무적인 즐거움과 날아갈 듯한 기쁨, 미칠 것만 같은 환희는 동적인 쾌락이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인간 고통의 부재, 그냥 평안과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에 대한 관점으로 기술했다. 매우 소극적이고 정적이며 수동적 의미에서의 쾌락 관념이 탄생한 것이다.

인간의 불행은 어떻게든 외부적 고통에 기인하며 그것은 인간의 마음을 불안과 흔들림으로 인도하는 요인이다. 그렇기에 에피쿠로스에게 있어 참된 기쁨과 즐거움은 어떠한 고통도 없이 지속 가능한 평정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며 이것이 그가 추구한 참된 쾌락이며 최고 선이다.

본서 <에피쿠로스 쾌락>은 너무나 많은 오해 속에 가려져있던 에피쿠로스 철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저작이다. 이번에 에피쿠로스의 현존하는 8편 원고 전체의 헬라어 완역본이 독자들을 만났다.

주목할 점은 에피쿠로스 철학에 대한 이해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에피쿠로스는 유물론자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물질적인 것이라는 데 동의하며 모든 신화적 개념에 대한 배격이 그의 철학적 사유의 기저다.

신 존재에 대한 배제는 죽음 너머 내세에 대한 부정으로 표현되었고, 감각에 의한 인지, 지성에 의한 인식을 토대로 실제 눈에 보이고 피부에 와닿는 것만이 사실이며 진리임을 의심치 않았다. 어찌 보면 매우 인간 중심적이다.

또한 그는 쾌락, 즉 행복은 이성에 의해 절제되고 지도 받아야 함을 말한다. 관능적이며 방탕한 쾌락에 탐닉하는 것이 그의 쾌락주의가 가진 본의가 아님을 알기에 인간 이성은 더욱더 중요하다. 어찌 보면 그의 사상과 대척점에 있었던 인간 이성을 강조한 스토아 철학과 결을 같이 한다고도 느껴진다.

실제로 말년에 방광결석으로 인한 배뇨장애로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죽음을 맞이한 그가 죽음의 침상에서 스토아적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었다는 이야기는 그가 추구한 쾌락주의의 일면이 스토아 철학과 완전히 이질적이지만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고통 없이 마음이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이 진정한 즐거움, 쾌락임을 강조한 고대 철학자의 가르침은 불확실성의 시대 속 앞을 향해 달려가는 복잡한 현대인의 심성을 건드리기에 매우 매력적인 철학이며 세계관이다.



성경 사도행전 17장에는 사도 바울이 아덴(아테네)에서 에피쿠로스, 스토아 철학자들과 변론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부활을 전하는 바울의 메시지가 신 존재와 내세를 배제한 이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실존의 문제를 매우 라이트 하게 만든다. 이 세상에서 고통 없이 근심 없고 평온한 행복을 추구하라! 그것이면 족하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가 녹아있다. 고통 없이 마음이 평안한 삶을 소박하게 추구하는 것.

이쯤 되면 인위적인 것을 거부한 채 무위자연을 설파한 노자를 소환케 한다. 서양의 노자, 에피쿠로스.

고통의 부재 속 마음을 지속적으로 평온케하는 쾌락주의가 무분별한 방종을 일삼는 향락의 추구가 아님을 배웠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인간사에 고통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고통은 인간 실존에 있어 필연이다.

우리는 모두 고통받게 되어있고, 고통받으며 죽을 것이다. 근본적인 고통의 부재는 없다.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에피쿠로스는 고통과 죽음을 굳이 현세에 소환하지 않는다. 그것을 씻어낼 수 있는 사람은 평온을 얻을 것임을 말할 뿐.

적은 분량이지만 책을 펼친 열흘간 지적 고문의 시간이다. 머리를 바이스에 넣고 쥐어짜는 것만 같다.

쾌락주의는 분명 현대인의 소모적 욕심과 끝이 없는 물질적 욕망, 중독적 쾌락에 대해 바른 길라잡이가 되어 줄 수 있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소박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에피쿠로스 쾌락>은 현대인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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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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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학의 권위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간의 죽음과 임종에 관한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 평생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곁에서 목도한 그녀가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을 때의 고백이 새롭다.

"타인의 죽음이 철창 안에 갇힌 호랑이라면 나의 죽음은 그 철창을 뛰어넘어 나온 호랑이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이하게 될 죽음을 절대 타자화하고만 싶은 인간의 숨겨진 본능이다.

죽음이란 이처럼 모든 숨 쉬는 존재에게 있어서 거부하고만 싶은 영원한 불청객이다.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침상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한때 웰빙의 중요성이 세찬 바람처럼 온 세상에 휘몰아쳤다. 이후에는 웰다잉이라는 인문학적 개념이 호숫가의 파동과 같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잔잔하게 퍼졌다. 인간으로서 품위 있게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이 잘 먹고 잘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인생의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요 며칠 나의 영혼에 잔잔한 정동을 일으킨 저작 <죽음이 물었다>는 잘 죽는 것에 대한 깊은 통찰이 녹아있는 인문 에세이다. 브라질의 완화의료 전문가 '아나 아란치스'는 20여 년간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고통에 응답하며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끝을 살폈다.

완화의료란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줌과 동시에 남은 시간 인생을 의미 있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돕는 모든 의학적 노력으로 정의된다. 이야기는 저자가 어떻게 완화의료라는 생소한 의학 분야에 발을 내딛게 되었는지부터 시작된다.

결국 잘 죽는 것은 남은 삶을 잘 사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잘 죽기 위해서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이처럼 반어법적 정설이다. 책이 우리에게 주는 명징한 진리는 두 가지다. 첫째는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다.


어떤 인생길, 어떤 인생 이야기이든 그 끝에는 예외 없이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p145


둘째는 죽음을 매일의 일상에서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지혜로운 삶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염세주의자가 되라는 의미가 아니다. '메멘토 모리'라는 말이 유행이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문구가 가진 진의는 겸손이라는 삶의 덕목을 내포한다. 죽음을 기억할 때 지금의 삶 앞에서 겸손할 수 있으며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의식이 가지런히 정렬된다.



인생의 끝자락, 우리의 삶에 참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엇일까? 감당할 수 없는 재물이나 뽐낼 수 있는 명예, 움켜쥔 권력인가? 저작 속에 빠져들수록 그러한 외적 조형물이 뿜어내는 가공된 가치가 사뭇 역겹다.

잘 살아온 삶이 잘 죽는 죽음을 정의한다. 책이 말하는 요지다. 우리의 마지막은 우리의 삶이 대변한다. 고통 속 의식이 혼미해지며 모든 오감이 이 땅에서의 마지막을 향해 불꽃처럼 타오르는 순간 남는 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쌓아 올린 업적, 재물과 같은 폐기물이 아니다.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왔느냐에 대한 짙은 물음만이 남는다.

우리의 인생과 삶이 유한하다는 인식의 제고가 사라진 시대, 폭주 기관차와 같이 브레이크 없는 인생을 내달린다. 이후 어느 순간 더 이상 달릴 철로가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다. 실존의 유한성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 세대가 가진 아픔이다.

저자는 죽음의 침상 곁 환자들을 마주하는 완화의료의 일을 인생의 마지막 기차에 올라탄 이들을 배웅하는 플랫폼에 서 있는 것으로 비유했다. 지금은 함께 타고 떠날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모두 그 열차에 승객이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삶이 눈부시게 투명해진다.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의 차이다. 누구도 동행할 수 없는 마지막 여행을 기다리며 오늘이라는 삶의 결을 보듬는다. 죽음에 관한 깊은 사유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더 잘 살아야겠다는 인생에의 의지로 부활한다.

저자는 완화의료라는 생소한 의학 분야를 통해 자신이 만난 다양한 인생과 죽음의 이야기를 부드러운 필치로 전달했다. 죽음을 직시할 때 삶은 더 맑아진다. 저자는 환자들을 배웅하며 자신과 우리의 끝을 미리 본다. 삶의 끝자락에서 후회함 없는 완벽한 마침표를 찍는 것!


모든 것은 죽지만 사랑은 예외다. 오직 사랑만이 당신 안에서 불멸의 가치를 지닌다. p262


저자의 결론,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일뿐이다.

책의 부제를 내 마음대로 정했다. '죽음이 묻고, 삶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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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탄생 10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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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한 남자의 눈이 갑작스럽게 멀었다.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실명 현상이 들불처럼 번지며 환자들이 늘어났다. 정부는 긴급 조치를 통해 실명 전염병을 백색 질병으로 규정한 후 실명자들을 옛 정신병원 건물에 강제 격리토록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폐건물이 된 정신 병동에 강제 수용된 이후 이곳은 점차 생지옥으로 변해간다.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식량은 언제나 부족했기에 굶주림과 싸워야 했고, 생리적인 현상을 아무 데나 해결해버림으로써 병동 곳곳은 어느새 사람들의 배설물과 악취로 가득찼다.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 <눈먼 자들의 도시>에 나오는 이야기다. 소설이 내뿜는 열기에 숨이 멎는 것 같다. 눈먼 사람들 속에는 눈이 멀지 않은 여성 한 명이 존재했다. 작가는 이 여성의 눈을 빌려 눈먼 자들의 비참한 참상을 어떠한 여과 없이 날 것 그대로 묘사했다.

인간 본성의 심연을 그대로 까뒤집어 놓은 듯했기에 보는 내내 불편했고, 역겨웠다.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갖는 원초적 본능의 태도는 결코 예의 바르지 않다. 음식을 앞에 두고 주먹 다툼을 하며 아무 데서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모습은 눈이 먼 직후 인간의 품위라는 실존의 의미를 무색게 한다.

나름의 질서가 있는 그곳에서 무질서의 원흉인 불법 그룹이 탄생한다. 권총 한 자루의 힘으로 수용소의 모든 음식을 장악한 이들이 벌이는 행태는 그야말로 약육강식 동물의 왕국이다.


음식을 먹기 위해 권총을 가진 눈먼 악당들에게 자신들의 아내와 여성들의 몸을 상납하는 무기력한 남성들의 추악한 이기심, 온갖 수치를 무릅쓰고 짐승들의 침실로 들어가는 눈먼 여성들의 비애가 머릿속을 혼란케한다.

작가가 참담한 현실을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했기에 짜증이 날 정도다.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에 갇힌 실험 쥐와 같이 독서하는 내내 지난한 통증이 마음을 메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인간 본성의 민낯과 알몸을 목도케 하는 불유쾌함이 가득하다. 이 책이 문단에 극찬을 받은 이유다.

눈이 보일 때는 우리 모두 가장 고상하며 아름답다. 누구 하나 다른 이들에게 해코지하는 이가 없고, 서로를 사랑하며 위한다. 인간 본성의 심원에 꾹꾹 눌려져 감추어 있는 원초적 이기의 씨앗은 문명의 온실 속에서는 결코 싹트지 않는다.

하지만 규율하는 제도의 공백과 질서의 진공 상태가 이루어지고, 거기에 작가가 설정한 눈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기본적 인간 능력의 상실이 혼합될 때 인간의 참 모습이 머리를 든다.



말미에 나오는 한 문장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중략)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p463


작가는 인간 실존의 의미를 제대로 꿰뚫었다. 모든 인간은 원래부터 눈이 먼 존재다. 자신이 보기 원하는 것만 보기 원하는 선택적 시각 능력이 인간 사회가 원래부터 눈먼 세상임을 말한다.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외면, 오직 나만을 바라보는 극도의 이기심은 인간이 원래부터 눈이 먼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훌륭한 반증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 백색 질병의 출현이라는 인위적 상황 가운데 드러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인간에게 선함이 있는가? 책 전체를 뒤덮는 야만의 쓰레기와 폭압의 배설물은 원래부터 우리의 것이다. 하지만 눈먼 자들 틈 속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이웃을 돕는 눈이 보이는 유일한 여인의 존재가 그래도 아직은 세상이 살 말한 곳임을 기억케하는 작은 불씨가 된다. 작가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겨놓고 떠난 선물이다.

책을 읽는 내내 몇 개의 작품들이 오버랩된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다. 모두 다 추악한 인간 본성의 끝을 보여주는 데 있어 결이 같다. 질서의 부재가 가져오는 무질서와 혼돈, 그 안에서 자생하는 새로운 권력의 부패성과 이에 대항하는 소수가 가진 선의 의미에 대한 실재가 공통적이다.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무색한 소설, 여건이 조성되면 인간도 짐승, 괴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이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 야만의 시대, 자신의 이기와 탐욕을 위해 마지막 남은 인간성마저 손쉽게 내던지는 작금의 시대를 작가는 정확히 간파했다.

인간에 대한 최후의 확신이 뿌리째 흔들리는 경험, 한 번쯤 해 볼 만하다. 동시에 주제 사라마구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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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즈 13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혜영 그림 / 국일아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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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은 추리 소설 마니아들에게 있어서 전설적인 작가입니다. 그가 탄생시킨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이지요. 비범한 두뇌와 번뜩이는 기지, 예리한 관찰력을 지닌 셜록 홈즈는 맡겨진 어떠한 난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합니다. 남들이 모두 지나쳐버리는 평범한 속에서 매우 작은 단서를 찾아내고, 그것을 사건 해결의 실마리로 연결하는 홈즈의 활약은 지켜보는 독자를 열광케 하기에 충분합니다.



이제 추리소설은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지요. '국일아이'에서 아서 코난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를 어린이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출간했습니다. 현재 13권까지 선보였는데 출간과 함께 어린이 독자들과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지요. 좋은 기회가 생겨서 <명탐정 셜록 홈즈 13>을 읽었어요. 총 3편의 에피소드가 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는 사라진 잠수함의 설계도와 그에 얽힌 살인 사건을 해결해 가는 <브루스 파팅턴 설계도>입니다. 영국 해군의 전략 잠수함 설계도가 사라집니다. 적국의 손에 들어가면 영국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위기인 것이죠. 그리고 잠수함 설계도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해요.


이러한 총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충실한 친구 왓슨 박사가 출동하게 되요. 홈즈는 꼬여버린 실타래에서 실을 풀어내듯 자신만의 번뜩이는 기지와 놀라운 상상력을 통해 사건의 본질에 접근합니다. 그리고 안갯속에 둘러싸인 것만 같이 숨겨진 사건의 진실을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두 번째 이야기는 <금테 코안경의 비밀>입니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 마을의 저택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건실한 청년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살해 후 도주한 범인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지요. 범인의 행방 또한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홉킨스'경감이 홈즈와 왓슨 박사를 찾아옵니다. 이유는 당연히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고요.


사건의 냄새를 맡은 홈즈는 먹잇감 앞에서 모든 오감이 살아꿈틀대는 날렵한 사냥개와 같아요. 이러한 흥미로운 사건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홈즈는 당장 사건의 현장인 저택으로 달려갑니다.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은 저택의 주인 코람 교수가 홈즈의 추리 레이더망에 걸립니다. 살해당한 청년은 죽임 당하는 순간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금테 코안경을 손에 쥔 채 쓰러졌습니다. 홈즈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는 순간이지요.



피해자인 청년은 코람 교수의 비서였는데 교수는 이 사건을 자살로 몰아가려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과연 이번에도 홈즈는 청년의 죽음과 사라져버린 범인의 행방을 찾아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함이 증폭되네요.



세 번째 에피소드 <창백한 병사>는 단순 실종 사건인지 아니면 실종을 가장한 살인 사건인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제임스'와 '갓프리'는 보어전쟁을 통해 전우애로 맺어진 친구입니다. 전역 후 제임스는 자신의 옛 전우인 갓프리의 집을 찾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갓프리가 세계여행을 떠났다는 말뿐이지요. 그러나 뭔가 수상해요. 갓프리의 아버지 '엠스워드'대령은 매우 고집이 세고 완고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아들에 대해 무엇인가를 숨기는 듯한 느낌입니다.



제임스는 자신의 친구 갓프리를 찾기 위해서 우리의 히어로 셜록 홈즈의 하숙집을 찾지요. 이야기를 들은 홈즈가 가만히 있을 리 없지요. 이번 사건도 홈즈의 허를 찌르는 추리력과 예리한 관찰력이 빛을 발합니다. 사라진 갓프리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도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너무나 궁금하지요. 책을 펼치는 순간 셜록 홈즈의 마법 같은 추리의 세계가 열립니다.


국일아이의 <명탐정 셜록 홈즈>시리즈는 장점이 매우 많은 책이에요. 이 책은 글밥이 제법 많은 도서입니다. 하지만 큼직한 활자로 인해 가독성이 매우 좋고, 멋진 삽화가 페이지마다 그려져있기에 그림 많은 저학년 도서에서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초등 고학년 학생들에게 아주 특화된 도서에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가 가진 매력적인 플롯은 나이와 상관없이 독자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휘감아 버립니다. 책을 펼친 순간 책장을 덮는 것이 어렵다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 책은 바로 그와 같은 독서 경험을 선사합니다.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어린이 독자들의 추리력과 무한 상상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지요. 지각 있는 부모들이 왜 어린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가능한 늦게 보여주려고 애쓰는지 아시나요? 영상 매체를 보는 순간 아이들의 두뇌는 생각하고 상상하는 기능을 멈춘답니다. 영상이 전해주는 일방적인 정보를 바싹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아무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해버리기에 그렇다는 것이죠. 반면 아이들의 무한 상상력과 사고의 회로가 무섭게 돌아가는 순간은 바로 활자로 찍힌 책을 읽는 순간이랍니다.


국일아이의 <명탐정 셜록 홈즈>의 추리 이야기가 아이들의 상상력과 사고력에 불을 지르는 생각의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연말이 다가옵니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한두 번 갖고 놀다가 싫증 나면 버리는 장난감이나 연말 시즌이 지나면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예쁜 쓰레기들 말고, 책장에 두고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돕는 알짜배기 선물을 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함께 <명탐정 셜록 홈즈>시리즈를 읽는 꿀팁 하나 방출합니다. 각 에피소드를 읽으며 사건의 전개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아이들에게 반드시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네가 생각하기에는 누가 범인인 것 같니?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니?"와 같이 사건 해결을 위한 생각의 열쇠를 아이에게 쥐여주세요. 사고의 주체성을 키우는 데 있어서 안성맞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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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초등 철학수업
미셸 토치.마리 질베르 지음, 박지민 옮김 / 레몬한스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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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성과, 경쟁으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바른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미덕은 무엇일까? 창의력과 감수성,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외친다.

하지만 여기에 덧붙여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생각하는 성찰의 가치,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올바른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능력, 성찰의 가치를 알려주는 책 <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초등 철학수업>은 현장에서 아이들의 철학 교육을 주도한 두 명의 탁월한 학자들에 의해 쓰인 책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성찰의 의미는 잠시 멈춰서 생각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더불어 유연하게 생각한다는 의미 또한 갖는다. 성찰은 자신을 둘러싼 이웃과 사물과 세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사유의 작업이다.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사유하는 작업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생각할 때 인간은 동물과 구별되는 종의 배타성을 갖는다. 사유의 힘이 우리를 짐승과 구별짓는다. 반대로 사유하지 않을 때 인간은 짐승이 된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삶 속에 철학적 성찰의 습관이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라며 탄생했다. 정체성, 사랑, 가족, 학교, 감정, 행복, 차이, 폭력, 자유, 권리와 의무, 정의, 진실, 시간, 인생 계획, 더불어 살기 등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없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철학적 사유의 방법을 공유한다.

어린 시절 닭장 같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의 일방적 주입식 교육 속의 아이들이 잃어버리는 것은 창의력과 상상력만이 아니다. 더 큰 지적 손실은 바로 생각하는 능력의 소실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말이 맞다.

주어진 방법을 암기하여 기계적으로 정해진 답을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왜?"라는 물음의 부재는 현실에 순응하며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고착화된 인간을 양산한다.



자유로운 나라에서 왜 내 마음대로 하면 안 돼요? 인간은 죽어서 어떻게 돼요? 죽은 이후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나요? 정당한 폭력도 있어요? 불공평함은 왜 나쁜 것이죠?

자녀들과 이러한 대화를 해본 부모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대개 이 정도의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도 없을뿐더러 이러한 질문을 지혜롭게 답해줄 만한 지적 능력을 갖춘 부모도 드물다. 책은 부모가 먼저 성찰의 삶을 살도록 독려한다. 평소 생각하는 사고의 근력을 키우지 않으면 불쑥 던지는 자녀의 철학적 질문에 답해주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바른 철학함의 시작은 생각이며 성찰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며 인생과 세계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유의 작업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 중 하나는 바로 생각하는 능력, 유연한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책은 부모가 평소 아이들과 시도해 본 적 없는 철학적 대화의 방법론을 매우 자세히 설명했기에 책을 통해 가정 철학 수업을 꿈꾸는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책은 질문하는 자녀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운다. 자녀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게 하라! 아이의 깨알 호기심과 질문이 귀찮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아이의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생각의 회로가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책에는 위에 나열한 15개의 철학적 생각 주제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부모 된 독자는 이 물음들만 적절히 이용하여 질문해도 가정에서 아이들과 충분한 철학적 대화를 가질 수 있다.

철학적 성찰, 유연한 사고력을 가진 아이들은 주변의 환경과 사람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는다. 오히려 온전히 독립적인 정신을 소유한 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철학적 사유의 힘이며 성찰의 유익이다.

'한나 아렌트'가 기록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600만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실제적 실행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가장 큰 유죄 이유는 그가 생각, 즉 사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사유하지 않을 때 인간은 괴물이 된다.

우리 아이들이 책임감과 주체성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사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성찰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 중요하다. <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초등 철학수업>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매우 중요한 초등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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