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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 - 아직도 망설이는 당신에게 스펜서 존슨이 보내는 마지막 조언
스펜서 존슨 지음, 공경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2월
평점 :

지금으로부터 대략 15년전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짧막한 우화집 한권을 만났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있었던 책이었기에 아마 책 꽤나 읽었다고 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었던 책이었고, 출간 이후 전 세계 2800만부가 판매된 어마무시한 저작으로서 현재 그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거의 20여년이 지나고 그 전설적인 베스트셀러의 후속작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의 발간 소식은 얼마 전 고인이 된 스펜서 존슨의 첫번째 책으로부터 깊은 영감과 삶의 희망을 선물 받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환희에 가득찬 복음 그 자체로서 다가왔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독자들은 전편에서 꼬마인간 헴과 허,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 이 네 친구들이 영양과 행복을 주는 치즈를 찾아 미로 속을 헤메고 다닌다는 주요 줄거리를 기억할 것이다. 미로 속 어딘가에서 충분한 양의 치즈를 발견한 이들은 그곳에서 맛있는 치즈를 먹으며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지만 어느 순간 그 많던 치즈가 바닥이 나고 이제 더 이상 먹을 치즈가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 때 두 마리의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 그리고 급기야는 꼬마인간 허까지 새로운 치즈를 찾기 위해 망설임없이 다시 한번 미로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이후 미로 속 치즈가 다 사라져버린 텅빈 방안에 홀로 남게 된 꼬마인간 헴은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배고픔과 외로움으로 어쩔 수 없이 미로를 나와 뒤늦게 새로운 치즈를 찾아나서기 시작한 헴은 도중에 새로운 꼬마인간 호프를 만나고 그녀와 함께 새로운 치즈, 그리고 그녀가 가져온 새로운 음식인 사과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수많은 절망의 순간을 넘어 마침내 미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고 미로밖에서 그들은 천지에 널려있는 치즈와 사과들을 발견하게 되며 그곳에서 먼저 새로운 치즈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 인간꼬마 허와 재회한다.
전편이 저자가 이야기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상징하는 치즈를 찾아 자신의 삶의 안정감과 울타리를 뛰어넘는 도전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후속편인 본서는 섵불리 치즈를 찾아 나서지 못하는 꼬마인간 헴과 같이 이미 오래 전 치즈가 사라져버린 레드오션으로 대변되는 텅빈 방안에서 언젠가는 이 방에 다시 치즈가 채워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머물러 있는 전 세계 수 많은 독자들에게 그들이 왜 그 방을 나와서 미로를 탐험할 수 없는 지에 대한 문제점을 예리하게 그렇지만 매우 부드럽고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그렇다면 '제 2, 제 3의 인간꼬마 헴' 들이 가진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단 하나의 단어인 '신념'으로 표현된다. 때가 되면 빈방에 다시 치즈가 채워질 것이라는 불확실한 기대에 기인한 믿음은 곧 그들의 신념으로 고착화되고, 그 굳어진 신념은 결코 새로운 치즈를 찾아 미지의 세계로의 낯선 모험을 허락치 않는다. 내가 사실이라고 믿는 그 신념, 그리고 그것이 만약 과거의 신념이라면 그것은 우리를 텅빈 방안에 가두어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손놓고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 버릴 충분한 힘을 지닌다. 그러나 새로운 신념을 선택하는 일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은 책의 주인공 헴과 호프가 미로 밖의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 주요한 원인이 된다. 미로 밖의 세상이 존재할 것이라는 그동안 상상 할 수도 없었던 생각과 인식의 전환은 이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기회의 문으로의 진입을 뜻한다.
그렇다. 본서를 통해 저자 스펜서 존슨은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생각들이 우리의 삶을 옭아맬 수도 있고, 우리를 지금보다 더 큰 기회의 땅으로 인도해 줄 수도 있다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인식의 전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미로의 막다른 어두운 골목은 위험할 것이다라는 선입견과 인식은 어느새 헴의 신념이 되어버렸으나 결국 그가 미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문이 바로 자신이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레 포기해버렸던 그 어두운 골목 끝 방안에 있었다는 사실은 독자들로 하여금 깊이 생각할거리로 다가온다.
생각은 결과를 낳는다. 즉 신념은 한 사람의 행동과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15년 전 스펜서 존슨의 첫번째 책을 펼쳐들고 적지 않은 용기를 얻었다.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려고 할 때 닥칠 수 있는 치즈의 고갈이라는 위기에 대해 나는 어떻게 대응하고 반응할 것인가? 허와 같이 새로운 치즈를 찾아 용기를 가지고 과감하게 앉은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헴과 같이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얼마남지 않은 치즈를 먹으며 지금의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몇년 후 더 머물고 싶은 직장들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떠날 수 있었던 나의 결정들, 또한 나의 삶에 있어서 현재의 환경과 상황에 대해 미련없이 언제든지 훌훌 털어버리고 떠날 수 있다라는 노마드적 사고와 내 주변을 한발짝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관조적 삶의 태도를 체득하게 된 것은 어쩌면 이 책의 저자 스펜서 존슨에게 받은 결코 작지 않은 선물이리라. 아직도 자신의 삶의 바운더리 안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며 망설이고 있는가? 그렇다면 본서는 당신을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