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초등 철학수업
미셸 토치.마리 질베르 지음, 박지민 옮김 / 레몬한스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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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성과, 경쟁으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바른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미덕은 무엇일까? 창의력과 감수성,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외친다.

하지만 여기에 덧붙여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생각하는 성찰의 가치,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올바른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능력, 성찰의 가치를 알려주는 책 <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초등 철학수업>은 현장에서 아이들의 철학 교육을 주도한 두 명의 탁월한 학자들에 의해 쓰인 책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성찰의 의미는 잠시 멈춰서 생각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더불어 유연하게 생각한다는 의미 또한 갖는다. 성찰은 자신을 둘러싼 이웃과 사물과 세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사유의 작업이다.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사유하는 작업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생각할 때 인간은 동물과 구별되는 종의 배타성을 갖는다. 사유의 힘이 우리를 짐승과 구별짓는다. 반대로 사유하지 않을 때 인간은 짐승이 된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삶 속에 철학적 성찰의 습관이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라며 탄생했다. 정체성, 사랑, 가족, 학교, 감정, 행복, 차이, 폭력, 자유, 권리와 의무, 정의, 진실, 시간, 인생 계획, 더불어 살기 등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없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철학적 사유의 방법을 공유한다.

어린 시절 닭장 같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의 일방적 주입식 교육 속의 아이들이 잃어버리는 것은 창의력과 상상력만이 아니다. 더 큰 지적 손실은 바로 생각하는 능력의 소실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말이 맞다.

주어진 방법을 암기하여 기계적으로 정해진 답을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왜?"라는 물음의 부재는 현실에 순응하며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고착화된 인간을 양산한다.



자유로운 나라에서 왜 내 마음대로 하면 안 돼요? 인간은 죽어서 어떻게 돼요? 죽은 이후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나요? 정당한 폭력도 있어요? 불공평함은 왜 나쁜 것이죠?

자녀들과 이러한 대화를 해본 부모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대개 이 정도의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도 없을뿐더러 이러한 질문을 지혜롭게 답해줄 만한 지적 능력을 갖춘 부모도 드물다. 책은 부모가 먼저 성찰의 삶을 살도록 독려한다. 평소 생각하는 사고의 근력을 키우지 않으면 불쑥 던지는 자녀의 철학적 질문에 답해주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바른 철학함의 시작은 생각이며 성찰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며 인생과 세계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유의 작업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 중 하나는 바로 생각하는 능력, 유연한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책은 부모가 평소 아이들과 시도해 본 적 없는 철학적 대화의 방법론을 매우 자세히 설명했기에 책을 통해 가정 철학 수업을 꿈꾸는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책은 질문하는 자녀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운다. 자녀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게 하라! 아이의 깨알 호기심과 질문이 귀찮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아이의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생각의 회로가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책에는 위에 나열한 15개의 철학적 생각 주제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부모 된 독자는 이 물음들만 적절히 이용하여 질문해도 가정에서 아이들과 충분한 철학적 대화를 가질 수 있다.

철학적 성찰, 유연한 사고력을 가진 아이들은 주변의 환경과 사람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는다. 오히려 온전히 독립적인 정신을 소유한 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철학적 사유의 힘이며 성찰의 유익이다.

'한나 아렌트'가 기록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600만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실제적 실행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가장 큰 유죄 이유는 그가 생각, 즉 사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사유하지 않을 때 인간은 괴물이 된다.

우리 아이들이 책임감과 주체성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사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성찰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 중요하다. <내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초등 철학수업>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매우 중요한 초등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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