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분 습관 수업 - 의지가 약해도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습관 만들기
요시이 마사시 지음, 장은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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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차범근 이후 최고의 축구 선수로 평가받으며 월드클래스 호평을 듣는 영국 프로 축구 프리미어 리거 손흥민 선수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지금의 손흥민 선수가 있기까지는 숨은 조력자로서 그의 아버지 손웅정 씨가 있었다. 손웅정 씨는 손흥민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공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는 이른바 볼 리프팅 훈련을 매일 2시간씩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6년간 습관화 시켰다. 또래 친구들이 드리블이며 슛과 같은 흥미로운 기술들을 배울 때 손흥민 선수는 지루함을 견디며 볼 컨트롤이라는 기본기를 몸에 완벽히 체득화 한 것이다. 현재 손흥민 선수가 무서운 이유는 어느 발로 슛을 때릴지 모르기에 상대팀의 수비수들과 골키퍼가 가장 난감해하는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몇 안 되는 선수이기에 그렇다는 점이다. 북 리뷰에 웬 축구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겠지만 다름 아닌 '습관'의 중요성을 말하려고 한 것이다.

습관의 중요성과 습관의 위력은 이렇듯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드는데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일본인 습관형성 컨설턴트 '요시이 마사시' 또한 습관의 중요성을 알고 <하루 5분 습관 수업>이라는 책을 썼다. 다소 과장적일 수 있지만 그는 1장 처음부터 모든 것은 습관으로 결정된다고 말한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습관이 만들어 낸 결과물? 맞는 말일까? 저자는 능력의 차이는 없고 오직 습관의 차이만이 있음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은 흔히 공부머리라고 말하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우수 유전자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공부를 잘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는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거창한 것보다는 작은 습관부터 만들어보라고 권면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휴지 3개 줍기, 신발을 벗고 나서 가지런히 정리하기, 일기 쓰기, 지인들에게 엽서 쓰기, 내가 먼저 인사하기 등과 같은 사소한 습관을 가져보라고 격려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하루에 휴지 3개 줍기, 신발 벗고 정리하기와 같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을 습관화시켜서 무슨 유익이 있을까 의아해할 수 있다. 사실 휴지 3개를 줍고, 신발을 정리하는 일들 자체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남들이 생각하는 사소한 습관을 통해서 형성되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고 하찮게만 여기는 일들이라도 그것을 습관화시키면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며 내면의 방향추 또한 질서정연하게 정렬된다. 바른 내면의 변화는 바른 습관 형성에서 시작되고 그것은 삶이라는 실제에 반영된다.

책은 습관의 영향력, 정체, 습관 형성의 포인트, 뇌의 힘, 테마별 습관 형성 법과 같은 실제적인 내용들이 가득하며 책 자체가 무겁지 않고 매우 라이트 하기에 시간만 되면 하루에도 완독할 수 있다. 습관에 관한 다양한 내용들이 즐비하지만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내용은 명확한 목적의 중요성이다. 저자는 명확한 목적은 습관을 지속하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됨을 강조한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세우는 국민 목표가 있다. 영어회화 공부, 운동과 다이어트, 독서, 자격증 공부가 그것이다. 그러나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목표를 오르지 못할 목표로 여기며 포기하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습관을 들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이유는 바로 명확한 목적의 부재다. 목표 자체가 사람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동인이 될 수 없다. 명확한 목적만이 사람으로 하여금 목표로 이끄는 힘을 발휘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 목적은 좋은 습관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또다시 좋은 습관은 목적을 달성하도록 목표를 체근한다. 즉 목적과 목표와 습관은 서로를 격려하고 견인하는 상호 동력이 되어준다는 사실이다.

아주 오래전 매우 영감 있게 읽었던 책 중에 역시 일본인 저자가 쓴 베스트셀러 <아침형 인간>이 있다.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습관은 3주 즉, 21일을 꾸준히 습관 들여야지만 그것이 온전히 체화되어 나의 진짜 습관이 될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렇듯 좋은 습관 들이기는 시간적 꾸준함과 지속성, 끈기를 요구하는 다소 지난한 작업이다. 그러나 분명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고통과 대가 지불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는 시간이 온다. 간혹 우리는 주변에서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의 삶을 가만히 지켜보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삶의 결이 다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은 그만이 가진 좋은 습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 또한 지루한 습관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좋은 습관의 열매를 거둔 것이 아닐까?

책에서는 네거티브한 행동들을 끊기 위한 다소 생소하게 여겨지는 습관법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다이어터들은 케이크를 보며 지방 덩어리라고 명명함으로써 우리의 뇌에 케익크를 해로운 음식으로 각인시키거나 게임을 하는 행위는 시간 낭비라고 명명함으로써 게임은 인생을 낭비하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세뇌시키는 것이다. 나 또한 연초 국민 목표 중 하나로서 다이어트를 습관들이며 실천하고 있다. 주 3회 운동과 폭식, 간식 금지, 식사량 조절이라는 세부 목표를 세우고, 체중 앞 자릿수 바꾸기 계획에 돌입했고, 한 달이 지나는 시점에서 제법 효과를 보고 있다. 초딩 입맛이기에 평소 과자를 좋아하는데 책을 읽으며 발견한 습관법을 스스로에게 적용하게 된다. 과자를 보며 지방 덩어리라고 명명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체중 앞 자릿수 바꾸기라는 다이어트의 단순한 목표만이 아니라 나의 건강이 가족의 건강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설정한다. 자신의 의지가 약하고 실천력이 결여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매우 단순한 습관을 위해 하루 5분만 투자해보라! 영어 단어를 하루에 2개만 외우는 것도 좋다! 윗몸 일으키기를 하루에 3개만 해도 좋다. 심지어 책을 그냥 1장만 읽어도 좋다! 시작이 중요하며 꾸준함이 좋은 습관을 만들고 좋은 습관이 독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일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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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 국내최초 초판 무삭제 완역본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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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TV 광고 중에 선비 한 명이 등장해서 "100년도 못 살면서 1000년의 근심으로 살아가는 중생들아!"라고 외치며 껄껄 웃는 장면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당시 제품은 기억나지 않으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CF의 광고 문구는 퍽 인상 깊었다. 인생을 살아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고 100세 시대라고 외치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인간이 100세의 수명을 누리는 것이 요원하기만 하다. 그런데 우리는 광고 카피와 같이 100년도 못 살고 가는 인생 속에서 마치 1000년의 근심을 떠안고 살아가는 것만 같다. 매일 걱정과 근심이 집채 만한 파도와 같이 우리를 집어삼키려 몰려온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걱정과 근심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힌 채 이리저리 휩쓸리며 떠밀리듯 살아간다.

<인간관계론>이라는 자기계발 분야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고전을 집필한 '데일 카네기'의 또 다른 명작 <자기관리론>은 바로 이와 같이 걱정과 근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인에 대항하여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한 처방전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오직 하나! 바로 '걱정'이다. 책을 펼치면 걱정은 무엇이며 걱정이 삶에 미치는 영향과 걱정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걱정 대신 평화와 행복을 부르는 삶의 자세, 걱정을 부르는 잘못된 습관 고치기 등과 같은 매우 실제적인 걱정 해결 솔루션이 가득하다. 매 챕터가 각계각층 유명 인사들과 평범한 소시민들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구성되었기에 매우 흥미롭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책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20세기 초중반의 시대적 배경을 가진 책이 들려주는 다양한 사람들의 걱정과 그 해결법을 듣고 있노라면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100년 전 사람들이나 2021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내용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어차피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되는 사업과 직장, 돈 문제 그리고 건강과 인간관계, 가정 문제 등과 같은 걱정이지 지구는 누가 지켜야 하는가와 같은 범세계적인 글로벌한 고민과 걱정은 아니다.

저자는 이렇듯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과 걱정의 문제를 파악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자기관리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책을 써 내려갔다. 걱정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핵심은 바로 "내일을 맞이하는 최선의 방법이 지성과 열정을 집중해 오늘 해야 할 일을 잘하는 데 있다"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걱정의 민낯을 직면하는 것이다. 회피는 능사가 아니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 1단계이고, 어쩔 수 없다면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2단계이다. 그리고 이미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은 최악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3단계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도 이런 식으로 걱정과 고민하는 문제를 직시해본 적이 드물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번 삶의 문제와 근심이라는 부비트랩에 걸려 허우적대는 것이 아닐까?

또한 개인적으로 책에서 발견한 귀중한 인사이트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평화와 행복을 부르는 삶의 7가지 자세다. 우리는 삶의 평화와 행복이 깨질 때 걱정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은 재물과 같은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통해서도 수없이 다가온다. 특별히 깊이 와닿았던 점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 쓰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누군가에게 베푼 감사의 행위에 대해 보답을 기대하지 말고 그냥 순수하게 주는 기쁨을 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감사는 교양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자기 수행의 결실이다. 교양 없는 사람들에게는 감사를 기대할 수 없다." 즉 본성상 인간은 어차피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이기에 감사를 되돌려 받기 위해서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것은 본인에게 또 다른 근심과 걱정을 가져다줄 뿐이다. 그러므로 감사를 기대하는 것을 포기하고 단지 주는 것에 기쁨을 누릴 때 우리네 삶은 더 큰 행복과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는 인간 내면을 관통하는 매우 깊은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 1년이 넘게 코로나19 팬데믹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에 4~500여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 속에서 이제는 그러한 통계들이 하나의 숫자로밖에 다가오지 않는 상황적 무감각과 불감증에 나 스스로도 놀랄 때가 있다. 그러나 한편 부지불식간에 다가오는 코로나19가 주는 공포감으로 인해 고민과 걱정 속에 함몰되기도 한다. 저자는 말한다. 일어나지 않을 일들, 즉 내가 통제할 수도 없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해 조바심치며 걱정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비극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실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걱정하는 일들의 99%가 정말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라고 한다. 중병에 걸리면, 회사에서 실직하면, 사업이 부도나면, 나의 결혼 관계가 끝나버리면 과 같은 일상적인 걱정부터 길을 가다가 벼락을 맞지는 않을까 와 같은 로또 당첨보다 어려운 실현 불가의 고민까지 모든 근심과 걱정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삶 속의 고민과 걱정은 지금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쓸데없는 걱정이 대부분이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이 우리다. 나는 가끔 생각해 본다. 100년 아니 앞으로 길게 잡아 50년만 지나도 아마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될 모든 이들이 대부분 100년도 못되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한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 아닌가? 우리가 살아갈 남은 인생을 살펴볼 때 지금 우리가 한가득 끌어안고 살아가는 고민들은 너무나 하찮게만 여겨진다. 그러나 오늘도 우리는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성화에 통장의 잔고를 살펴야 하고, 대학 등록금을 걱정하는 자녀의 고민을 끌어안아야 하며 부모님의 수술비와 입원비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듯 지금의 순간 속에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의 걱정과 고민이 결코 녹록지 않기에 <자기관리론>과 같은 책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으리라. 마치 경험 많고 노련한 상담사와의 일대일 고민 상담을 통해 받는 걱정과 근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면 단연코 이 책은 추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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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 그 개념의 역사
알리스터 맥그래스 엮음, 오현미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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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타인을 비하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말 중에 "저 사람 진짜 개념 없네!"라는 말이 있다. 개념이라는 어휘의 사전적 의미는 차치하고 이 뜻은 보통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상식이 없다"와 같은 숨은 의미를 내포한다. 이처럼 인간관계 안에서도 상식, 기본에 대한 강조는 중요하다. 그런데 사실 상식, 기본은 인간 사회 모든 유무형의 학문과 기술, 지식 체계 속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얼마 전 둘째 아이가 젖을 떼고 첫 이유식을 하는 옛 동영상을 보며 즐거워한 적이 있다. 묽은 미음과 같은 이유식을 받아먹던 아기가 어느새 이제는 껌을 씹어대고 있으니 내게는 신기할 따름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지성적 성찰의 작업 또한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에 묽은 이유식을 먹는 것 같이 자신의 지적 깜냥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기본적인 개념을 쌓아가는 훈련이 되어 있지 못하다면 아마 그는 지적 작업에 있어 계속 이유식만 먹어야 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지금껏 무엇을 믿는지 왜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이 부재한 상태에서 교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소위 기독교에 대해 진짜 '개념 없는'독자들에게 그 개념 탑재를 위한 안내서라고 볼 수 있다.

책의 편집주간을 맡은 영국의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는 복음주의 진영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석학이다. 그와 함께 5인의 탁월한 신학자들이 기독교의 핵심적인 교리를 한 파트씩 나눠서 주제별로 기술했다. 저자들은 83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본서에서 계시론, 신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의 정수를 담아내는 방대한 지적 작업을 완성했다. 기독교 2천 년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는 첫 장부터 기독교의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이한 마지막 보너스 챕터의 기독교 용어 사전까지 저자들의 애씀과 친절함이 곳곳에 묻어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책은 위에서도 소개했지만 기독교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부재한 신자들을 포함해서 기독교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알고 싶어 하는 구도자들을 독자층으로 타깃했다. 그렇기에 책은 저자들이 부모의 심정으로 조직신학의 중요한 내용들을 매우 간결하고 쉽게 설명함으로써 마치 어린 아기에게 이유식을 떠먹여주는 느낌으로 가득하다.

기독교를 말할 때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은 바로 '믿음'이다. 신자들 중에는 교회를 오래 다녔다고 자부하지만 본인이 무엇을 믿는지에 대한 깊은 숙고함 없이 기계적으로 교회당의 빈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 믿음을 이야기하는 챕터에서 저자 '존 스택하우스' 교수는 종교개혁을 일으킨 개신교 개혁자들의 특징적 열정은 믿음이 절대 지적 관심과 분리되지 않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것은 기독교는 믿음을 순전히 지적 확신이나 관념의 영역 안으로 국한시키지 않음을 강조한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지성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계적이고 습관적으로 생각 없이 믿음을 고백하고 동의하지 않는 것이 바로 기독교의 참 모습임을 지적한다. 무턱대고 믿으며 "밑~씁니다~"라는 쌍시옷 발음의 고백을 연호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달아올랐던 내용이다.

또한 책이 가진 장점이자 특징은 각 챕터마다 Key Note라는 트랙이 있다는 점이다. 보통 하나의 주제를 마치면서 연관된 핵심적 토픽을 선정하여 독자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있는데 이게 또 읽다 보면 은근 깨알 재미가 있다. 믿음에 관한 챕터를 마치면서 포스트 모더니티, 이슬람교에 대한 개념을 서술함으로써 기독교 믿음과의 연관성과 차이점에 답한다. 하나님에 관한 신론을 다루는 챕터에서는 하나님은 어떻게 자연을 통해 알려지실 수 있는가? 창조와 진화와 같은 내용들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꼽는 이 책의 백미는 신론과 기독론이다. 특별히 삼위일체 교리를 통한 삼위 하나님의 위격과 본질을 설명하는 2장은 그야말로 기독교의 가장 심오한 신비를 다루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신앙생활을 오래 한 신자라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삼위일체 교리에 대한 설명을 그래도 가능하면 쉽게 이유식화하여 먹여주려고 노력한 저자의 애씀이 곳곳에 묻어난다. 또한 신학적 교리를 다루는 저작이지만 다양한 교파를 아우르려는 노력은 저자들이 자신의 신학적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극도로 절제된 필치를 사용하고 있음에서 느껴진다. 최대한 사견을 배제하고 극히 중립적인 시각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만을 펼치고 생각과 선택은 독자에게 던져준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독자층의 신학적 스펙트럼이 넓을 수 있는 가능성은 책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기독론을 통해서 신약 성경 복음서들이 증거하는 성육신(incarnation)의 신비 또한 범인들의 머리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신(神)인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실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죄악 가운데 멸망을 향해서 달려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내어주고 죽은 지 3일 후 부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주왕복선이 은하계를 탐사하는 고도 과학문명이 발달한 이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기독교의 신앙과 믿음의 개념들은 그야말로 가장 미개하고 천박하며 무식함의 극치를 달리는 형편없는 지식 체계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이 동화와 같은 이야기들을 역사적 팩트로 믿고 살아가고 있으며 아마 죽을 때까지도 믿게 될 것이다. 이른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마른 입에 밥 한 숟가락 내 마음대로 떠넘기기 힘든 바닥을 치는 인간 존재의 무력함을 알기에 그렇다. 인생의 정점을 향해 상승곡선을 그리는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신비가 책에서 말하는 인카네이션이며 그 사실을 신앙하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존 스택하우스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격적 신뢰는 인지적 결정에 달려 있다. 사람은 자기 믿음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지식이 축적되지 않고서는 누군가를 절대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다. 지식과 분리되지 않는 믿음, 그러나 지성만이 아니라 언제나 전인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신자의 온전한 믿음이다.

책을 덮으며 오랜만에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복기해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내가 믿는 신앙의 기본 개념을 정리해보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작업인 것 같다. 무엇을 믿고 왜 믿으며 믿었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간결한 조언이 가득하기에 기독교의 핵심을 짧은 시간 안에 접하기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우리 자신도 알지 못한다." 블레즈 파스칼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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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의 결혼 생활
조엘 R. 비키.제임스 라벨 지음, 정충하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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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행복의 출발점인가? 아니면 불행의 전주곡인가? 한국은 미국, 오스트리아, 영국에 이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이혼율을 자랑한다. 결혼을 할 때 누구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부부생활과 가정을 꿈꾸지만 결혼 생활의 실제는 결코 녹녹하지 않다. 장밋빛 단꿈을 기대하며 결혼이라는 열차에 올라탄 수많은 부부들이 서로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자녀들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생채기를 남긴 채 이혼이라는 정거장에 내리는 이유는 그들 안에 바른 결혼관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안타까움과 의문 속에서 만난 정말 보물 같은 저작 한 권이 있다. 특별히 개신교 신앙을 가진 신자들에게 있어서 성경적이고 바른 결혼관을 제시해 주는 너무나 탁월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미혼 시절부터 지금껏 결혼과 가정에 관한 다수의 책을 접했고 관련 교육까지 받았지만 이번에 만난 이 책만큼 결혼에 대해 성경적, 신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책은 처음이다. 청교도 개혁주의 신학자로 정평이 나있는 믿고 보는 저자 '조엘 비키' 교수와 그의 동료 '제임스 라벨' 목사가 공저한 <크리스천의 결혼 생활>은 17세기 영국 29명 청교도들의 결혼에 관한 저작 속에서 발견한 성경적이며 청교도 개혁주의적 결혼관을 집대성한 탁월한 저작이다.

본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서는 결혼의 제정과 존귀, 목적, 은택들을 다룬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결혼을 제정하셨고 그렇기에 결혼은 그것 자체로 존귀하다. 중반부에서는 좋은 결혼의 시작과 결혼의 존귀함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매우 실제적이면서도 상세한 고찰이 이어진다.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좋은 결혼의 시작은 상대가 아닌 바로 내가 좋은 배우자로서 준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영혼 안에 참된 구원의 은혜와 경건이 있는가? 그것은 그리스도와 하나 됨으로 요약된다. 이는 결혼에 앞서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서 다른 책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매우 귀중한 조언 중 하나는 아내를 선택할 때 또는 남편을 선택할 때 고려되어야 할 요소 중 하나가 경건과 더불어 '적합함'이라는 내용이다. 신앙적으로 경건하지만 함께 인생이라는 멍에를 메야 하는 배우자가 자신과 여러모로 비슷하지 않고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인 부분이 많다면 그러한 결혼은 많은 문제를 만들어낸다. '웨이틀리'라는 청교도 목회자는 책에서 "당신에게 적합한 동반자를 선택하라. 적합함이야말로 결혼 생활의 모든 문제를 극복하게 하는 최고의 도움이다."라고 말하다. 즉, 결혼 자체가 두 사람을 조화롭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너무나 중요한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중후반부에서는 존귀한 결혼을 지켜나가기 위한 실제적 지침으로서 남편과 아내의 상호 의무, 아내의 의무, 남편의 의무를 매우 상세하게 기술한다.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는 계약이 아닌 언약 개념으로서의 결혼, 사랑과 순결, 도움과 화평의 상호 의무, 복종과 도움으로 대변되는 아내의 의무, 사랑과 권위로서의 남편의 의무 그리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미 결혼한 사람들을 향한 깨알 조언이 양약과 같다. "결혼의 행복은 배우자의 행위가 아니라 당신의 행위에 달려 있다. 남편이 아내의 순종 여부와 상관없이 아내를 사랑하거나 혹은 아내가 남편의 사랑 여부와 상관없이 즐겁게 남편에게 순종한다면 결혼의 멍에는 쉽고 가벼울 것이다."p149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을 보여주는 일시적인 것이 바로 결혼임을 '존 파이퍼'는 자신의 책 <결혼 신학>에서 이야기했다. 살아보니까 결혼은 실제다! '레이너'라는 청교도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은 오직 단맛만 있는 순정 꿀이 아니라 그 안에 어느 정도의 쓴맛이 섞여 있는 혼합 꿀이다." 결혼에 대한 기막힌 비유다. 결혼에 관한 성경적이고 균형 잡힌 관점을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제시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은 저자들이 29명 청교도 목회자들의 결혼에 대한 저작을 연구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진리들을 제시한 후 본인들의 논지를 확장시키고 부연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본서가 기존 교계에서 출간된 수많은 결혼에 대한 저작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점은 성경적이면서 청교도 개혁주의 유산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17세기 청교도들은 삶의 모든 영역을 하나님의 주권 앞에 복종시키며 삶의 정황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성경에 비추어 살펴보기를 즐거워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펼치는 결혼에 대한 생각들은 지극히 성경적이고 더 나아가 개혁주의적이다. 유튜브를 통해 신자들의 이혼을 너무나 쉽게 용인하는 어느 목회자의 강연에 열광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듣기에 매우 나이스하고 달콤하다. 그 목사님의 말씀은 너무나 관용이 넘치며 잘못된 결혼을 통해서 아파하며 이혼을 생각하는 신자들에게 크나큰 위로로 다가온다.

그러나 신자에게 있어 결혼을 바라보는 관점은 인기에 영합한 인본주의적 견해가 아닌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철저하게 성경에서 도출된 결혼에 관한 보석 같은 진리가 가득한 보물 상자와 같다. 바른 신자로서 진리를 알고 사랑하며 기뻐함으로 진리를 위해 살다 죽기 원하는가? 지금처럼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한 포스트모더니즘의 현대 문화 속에서 결혼만큼 격렬한 공격을 받는 주제도 없다. 이제 결혼과 가정이라는 전통적 가치는 현대인들에게 한물 간 유물과 같다. 이처럼 결혼의 의미가 세속화되고 퇴색되어만 가는 시대 속에서 신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성경은 결혼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이다. 매 페이지에 수록된 모든 내용들이 그야말로 영롱한 보석과 같아서 나의 마음과 지성에 전부 쓸어 담고 싶은 욕심으로 적잖이 밑줄을 그으며 완독했다. 제한된 서평 속에 주옥같은 내용들을 전부 소개할 수 없음이 유감이다. 그렇기에 성경이라는 진리의 우물 속에서 길어올린 맑고 청명한 청교도 개혁주의 유산이 가리키는 결혼에 대한 진리의 정수를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 신자들과 지금도 결혼과 가정을 하나님의 뜻대로 경작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그리스도인 부부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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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3 - 한니발 전쟁기 리비우스 로마사 3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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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위용을 뽐냈던 위대한 제국 로마의 역사와 관련된 수많은 책들 가운데 <리비우스 로마사>는 단연 독보적인 저작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역사서가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책을 기록한 사가의 삶과 역사적 사건의 시간 간극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이유만 두고 보더라도 기원 전후 로마라는 동시대를 살았던 저자 '티투스 리비우스'가 써 내려간 본서는 현장성에 있어 여타 현대에 기록된 로마사 저작들과 비교했을 때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총 4권으로 기획된 본서의 전작 1, 2권을 완독했던 터라 3권을 내심 기대했다. 천년 로마의 시작, 왕정과 공화정이라는 정치 체제의 변화를 다룬 1권에 이어서 로마를 둘러싼 다양한 도시 국가들과의 크고 작은 분쟁을 통한 부침 속에서 어떻게 로마가 국가로서의 면모를 확립해 갔는지에 대한 사실들이 흥미롭게 기록된 2권을 끝내며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된 3권은 네 권의 시리즈 중 가히 백미라 칭할 수 있는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등장하는 제2차 포에니 전쟁을 다룬다. 10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의 대부분 아니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한니발 전쟁기는 책의 분량만큼 방대한 스케일을 다룬 블록버스터와 같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박진감 넘치는 전쟁 묘사와 더불어 수려하지만 절제된 문장의 아름다움이 리비우스라는 로마의 탁월한 역사가에 의해서 빼곡히 수놓아져 있다.

3권이 두 권의 전작과 확연히 다른 점 한 가지는 플롯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다는 점이다. 카르타고와 로마라는 당대 최강국 간의 다툼 속에서 한니발이라는 명불허전의 맹장과 스키피오라는 불세출 영웅으로 대변되는 인물 간의 대립은 그야말로 드라마틱 하다. 또한 3권이 가지는 특징 중 하나는 내용의 묘사가 상당히 회화적이라는 데 있다. 눈 덮인 알프스산맥의 협곡을 넘는 카르타고 군의 모습이나 유럽인들에게는 생소했을 코끼리가 전장을 누비며 로마의 전열을 흐트러 놓는 장면 등은 마치 한편의 그림을 보는 듯 독자의 상상력과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반면 내러티브의 주를 이루는 전쟁에 관한 묘사는 잔인하고 참혹하다. 죽고 죽이는 전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증오하며 죽어간다. 적군에 의해서 학살과 강간, 약탈이 공식처럼 적용되는 점령된 도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핏물이 강을 이루는 아비규환 아수라장의 상황은 극도로 절제된 리비우스만의 문장으로 정련된다. 그러나 적나라한 전쟁의 묘사만으로 책 한 권을 채웠을 것이라고 추측한다면 오산이다.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흥미로운 특징은 저자 리비우스가 독자들을 위해 끔찍하고 처참한 전쟁의 내러티브 속 사이마다 마치 하나의 단서와 같이 코드화된 교훈들을 숨겨놓았다는 점이다.

당대 파비우스라는 장군은 한니발과의 전면전을 회피하며 지연전술을 펼침으로써 다수의 로마인들에게 조롱거리가 된다. 그러나 역사는 파죽지세로 몰고 들어오는 한니발을 맞아 전면전보다는 시간을 벌어 로마가 향후 전쟁을 대비할 수 있도록 했던 파비우스의 선견지명과 전략을 옳게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 파비우스의 후임 장군이었던 바로와 파울루스는 전면전을 피하라고 조언하는 파비우스의 말을 흘려들은 채 겁쟁이라는 오명보다는 영웅이 되기 위해서 한니발의 카르타고군을 맞아 전면전을 치른다. 그리고 결과는 사령관 파울루스 포함 로마군 5만 명 전멸이라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최악의 성적표였고, 이 전투가 바로 오명으로 회자되는 칸나이 대참패이다. 젊은 혈기로 영광을 탐하며 전면전을 고수했던 후배 장군들에게 파비우스는 아래와 같은 금언을 남겼다. 진정한 영광은 영광을 경멸하는 자의 것이야... p181

B.C. 214년 전쟁이 장기화되고 제1차 마케도니아 전쟁까지 발발하며 전선이 두 개로 확대되고 고착화되면서 로마의 재정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도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바닥을 드러낸 국고를 바라보며 로마 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가히 놀랍기만 하다. 노예 병사들에 대한 몸값을 전쟁이 끝날 때까지 받지 않겠다는 노예의 원주인들, 로마시에 건물과 말 등을 수주하던 상인들의 계약금 미청구, 기사나 백인대장과 같은 장교들의 급여 미수령 등이 그것이다. 시민 개인의 차원에서 시작된 이런 관대한 행동은 전장의 군인에게도 퍼져 나갔다. 기사나 백인대장 중에 급여를 받는 사람은 없었고, 혹시 있다면 용병이라 불리며 경멸당했다. p343

노블레스 오블리쥬, 귀족들 또한 나라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모른체하지 않았다. 최고 의결기관인 원로원 의원들은 자신들의 사유 재산인 금, 은, 동화, 본인과 아내, 아이들의 반지며 각종 악세사리를 기꺼이 국고에 내놓음으로써 전쟁 자금을 마련했다. 나라가 건재하면 개인의 재산을 쉽게 지켜낼 것입니다. 하지만 공익을 저버리려고 한다면 자기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도 헛된 일이 될 겁니다. p552

제2차 포에니 전쟁을 다룬 본서는 분명 카르타고의 맹장 한니발과 로마의 덕장 스키피오의 대결 구도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이들이 바로 역사의 주인공임을 알게 한다. 그러나 나는 1000페이가 넘는 벽돌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본서를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봤다. 위대한 전쟁과 전투 뒤에는 이름도 빛도 없이 그것이 생명이든 재물이든 자신의 것을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 기꺼이 내던진 수많은 무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는 방대한 스케일의 전쟁 대서사시 속에서 위에 언급한 사소한 에피소드를 언급하고 있는 저자 리비우스 사관의 독특성을 볼 때 그가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17년간의 죽고 죽이는 살상의 역사 속에서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라고 되묻는다면 그야말로 우문이다. 인간사의 모든 희로애락이 이 한 권의 책 속에 걸쭉한 진액과 같이 농축되어 있다. 재물과 명예, 권력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영광을 갈망하는 세속적 야망이 한데 어우러져 악취를 풍긴다. 군인은 말할 것도 없고 무장하지 않은 여자들과 아이들마저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광기의 현장을 기술한 페이지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서로 간에 속고 속이는 전략적 두뇌 플레이의 장면 속에서는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인간 간교함의 끝을 보게 된다. 어쩜 이렇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을 수가 있을까? 책을 읽으며 기록된 내용들이 너무나 익숙해서 소스라치게 놀란다.

2000년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로마사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인간사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젠틀하고 나이스하게 시대의 옷을 갈아입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탐욕의 가면을 쓰고 서로를 미워하며 상대방의 것을 뺏기 위해서 죽고 죽이는 야만과 광기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네거티브함 속에서 우리는 파비우스가 보여준 영광보다는 공의를 위한 겸손, 귀족들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신과 희생, 스키피오라는 탁월한 장군이 가진 고양된 인덕과 고결한 인품, 한니발이라는 잔혹하지만 용맹스러운 장군이 가진 불굴의 용기와 같은 미덕을 발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2018년 3월 리비우스 로마사 1권을 읽고 한 인터넷서점에 아래와 같은 기대평을 남긴 적이 있다.

로마의 역사를 교과서와 같은 건조함의 틀 속에서 건져내어 준 고마운 저작. 내러티브를 통한 통전적 관점에서 기술되어진 본서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로마라는 유럽 문명의 한 획을 그은 무게감 있는 역사의 주체를 결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다!

인간 군상의 모든 허와 실을 파헤친 리비우스 로마사의 마지막 권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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