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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 국내최초 초판 무삭제 완역본 ㅣ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월
평점 :

아주 오래전 TV 광고 중에 선비 한 명이 등장해서 "100년도 못 살면서 1000년의 근심으로 살아가는 중생들아!"라고 외치며 껄껄 웃는 장면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당시 제품은 기억나지 않으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CF의 광고 문구는 퍽 인상 깊었다. 인생을 살아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고 100세 시대라고 외치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인간이 100세의 수명을 누리는 것이 요원하기만 하다. 그런데 우리는 광고 카피와 같이 100년도 못 살고 가는 인생 속에서 마치 1000년의 근심을 떠안고 살아가는 것만 같다. 매일 걱정과 근심이 집채 만한 파도와 같이 우리를 집어삼키려 몰려온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걱정과 근심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힌 채 이리저리 휩쓸리며 떠밀리듯 살아간다.
<인간관계론>이라는 자기계발 분야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고전을 집필한 '데일 카네기'의 또 다른 명작 <자기관리론>은 바로 이와 같이 걱정과 근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인에 대항하여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한 처방전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오직 하나! 바로 '걱정'이다. 책을 펼치면 걱정은 무엇이며 걱정이 삶에 미치는 영향과 걱정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걱정 대신 평화와 행복을 부르는 삶의 자세, 걱정을 부르는 잘못된 습관 고치기 등과 같은 매우 실제적인 걱정 해결 솔루션이 가득하다. 매 챕터가 각계각층 유명 인사들과 평범한 소시민들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구성되었기에 매우 흥미롭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책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20세기 초중반의 시대적 배경을 가진 책이 들려주는 다양한 사람들의 걱정과 그 해결법을 듣고 있노라면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100년 전 사람들이나 2021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내용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어차피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되는 사업과 직장, 돈 문제 그리고 건강과 인간관계, 가정 문제 등과 같은 걱정이지 지구는 누가 지켜야 하는가와 같은 범세계적인 글로벌한 고민과 걱정은 아니다.
저자는 이렇듯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과 걱정의 문제를 파악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자기관리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책을 써 내려갔다. 걱정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핵심은 바로 "내일을 맞이하는 최선의 방법이 지성과 열정을 집중해 오늘 해야 할 일을 잘하는 데 있다"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걱정의 민낯을 직면하는 것이다. 회피는 능사가 아니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 1단계이고, 어쩔 수 없다면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2단계이다. 그리고 이미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은 최악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3단계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도 이런 식으로 걱정과 고민하는 문제를 직시해본 적이 드물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번 삶의 문제와 근심이라는 부비트랩에 걸려 허우적대는 것이 아닐까?
또한 개인적으로 책에서 발견한 귀중한 인사이트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평화와 행복을 부르는 삶의 7가지 자세다. 우리는 삶의 평화와 행복이 깨질 때 걱정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은 재물과 같은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통해서도 수없이 다가온다. 특별히 깊이 와닿았던 점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 쓰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누군가에게 베푼 감사의 행위에 대해 보답을 기대하지 말고 그냥 순수하게 주는 기쁨을 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감사는 교양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자기 수행의 결실이다. 교양 없는 사람들에게는 감사를 기대할 수 없다." 즉 본성상 인간은 어차피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이기에 감사를 되돌려 받기 위해서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것은 본인에게 또 다른 근심과 걱정을 가져다줄 뿐이다. 그러므로 감사를 기대하는 것을 포기하고 단지 주는 것에 기쁨을 누릴 때 우리네 삶은 더 큰 행복과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는 인간 내면을 관통하는 매우 깊은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 1년이 넘게 코로나19 팬데믹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에 4~500여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 속에서 이제는 그러한 통계들이 하나의 숫자로밖에 다가오지 않는 상황적 무감각과 불감증에 나 스스로도 놀랄 때가 있다. 그러나 한편 부지불식간에 다가오는 코로나19가 주는 공포감으로 인해 고민과 걱정 속에 함몰되기도 한다. 저자는 말한다. 일어나지 않을 일들, 즉 내가 통제할 수도 없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해 조바심치며 걱정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비극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실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걱정하는 일들의 99%가 정말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라고 한다. 중병에 걸리면, 회사에서 실직하면, 사업이 부도나면, 나의 결혼 관계가 끝나버리면 과 같은 일상적인 걱정부터 길을 가다가 벼락을 맞지는 않을까 와 같은 로또 당첨보다 어려운 실현 불가의 고민까지 모든 근심과 걱정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삶 속의 고민과 걱정은 지금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쓸데없는 걱정이 대부분이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이 우리다. 나는 가끔 생각해 본다. 100년 아니 앞으로 길게 잡아 50년만 지나도 아마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될 모든 이들이 대부분 100년도 못되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한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 아닌가? 우리가 살아갈 남은 인생을 살펴볼 때 지금 우리가 한가득 끌어안고 살아가는 고민들은 너무나 하찮게만 여겨진다. 그러나 오늘도 우리는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성화에 통장의 잔고를 살펴야 하고, 대학 등록금을 걱정하는 자녀의 고민을 끌어안아야 하며 부모님의 수술비와 입원비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듯 지금의 순간 속에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의 걱정과 고민이 결코 녹록지 않기에 <자기관리론>과 같은 책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으리라. 마치 경험 많고 노련한 상담사와의 일대일 고민 상담을 통해 받는 걱정과 근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면 단연코 이 책은 추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