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느끼는 오감재즈 - 재즈라이프 전진용의 맛있는 재즈 이야기
전진용 지음 / 다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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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즈하면 어느 비 내리는 저녁 담배연기 자욱한 변두리 클럽, 와인 한잔을 기울이며 어딘가 모르게 구슬프면서도 우수에 젖는 듯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재즈 색소폰의 그 끈적이는듯한 선율과 경쾌하고 힘이 느껴지지만 인간의 원초적 자아의 그 깊은 심성을 부드럽게 터치하는 재즈 트럼펫의 울림이 어우러지는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본서는 재즈하면 어렵다. 음악의 문외한들은 이해할 수 없고, 오직 매니아층에게만 베풀어지는 음악적 혜택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재즈는 지극히 서민적이며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으며 그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흔히 접근하기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문턱이 결코 높지않은 장르라는 사실에 대해서 매우 친절하고 흥미롭게 설명해주는 일종의 재즈 입문서, 가이드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저자 자신이 직접 재즈의 본고장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한 전문가로서 재즈에 대한 음악 이론적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 책은 여느 재즈 관련 도서들과는 차별성을 가진다. 저자는 유학 생활 중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학비 충원 등을 위해 셰프로서 주방에서 일을 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는데 그때의 그 독특한 경험을 살려 바로 이 책에서 재즈를 음식에 빚대어 설명함으로서 재즈가 난해하고 어려운 음악 장르라는 고정 관념과 선입견을 단번에 부서버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별히 한국인의 입맛과 정서에 부합하는 각종 한식들을 재즈의 역사와 재즈의 다양한 스타일과 결부시켜 설명함으로서 재즈의 다양한 스타일에 생소한 독자들로 하여금 미각과 청각을 동원하여 머릿속에서 음식맛을 상상하며 재즈의 스타일을 유추해볼 수 있도록하는 아주 기발한 집필 방법을 탄생시켰다. 미국 재즈 100년사 속 25명의 소위 전설적인 재즈 거장들의 삶과 그들의 음악, 작품세계를 상상하기 편한 다양한 한식들과 매치시켰을 때 독자는 뉴올리언즈 재즈, 스윙, 비밥, 쿨재즈, 하드밥, 프리재즈, 보사노바, 퓨전재즈, 컨템퍼러리 재즈와 같은 다양한 재즈 스타일의 특징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루이 암스트롱, 베니 굿맨,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아트 블래키, 허비 행콕까지 그래도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지금껏 풍문으로 들었던 재즈 아티스트들의 명성을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은 매우 신선했다. 왜 그들이 그렇게 유명하고 그들이 시도하고 발전시킨 음악적 스타일의 특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갈 때 쯤 당장 재즈 클럽 같은 곳으로 달려가서 마시지도 못하는 술 한잔을 시켜놓고 고개를 까딱이며 재즈의 향기에 물씬 젖어들어야만 할 것 같은 어설픈 객기가 솟아올랐음을 부끄럽게 고백해본다. 

책의 특징은 시대별로 각 시대에 탄생했던 재즈 음악 스타일과 그 음악 스타일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삶과 음악 세계, 그리고 각 장을 시작할 때마다 개요와 같이 그 당시 미국의 역사적 배경과 그 음악이 탄생할 수 있게 된 장소적 배경과 같은 사전 지식을 친절하게 안내해줌으로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흑인으로 시작된 시쳇말로 시장통 밑바닥 음악이라고 여겨지며 터부시 되었던 장르였지만 나중에는 백인들에게까지 딕시랜드 재즈라는 영역으로 그 저변을 확대함으로서 이제는 명실상부 미국민들의 정신세계의 근간을 이룸으로써 음악적 바탕하면 팝과 재즈를 빼놓을 수 없게 되었으니 재즈는 이제 한국으로 말하면 사물놀이와 같이 미국인들에게는 서민적이고 친숙한 음악 장르로서 자리매김했다. 한국인의 정서속에 3분박 가락의 음악적 코드가 흘러내려오고 있기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꽹과리와 장구의 흥겨운 가락만 들어도 어깨춤을 덩실덩실 흔들어대는 것과 마찬가지로 2, 4박의 스윙 비트에 벌써 몸이 반응하는 미국인들의 소울 충만한 음악적 감수성은 바로 이 재즈로부터 기인한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다.

불협화음, 불확실성의 음악, 재즈! 대항해 시대, 식민지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의 그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삶의 애환이 녹녹히 녹아져 탄생한 재즈는 그래서 어쩌면 수 많은 외침과 고난으로 점철된 삶에 의한 한(恨)맺힌 한민족의 전통 가락과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음악을 이해할 때 한 나라와 한 민족의 정서와 가치관, 나아가서 세계관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사람들이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진 민족이고 어떠한 삶의 과정을 지나왔는가에 대한 이해는 그들의 음악을 통해 좀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음악 속에 보이지 않게 면면히 흐르는 선율적 정서가 그 민족의 희노애락의 역사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리라.

미국의 시대적 배경과 재즈 음악사, 그리고 재즈의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과 장르, 그리고 각 장르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아티스트들의 삶과 애환, 그들의 작품과 음악 세계에 관한 총체적인 백과사전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너무나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재즈 관련도서를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집어들어라! 후회치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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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그 개념의 역사 - 모든 인간은 세계관적 존재다! 칸트 이후 최고의 지적 담론
데이비드 노글 지음, 박세혁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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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은 오래 전 한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선박을 개조해서 병원시설을 갖추고 아프리카의 후진국과 개도국을 방문하여 무상으로 의료 수술등으로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참으로 값진 일을 하는 기독교 병원선박이 있다어느 날 그 배에 승선한 한무리의 기독교 선교팀이 정박해 있던 어느 아프리카 내륙 부족으로 복음 사역을 위해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참으로 기이한 일을 맞닥뜨리게 된다. 오랜 기근으로 먹을 것이 없어서 피골이 상접한 사람들과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누워서 엄마의 마른 젖을 빠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선교팀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그러한 슬픔도 잠시 뿐 그들을 크나큰 충격에 빠뜨린 장면이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다. 그것은 바로 다름아닌 마당에서 뛰어 노는 살이 통통히 오른 적지 않은 수의 닭들의 모습이었다.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부족의 리더와 같아 보이는 사람에게 어린 아이들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어가는데 왜! 저 닭들을 잡아서 먹이지 않는가? 라고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변 한마디는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장면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 닭들은 우리의 부족신께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해야 할 제물들이다. 그렇기에 설령 아이들이 굶주려 죽어간다 한들 제물을 잡아 먹을 수는 없다!"라는 단호한 답변이었다.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뒤로 한 채 배로 돌아온 팀원들은 그날 저녁 한술도 뜨지 못하고 아이들의 모습과 그들의 정상적인 사고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 오버랩되어 깊은 절망과 슬픔에 잠겼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실화이다. 그러면 이 메시지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아이들이 죽어도 아이들은 또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부족신께 드리는 제사는 멈출 수 없다는 그들의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그들의 사고와 생각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생각, 즉 세계관(Worldview)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세계관이 뭐길래! 자기 아이들의 생명까지도 하찮게 여길 수 있다는 말인가? 본서 <세계관 그 개념의 역사>는 바로 세계관이 무엇이고 인류 역사 가운데 인간의 지성을 지배했던 수 많은 세계관의 역사를 상세하게 간파한 총 분량 700페이지, 참고문헌만 100페이지가 넘는 괴물 대작이다. 읽는 내내 숨이 가쁠 정도로 그 방대한 지적 담론에 함몰되어가는 내 자신의 모습을 숨길 수 없었다.

우선 독자들은 저자 데이비드 노글 박사 본인이 기독교 세계관 전문가로서 기독교적 세계관의 관점과 틀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음을 인지해야한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진 탁월함은 기존 개신교 세계관을 다룬 책들이 가진 한정된 지식의 공간을 뛰어넘어 로마 카톨릭, 동방 정교회를 비롯해서 일반적인 철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그리고 다시 신학적인 부분까지 저자가 다루는 그 주제의 학문적 스펙트럼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방대하다는 점이다.

첫장에서 우리는 개신교 복음주의권의 세계관 사상가 제임스 오어, 아브라함 카이퍼, 프란시스 쉐퍼와 같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지성들을 만나게 된다. 슐라이어마허와 같은 감정의 신학자들의 거센 공격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오어는 "종교적 삶, 특히 교리에 대한 강조라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 기독교의 종교적 삶에 꼭 필요한 관념적 요소를 강조한다. 강력하고 안정적인 종교적 삶은 지적 확신이란 토대 위에서만 세워 질 수 있다. 그러므로 기독교에서는 마음뿐 아니라 지성도 다룬다"라고 응수했다. 이처럼 이들은 성경적 전통안에서 성경이 우리의 모든 가치 기준의 판단과 준거가 되며 기독교가 추구하는 믿음과 삶은 일시적 감정에 의해 통합된 확신이 아닌 명확한 이성과 지성의 토양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대해 그들의 모든 신학적 역량을 총동원해서 변증한다.

이후 그동안 개신교 세계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던 로마 카톨릭과 동방 정교회가 가진 세계관의 개념과 특징, 역사를 다룬다. 개신교 세계관이 성경의 권위와 탁월성을 강조했다면 로마 카톨릭과 동방 정교회는 좀더 예전적이고 성례전적인 기독교 전통안에서의 세계관 개념을 발전시킨다. 이후 독자는 세계관 용어의 문헌학적 연구를 통해 임마누엘 칸트를 만나게 되며 세계관과 철학의 관계를 다루게 되는 4, 5, 6장을 통해 관념주의 헤겔과 실존주의 키에르케고르, 관점주의 니체, 학문의로서의 철학의 위치를 강조했던 후설, 정신적 틀로서의 세계관을 강조했던 야스퍼스, 존재론적 관점에서 철학과 세계관을 이해했던 하이데거와 같은 쟁쟁한 철인들의 철학 속에서 세계관의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다.

철학적 세계관의 다소 머리아픈 개념을 넘어 독자는 이제 세계관이 자연과학, 사회과학과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고 발전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토마스 쿤, 프로이트, 융, 칼 막스, 엥겔스와 같은 패러다임, 심리학,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주제를 통해 세계관이 각 분야에서 어떠한 의미로서 연결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데 한정된 서평을 통해 그 내용을 전부 열거하기는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본서를 통해 저자 데이비드 노글 박사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정신과 사고 체계의 근간이 되는 무형의 요소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세계관임을 강조한 것이며 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기초로서 세계관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그것이 왜 인류에게 있어서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서평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을 결정하는 그 보이지 않는 틀이 바로 세계관이며 사람은 무슨 세계관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본서를 통해 그 세계관이 인류 지성의 역사 속에 살다간 위대한 성학들을 통해서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발전되어 왔는지 독자는 한눈으로 살펴 볼 수 있는 위대한 지적 자산이 베푸는 시혜를 누릴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 정신이 지배하는 지금의 세대는 보이지 않는 세계관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자신의 사고와 가치관이 이미 정립된 성인들은 물론이거니와 특별히 아직 자신 스스로가 생각하고 결정하기 보다는 손에 든 스마트폰 하나로도 수백 수천의 가공할 만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타자와 외부로부터의 수동적 교육에 매몰되어 가는 어린이들과 청소년, 청년 세대의 공허한 정신세계의 빈방을 차지하기 위해서 지금도 수 많은 종류의 세계관들이 격돌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저자가 기독교 세계관 전문가이기에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기독교 세계관이 다루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성경적 절대권위에 근거한 기독교 세계관의 탁월성이 절대진리는 없으며 오직 상대적인 것만이 나이스하다고 외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 조류속에서 새로운 세대의 텅빈 사고의 방을 어떻게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한 흔적 또한 역력하다.

자원은 유한하고 경쟁자는 넘쳐나는 이 좁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에서 남을 짓밟고 일어나서라도 승리하고 쟁취하라는 세계관이 교육계를 점령했다면 이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그러한 세계관에 노출된 자녀들은 자기 밖에 모르는 극도로 이기적인 성인들로 성장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며 이러한 모습은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 같이 자신의 아이들이 죽더라도 자신들의 신에게 바칠 제물은 결코 잡아 먹을 수 없다고 말한 부족민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또한 이데올로기적 세계관이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자기들의 국가와 민족, 인종, 사회 공동체만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틀을 잡는다면 그것은 제 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의 600만 유대인 대학살, 크메르 루즈 폴포트 정권의 캄보디아 킬링필드 대학살과 같은 집단적 광기로서 드러날 것이 자명하다.

생각은 결과를 낳는다! 결국 세계관의 이슈는 인간 영혼과 정신에 대해 뺏을 것인가? 빼앗길 것인가? 의 문제로 귀결된다. 내용이 워낙 방대하여 읽으면서 뿐만 아니라 서평을 쓰는 지금도 얼마나 숨이 가쁜지 모른다. 머릿 속에 그 방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서평으로 풀어놓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저자가 쏟아내는 그 폭포수같은 지적 담론 속에 빠져 죽고 싶지 않았기에 정신줄을 놓치 않으려 아등바등 애를 썼다. 오랜만에 잠든 뇌를 깨우기에 충분한 묵직한 저작 한권으로 1주일 넘게 지난한 지적 통증과 함께 역설적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위대한 저작을 펼쳐 낸 저자의 천재성에 박수를, 그리고 그의 학문적 성실함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기독교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의 한획을 그은 지적 유산의 거장들을 통한 세계관의 개념을 파악하기 원한다면 단연 이 책은 최고의 저작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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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 - 아직도 망설이는 당신에게 스펜서 존슨이 보내는 마지막 조언
스펜서 존슨 지음, 공경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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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대략 15년전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짧막한 우화집 한권을 만났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있었던 책이었기에 아마 책 꽤나 읽었다고 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었던 책이었고, 출간 이후 전 세계 2800만부가 판매된 어마무시한 저작으로서 현재 그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거의 20여년이 지나고 그 전설적인 베스트셀러의 후속작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의 발간 소식은 얼마 전 고인이 된 스펜서 존슨의 첫번째 책으로부터 깊은 영감과 삶의 희망을 선물 받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환희에 가득찬 복음 그 자체로서 다가왔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독자들은 전편에서 꼬마인간 헴과 허,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 이 네 친구들이 영양과 행복을 주는 치즈를 찾아 미로 속을 헤메고 다닌다는 주요 줄거리를 기억할 것이다. 미로 속 어딘가에서 충분한 양의 치즈를 발견한 이들은 그곳에서 맛있는 치즈를 먹으며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지만 어느 순간 그 많던 치즈가 바닥이 나고 이제 더 이상 먹을 치즈가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 때 두 마리의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 그리고 급기야는 꼬마인간 허까지 새로운 치즈를 찾기 위해 망설임없이 다시 한번 미로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이후 미로 속 치즈가 다 사라져버린 텅빈 방안에 홀로 남게 된 꼬마인간 헴은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배고픔과 외로움으로 어쩔 수 없이 미로를 나와 뒤늦게 새로운 치즈를 찾아나서기 시작한 헴은 도중에 새로운 꼬마인간 호프를 만나고 그녀와 함께 새로운 치즈, 그리고 그녀가 가져온 새로운 음식인 사과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수많은 절망의 순간을 넘어 마침내 미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고 미로밖에서 그들은 천지에 널려있는 치즈와 사과들을 발견하게 되며 그곳에서 먼저 새로운 치즈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 인간꼬마 허와 재회한다.

전편이 저자가 이야기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상징하는 치즈를 찾아 자신의 삶의 안정감과 울타리를 뛰어넘는 도전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후속편인 본서는 섵불리 치즈를 찾아 나서지 못하는 꼬마인간 헴과 같이 이미 오래 전 치즈가 사라져버린 레드오션으로 대변되는 텅빈 방안에서 언젠가는 이 방에 다시 치즈가 채워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머물러 있는 전 세계 수 많은 독자들에게 그들이 왜 그 방을 나와서 미로를 탐험할 수 없는 지에 대한 문제점을 예리하게 그렇지만 매우 부드럽고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그렇다면 '제 2, 제 3의 인간꼬마 헴' 들이 가진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단 하나의 단어인 '신념'으로 표현된다. 때가 되면 빈방에 다시 치즈가 채워질 것이라는 불확실한 기대에 기인한 믿음은 곧 그들의 신념으로 고착화되고, 그 굳어진 신념은 결코 새로운 치즈를 찾아 미지의 세계로의 낯선 모험을 허락치 않는다. 내가 사실이라고 믿는 그 신념, 그리고 그것이 만약 과거의 신념이라면 그것은 우리를 텅빈 방안에 가두어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손놓고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 버릴 충분한 힘을 지닌다. 그러나 새로운 신념을 선택하는 일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은 책의 주인공 헴과 호프가 미로 밖의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 주요한 원인이 된다. 미로 밖의 세상이 존재할 것이라는 그동안 상상 할 수도 없었던 생각과 인식의 전환은 이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기회의 문으로의 진입을 뜻한다.

그렇다. 본서를 통해 저자 스펜서 존슨은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생각들이 우리의 삶을 옭아맬 수도 있고, 우리를 지금보다 더 큰 기회의 땅으로 인도해 줄 수도 있다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인식의 전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미로의 막다른 어두운 골목은 위험할 것이다라는 선입견과 인식은 어느새 헴의 신념이 되어버렸으나 결국 그가 미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문이 바로 자신이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레 포기해버렸던 그 어두운 골목 끝 방안에 있었다는 사실은 독자들로 하여금 깊이 생각할거리로 다가온다.

생각은 결과를 낳는다. 즉 신념은 한 사람의 행동과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15년 전 스펜서 존슨의 첫번째 책을 펼쳐들고 적지 않은 용기를 얻었다.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려고 할 때 닥칠 수 있는 치즈의 고갈이라는 위기에 대해 나는 어떻게 대응하고 반응할 것인가? 허와 같이 새로운 치즈를 찾아 용기를 가지고 과감하게 앉은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헴과 같이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얼마남지 않은 치즈를 먹으며 지금의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몇년 후 더 머물고 싶은 직장들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떠날 수 있었던 나의 결정들, 또한 나의 삶에 있어서 현재의 환경과 상황에 대해 미련없이 언제든지 훌훌 털어버리고 떠날 수 있다라는 노마드적 사고와 내 주변을 한발짝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관조적 삶의 태도를 체득하게 된 것은 어쩌면 이 책의 저자 스펜서 존슨에게 받은 결코 작지 않은 선물이리라. 아직도 자신의 삶의 바운더리 안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며 망설이고 있는가? 그렇다면 본서는 당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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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바이크 진화론 - 라이더와 마니아를 위한 프레임.휠.컴포넌트 100년사를 정리한 자전거 구조 교과서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나카자와 다카시 지음, 김정환 옮김 / 보누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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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주말마다 도시 근교에서 자주 보여지는 진풍경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몸에 딱 달라붙는 바이크 저지와 팬츠를 입고, 번쩍이는 선글라스, 멋진 헬멧과 함께 날렵한 바이크를 타고 열을 지어 시원스럽게 질주하는 한무리의 바이크 라이더들의 모습이다. 지인 중에도 로드바이크의 매니아가 있는데 날씨만 좋으면 주말마다 양평, 가평, 춘천 가리지 않고 라이딩을 나갈 정도로 바이크의 매력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필되는 것 같다. 반드시 로드바이크가 아니더라도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일반적으로 자전거는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매우 친숙한 대체 교통수단이 되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들, 학교에 가는 학생들, 심지어는 아이를 뒷 좌석에 태우고 조심스럽게 질주하는 주부들의 모습까지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인류가 태동한 이래 수많은 교통수단이 생겨났고,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파격적인 교통수단들을 탄생시켰으며 그로 인해 이제 인류는 우주여행도 가능한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주여행과 같이 일반인들의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 이야기는 차치하고 비근한 예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2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기차가 생길것이라고 그 누가 예상을 했겠는가? 그러나 놀랄만한 사실은 이제 그러한 생각들은 현실이 되어 우리네 일상이 되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원초적인 교통수단을 꼽으라면 단연코 자전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자전거, 특별히 경주용 자전거인 로드바이크에 관한 흥미로운 책 한권을 만난다. 로드바이크 진화론이라고 이름 붙여진 본서는 로드바이크의 역사와 각종 하드웨어의 개발과 변천 과정을 짜임새 있게 전한다. 자전거를 건강을 위한 운동과 취미로서 즐기는 자전거 인구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 로드바이크의 흥미로운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다루고 있기에 자전거 매니아들에게 있어서 본서의 출간은 매우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총 4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전거 문외한으로서 바이크 라이더, 매니아가 아닌 나는 생소한 전문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본서가 조금은 어렵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디레일러, 휠, 페달, 핸들 스템, 브레이크, 새들 등 자전거 부속품들과 라이더들의 의상, 선글라스, 헬멧과 같은 액세서리의 개발과 변천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인내심을 갖고 읽어내려갔을 때 발견하게 된 작은 insight이 있다.

그것은 바로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바이크의 발전이 다름아닌 인간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 다시 말해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효율적으로 더 빨리 달려야만 하는 로드바이크의 특성 상 선수들과 개발자들은 자전거 프레임의 내구성과 경량화를 끊임없이 추구했으며 더 효율적인 스피드를 구사하기 위해서 작은 부속품 하나까지도 계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서 발전시켜나갔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투르 드 프랑스, 지로 디탈리아와 같은 세계적인 대회에서의 우승을 위해 바이크는 계속 발전했고, 진화를 거듭한 결과 보기만해도 날쌔고 날렵한 지금의 자전거 하드웨어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어쩌면 아직도 0.001초의 기록 단축을 위해 그 진화는 여전히 진행형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선물받고 그렇게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나의 기억으로부터 소환시켜준 작은 책 한권으로 인해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 이제는 삶이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자전거를 타본지가 어언 백만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시원스럽게 질주하는 자전거에 몸을 맡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책에 나오는 전문적인 로드바이크까지는 아니더라도 취미용 자전거 한대로 어린 시절의 그 해맑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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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의 생각법
폴 슬로언 지음, 강유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인류 역사 가운데 남들과는 다른 생각과 사고를 지닌 채 소위 thinking innovation을 통해 세상을 바꾼 위대한 인물들이 수없이 많다.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이 대다수 범인들과는 달리 독특한 사고와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신만의 삶을 개성있게 채색해나간 크리에이터 76인의 짧막한 전기를 모아놓은 스토리북이다.

저자는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76인의 인물들을 소개하는 각장의 끝에 그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독자들이 배우고 발견할 수 있는 귀중한 통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인사이트 노트>로 제시하고 있기에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데에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

요즘 극장가에서 소위 핫하다고 하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락그룹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부터 싱글맘으로 지독한 가난을 딛고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억되고 있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 '비틀즈'라는 독보적이고 전설적인 밴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손님에게 직접 조립을 맡긴다는 파격적인 사고의 전환으로 시작한 북유럽 공룡 가구 기업 '이케아'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 도심지 곳곳 없는 곳이 없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기업 '맥도널드'의 창업자 레이 크록, 전 세계 모든 얼리 어답터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명성을 자랑하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궁금하다면 단연 본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데 손색이 없다.

이 책에 실린 세상을 바꾼 크리에이터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발견하게 되는 몇가지 공통적인 사항은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남들이 이미 밟고 지나가서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을 뒤따라간 사람들이 아니라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다소 위험이 상존하는 새로운 풀숲의 길을 헤치고 나아간 개척자의 마인드를 가진 인물들이었다. 또 한 이들은 자신의 삶에서 크나큰 역경과 고난을 만나게 되었을 때 결코 그 고난과 위협 앞에 굴복함으로서 자신의 삶을 자포자기하는 대신 오히려 그 위협과 역경의 풀무불 속으로 뛰쳐들어가 고통과 고난을 기꺼이 돌파하는 불굴의 의지와 저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더불어 이들은 모든 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자신의 분야에서 피와 땀을 흘리는 열심과 열정을 불태웠던 소위 노력파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은 비상식적인 사고와 시각으로 사물과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기인의 DNA를 가진 인물들이었다는 점이다.

역사 속에서 세상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못보는 것을 바랄 볼 줄 아는 탁월한 통찰력을 지닌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변화되어 왔고, 발전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소수의 사람들은 끊임없는 자기 노력과 헌신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뒤흔들어 놓는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매 시대마다 역사라는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본서를 통해 이들의 삶의 모습을 면면히 관찰하며 독자는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데 다른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리 생각하는 구조 자체가 색다른 이들의  역발상의 관점은 평범함 속에 묻혀 살아가는 이들에게 크나큰 도전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나의 삶을 책 속에서 만난 인물들과 견주어 비춰본다. 나의 강점과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 그리고 그러한 일들을 남들과는 다르게 차별화를 추구하며 어떻게 이루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나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극히 평범함 속에 안주하게 될 때 우리의 삶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의 전환, 관점의 변화는 이제 이 시대가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남들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동일하게 일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크리에이터가 될 자격이 없다고 책은 말한다. 위험을 무릎쓰고 진취적인 도전과 열정, 패기 그리고 남들은 꿈에도 꿀 수 없는 신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할 사람들에게 세상은 크리에이터라는 명예로운 별칭을 허락할 것이다. 당신이 77번째 크리에이터가 되기 원하는가? 그렇다면 주저말고 당장 이 책을 들고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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