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느끼는 오감재즈 - 재즈라이프 전진용의 맛있는 재즈 이야기
전진용 지음 / 다연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재즈하면 어느 비 내리는 저녁 담배연기 자욱한 변두리 클럽, 와인 한잔을 기울이며 어딘가 모르게 구슬프면서도 우수에 젖는 듯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재즈 색소폰의 그 끈적이는듯한 선율과 경쾌하고 힘이 느껴지지만 인간의 원초적 자아의 그 깊은 심성을 부드럽게 터치하는 재즈 트럼펫의 울림이 어우러지는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본서는 재즈하면 어렵다. 음악의 문외한들은 이해할 수 없고, 오직 매니아층에게만 베풀어지는 음악적 혜택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재즈는 지극히 서민적이며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으며 그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흔히 접근하기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문턱이 결코 높지않은 장르라는 사실에 대해서 매우 친절하고 흥미롭게 설명해주는 일종의 재즈 입문서, 가이드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저자 자신이 직접 재즈의 본고장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한 전문가로서 재즈에 대한 음악 이론적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 책은 여느 재즈 관련 도서들과는 차별성을 가진다. 저자는 유학 생활 중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학비 충원 등을 위해 셰프로서 주방에서 일을 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는데 그때의 그 독특한 경험을 살려 바로 이 책에서 재즈를 음식에 빚대어 설명함으로서 재즈가 난해하고 어려운 음악 장르라는 고정 관념과 선입견을 단번에 부서버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별히 한국인의 입맛과 정서에 부합하는 각종 한식들을 재즈의 역사와 재즈의 다양한 스타일과 결부시켜 설명함으로서 재즈의 다양한 스타일에 생소한 독자들로 하여금 미각과 청각을 동원하여 머릿속에서 음식맛을 상상하며 재즈의 스타일을 유추해볼 수 있도록하는 아주 기발한 집필 방법을 탄생시켰다. 미국 재즈 100년사 속 25명의 소위 전설적인 재즈 거장들의 삶과 그들의 음악, 작품세계를 상상하기 편한 다양한 한식들과 매치시켰을 때 독자는 뉴올리언즈 재즈, 스윙, 비밥, 쿨재즈, 하드밥, 프리재즈, 보사노바, 퓨전재즈, 컨템퍼러리 재즈와 같은 다양한 재즈 스타일의 특징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루이 암스트롱, 베니 굿맨,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아트 블래키, 허비 행콕까지 그래도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지금껏 풍문으로 들었던 재즈 아티스트들의 명성을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은 매우 신선했다. 왜 그들이 그렇게 유명하고 그들이 시도하고 발전시킨 음악적 스타일의 특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갈 때 쯤 당장 재즈 클럽 같은 곳으로 달려가서 마시지도 못하는 술 한잔을 시켜놓고 고개를 까딱이며 재즈의 향기에 물씬 젖어들어야만 할 것 같은 어설픈 객기가 솟아올랐음을 부끄럽게 고백해본다. 

책의 특징은 시대별로 각 시대에 탄생했던 재즈 음악 스타일과 그 음악 스타일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삶과 음악 세계, 그리고 각 장을 시작할 때마다 개요와 같이 그 당시 미국의 역사적 배경과 그 음악이 탄생할 수 있게 된 장소적 배경과 같은 사전 지식을 친절하게 안내해줌으로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흑인으로 시작된 시쳇말로 시장통 밑바닥 음악이라고 여겨지며 터부시 되었던 장르였지만 나중에는 백인들에게까지 딕시랜드 재즈라는 영역으로 그 저변을 확대함으로서 이제는 명실상부 미국민들의 정신세계의 근간을 이룸으로써 음악적 바탕하면 팝과 재즈를 빼놓을 수 없게 되었으니 재즈는 이제 한국으로 말하면 사물놀이와 같이 미국인들에게는 서민적이고 친숙한 음악 장르로서 자리매김했다. 한국인의 정서속에 3분박 가락의 음악적 코드가 흘러내려오고 있기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꽹과리와 장구의 흥겨운 가락만 들어도 어깨춤을 덩실덩실 흔들어대는 것과 마찬가지로 2, 4박의 스윙 비트에 벌써 몸이 반응하는 미국인들의 소울 충만한 음악적 감수성은 바로 이 재즈로부터 기인한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다.

불협화음, 불확실성의 음악, 재즈! 대항해 시대, 식민지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의 그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삶의 애환이 녹녹히 녹아져 탄생한 재즈는 그래서 어쩌면 수 많은 외침과 고난으로 점철된 삶에 의한 한(恨)맺힌 한민족의 전통 가락과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음악을 이해할 때 한 나라와 한 민족의 정서와 가치관, 나아가서 세계관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사람들이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진 민족이고 어떠한 삶의 과정을 지나왔는가에 대한 이해는 그들의 음악을 통해 좀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음악 속에 보이지 않게 면면히 흐르는 선율적 정서가 그 민족의 희노애락의 역사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리라.

미국의 시대적 배경과 재즈 음악사, 그리고 재즈의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과 장르, 그리고 각 장르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아티스트들의 삶과 애환, 그들의 작품과 음악 세계에 관한 총체적인 백과사전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너무나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재즈 관련도서를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집어들어라! 후회치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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