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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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제자 '크세노폰'은 리더십의 정수를 <키루스의 교육>이라는 위대한 저작으로 남겼다. 진리와 정의, 미덕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플라톤과 달리 크세노폰은 실용주의적 관점에 입각한 진리 탐구에 천착했다.

그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끊임없이 정복하는 야만의 시대 속 참된 인간성과 행복의 근원을 인간 자체에서 찾으려 노력했다. 그런 그가 바라본 한 명의 위대한 인간이며 군주가 바로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 대왕이다.

성경 속 70년간 이스라엘 민족의 바벨론 포로 생활을 해방시킨 장본인으로서 등장하는 '고레스'가 본서의 주인공 키루스 대왕이다. 유일신 사상으로 무장한 유대인들이 유독 하나님의 종으로까지 상찬한 이방인의 왕 키루스의 인간 됨을 살필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저작을 현대지성 클래식을 통해 만난다.

키로파에디아(키루스의 교육)는 BC 380년 경 쓰였다. 전술했듯 플라톤은 행복을 진리를 직관하는 데서 찾았다. 그와 달리 크세노폰은 시민들이 각자의 몫을 갖고 정의롭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에 행복이 있음을 믿었다. 이처럼 크세노폰의 사상은 그가 얼마나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었는가를 보여준다.

실제로 그리스와 스파르타의 용병으로 참전 경험을 가진 그였기에 그에게 있어 참된 미덕과 정의는 탁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선혈이 낭자하고, 살점이 튀는 현실의 터전에서 꽃 피며 열매 맺음을 믿었다.

<키루스의 교육>은 키루스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된다. 총명함과 온화한 마음씨를 지닌 소년 키루스가 자라 지혜와 용맹을 갖춘 왕자가 된다. 이후 자신의 외삼촌 메디아(메대)의 왕 키악사레스의 요청에 의해 페르시아(바사) 군의 총사령관으로 참전하여 신바빌로니아 제국과의 전쟁을 치른다.

저작은 고대 근동의 메소포타미아 정세를 한눈에 관통하는 일종의 역사 이야기다. 그러나 역사적 고증을 통해 분명 다른 점이 눈에 띈다. 메디아를 공격한 신바빌로니아의 나보니두스와 발샤자르(벨사살)를 일관되게 아시리아 왕으로 지칭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본서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었지만 픽션의 요소가 없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논제는 이 책의 주요 관심이 아니다. 오히려 책의 가치는 오랜 시간 리더십의 고전으로 평가받음에 있다.



저자는 키루스의 사람됨에 주목했다. 그에게 있어 소용돌이치는 국제 정세 속 믿고 따를 수 있는 미덕의 근거는 그동안 주류로 여겼던 정통 철학의 이상이 아닌 인간의 삶을 돌보는 참된 군주의 모습 속에 있었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보이는 온화함과 관대함은 포로들을 대하는 키루스의 태도에서 만개한다.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간 장교들과 달리 방진 대형을 갖춘 채 끝까지 죽음을 불사하며 싸우려는 이집트 적병들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장면은 키루스 인간 됨의 극치다.

항복으로 인한 불명예와 그들의 목숨 모두를 상처 하나 없이 보듬을 수 있었던 이유는 피아를 구별하지 않는 키루스가 가진 인간에 대한 근본적 애정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원수들조차 키루스의 그늘 아래 머문다.

책은 두 가지의 재미있는 점을 보여 준다. 첫째는 키루스가 자신의 부하들에게조차 일관되게 존칭을 사용하며 존대한다는 점이다. 물론 번역과 편집의 묘일 것이다. 하지만 독자는 번역의 작은 것 하나에서 키루스라는 인물이 가진 상대방을 존중하는 참된 지도자의 향기를 맡는다.

또 하나는 본서에서 유독 식사하는 행위에 대한 강조가 도드라진다. 키루스는 고위 장교들과는 물론이거니와 사병들과도 스스럼 없이 겸상했다. "식사를 합시다! 식사를 했다" 등의 표현이 정말 많다. 여담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에 있어 식사를 통한 유대 관계의 형성, 식탁 교제의 중요성을 간파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저작 <군주론>에서 키루스를 가장 이상적인 군주로 제시했다. 감투만 쓰면 사람이 돌변한다. 완장만 차면 아랫 사람을 프레스에 넣고 쥐어짠다. 인간적 친분, 이런 것 필요 없다. 목적과 비전을 위해 자기 권위 아래 있는 사람의 골수와 진액을 뽑아낸다.

우리는 각 분야에서 리더가 리더답지 않은 세상 속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키루스의 교육>을 통해 만나는 참된 리더의 모습이 사뭇 이채롭다. 정의와 공정, 재물과 욕망에 대한 절제, 인재의 중용과 원수조차 품는 관대함과 관용은 키루스 리더십의 정수다. 이런 리더가 그립고, 이런 리더가 되고 싶게 만드는 저작! 책의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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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기분파 승강기기능사 필기 - 최신 출제기준을 반영한 CBT시험대비 실전모의고사 수록
㈜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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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고층 빌딩이 우리의 주거와 업무의 주 공간이 된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 매우 익숙하게 이용하는 시설이 있지요. 네!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바로 그것, 엘리베이터(승강기)입니다. 5층 건물 올라갈 때도 계단을 이용하게 되면 헉헉거리는 데 그 이상의 층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면 그것만큼 곤욕스러운 일도 없을 거예요.

이렇듯 승강기는 현대인의 삶 속에 결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문명의 기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마운 존재인 승강기는 높은 빌딩에서 사람을 싣고 오르내리는 역할을 하기에 안전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받지요. 그리고 이러한 안전 점검은 전문적인 승강기 안전 점검을 행할 수 있는 인력을 통해서 시행됩니다.

오늘 리뷰하게 되는 수험서는 바로 이 승강기 안전 점검을 위한 전문 자격증인 승강기 기능사 자격을 위한 책입니다.

말이 필요 없는 수험서 전문 출판사 에듀웨이에서 <2023 기분파 승강기 기능사 필기>수험서를 출간했어요. 승강기 기능사 시험은 다른 자격증 시험에 비해 법령(법규) 관련 출제 문항수가 많다고 해요. 법 관련 내용을 소홀히 하고 지나칠 수가 없는 이유지요. 에듀웨이의 실전 모의고사는 출제 유형을 분석하여 수험생들에게 최근 개정된 법령 관련 문제를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어요.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었어요. 승강기 개론 및 보수 영역에서는 승강기 전반에 대한 기초 이론을 숙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승강기의 분류 및 운전방식, 기계적이고 구조적인 내용, 유압식 엘리베이터와 특수 승강기 등의 내용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책을 살펴보며 새로운 사실 한 가지를 알았어요. 지하철 역사를 비롯한 대형 쇼핑센터와 백화점 등에서 엘리베이터만큼 자주 접하는 에스컬레이터도 일종의 승강기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입니다.

1장 8번째 챕터에 에스컬레이터의 개요와 구성에 관한 내용을 따로 떼어 설명하고 있어요. 무빙워크까지 포함합니다. 이렇듯 현대인의 건물 내 이동 수단으로서 승강기의 범주는 넓고 다양하며 그만큼 폭넓게 사용되고 있기에 안전 또한 필수임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2장에서는 곧장 승강기 안전 관리 및 자체 점검 기준에 대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안전은 빼놓을 수 없지요. 한 해에도 승강기와 무빙워크, 에스컬레이터 등에서 각종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해요.

승강기 안전의 중요성은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승강기 안전 기준, 자체 점검 기준에 대한 내용이 빼곡합니다. 어쩔 수 없이 암기를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3장은 수험생들이 가장 힘들어한다는 기계, 전기 기초 이론 파트예요. 3장을 펼치니 온갖 수식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공학 계열을 전공한 수험생이라면 크게 당황하지는 않을 듯해요. 하지만 문과 계열 수험생이라면 적지 않게 요동할 듯한 수의 잔치가 벌어지는 3장은 사실 조금 어려운 내용으로 여겨지네요.

하지만 에듀웨이의 다년간의 출판 노하우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메인 키포인트를 통해 예상 문항을 점치며 기출과 모의고사를 중점적으로 공부하라고 조언해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어려운 수식의 늪에 빠져 공부할 의욕을 상실하지 말고, 지혜롭게 공부하라는 의미입니다.

더불어 책에는 승강기 기능사 필기시험의 대체적인 출제 비율이 나와 있어요! 승강기 개론 40%, 안전 관리 28%, 승강기 보수 22%, 기계, 전기 기초 이론 13%. 무엇을 암시하는지 눈치 빠른 수험생은 이해했을 겁니다. 어려운 3장에서 길을 잃은 채 시간 허비하며 헤맬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요!

3장까지는 이론 수업이고 4장과 5장은 에듀웨이 수험서의 자랑인 공개 기출문제와 CBT(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시험) 시험 대비 실전 모의고사입니다. 기출문제는 지금까지 실제 시험에 출제된 적이 있는 문제이기에 수험생의 실전 경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한 자료입니다.

더불어 CBT 문제 출제에 대한 분석을 통한 실전 모의고사를 통해 이론 공부에 대한 마지막 최종 점검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은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예요.

전면 개정된 법령으로 인해 그 이전 시험의 기출만으로는 필기시험 합격이 어려울 수 있답니다. 합격을 갈망하는 학생들이 에듀웨이의 <2023 기분파 승강기 기능사 필기>로 공부해야 할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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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당신의 문해력 - 공부의 기초체력을 키워주는 힘 EBS 당신의 문해력 시리즈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 기획, 김윤정 글 / EBS BOOKS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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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나아가서는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사흘'을 4일로 생각한다. '5인 이상 집합 금지'에 대해 4인과 5인의 기준에 대해 의견이 불붙는다. 이상과 이하, 미만과 초과의 어휘적 개념이 전무하기에 생기는 해프닝이다.

이처럼 한국인이 한국어를 이해 못 하는 충격적 사실에 대해 <EBS 당신의 문해력>팀이 기획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문해력은 문맹과는 다르다. 문맹은 전혀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름을 말한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문장이 의미하는 진의를 해석하지 못함을 말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의 상황에서 문해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는가? 이유는 우리 아이들의 심각한 문해력 수준의 참담함이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업의 내용과 질문의 의도를 파악 못한 아이들은 문제 자체를 풀어내지 못한다. 글을 알지만 문장에서 요구하는 내용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하기에 그렇다. 이는 국어뿐 아니라 수학, 영어, 역사, 과학, 사회 등 전 과목에 해당한다.

초기 문해력을 키우는 골든타임은 초등학교 2학년이다. 3학년부터는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며 과목의 종류와 난이도가 어려워진다. 그전에 탄탄한 문해력의 기초 근력을 다지는 작업이 없었던 아이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문해력의 기반을 갖춘 또래들과의 학습 격차가 현저히 벌어진다.

수업의 내용과 질문의 의미를 이해 못 하는 아이들은 수업 자체에 흥미를 잃고 교과서를 멀리하게 된다. 성적은 항상 하위권을 맴돌고 그것은 다시금 학습 의욕을 상실케하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이어진다.

문해력의 위기는 초등학생뿐만이 아니다. 중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문해력 진단 평가를 실시한 결과 27%의 아이들이 미달, 11%의 아이들은 초등학생 수준이라는 충격적 결과를 보였다.

기획팀은 문해력이 곧 아이들의 미래임을 말한다. 문해력을 갖춘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차지하게 될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뉜다는 사실을 다양한 연구 결과로 제시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부모라면 자녀의 문해력 수준에 대해 간과할 수 없다.



책은 학생뿐 아니라 성인에게 있어서도 나타나는 심각한 문해력 수준 저하의 상황을 주목한다. 전국의 성인 883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11문제를 15분 안에 풀어야 하는 생활 밀착형 지문을 제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평균 정답률이 55%. 100명 중 절반 정도의 성인만이 정확한 답을 골랐다.

자국민이 자국어를 이해 못 하는 상황은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문해력 위기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됨을 인지하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영유아들과 초등학생들의 문해력 실력 향상을 위한 정책을 마련했다.

기획팀은 말한다. 문해력 향상은 1타 강사의 고액 족집게 과외와 같은 사교육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다면 초등 2학년의 골든 타임을 놓친 이들에게는 희망이 없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문해력은 훈련과 노력으로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 문해력 향상의 지름길은 바로 독서다! 아이들에게 활자로 인쇄된 책을 읽어주고 읽게 하는 독서의 행위가 문해력 발달의 핵심이다.

아이들의 처참한 문해력 저하의 주범은 스마트폰이다. 각종 영상 미디어와 게임에 노출된 아이들의 전전두엽은 활성화되지 않는다. 반면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는 아이들의 전전두엽은 활발하게 일한다. 읽고 사고하고 해석하며 인지하고 추론하는 모든 창의적 작업이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스마트폰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이들이 책 읽는 아이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 이유다. 본서와의 만남은 아이들을 양육하는 내게 일종의 복음이다. 더불어 왜 이제서야 만났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짙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이름 석 자를 포함해 글을 읽고 쓸 줄 몰랐기에 책의 내용이 더 깊이 배인다. 책을 덮으며 아이들 만큼은 책과 친숙했으면 하는 바람이 커져만 간다.

깊은 통찰이 있다. 문해력은 후천적이며 훈련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연습하지 않으면 퇴화하기에 평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말라는 말이다!

자녀 양육에 관심이 있는가? <EBS 당신의 문해력>은 충격과 함께 자녀의 미래를 위해 무지와 싸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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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국가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0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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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뇌관이 터질 듯 팽배한 지금이야말로 옳고 그름이라는 정의에 대한 바른 기준이 혼미한 시대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견이 지금까지 어떤 시대에도 없었던 가장 순수한 진리임을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 이렇듯 타인의 의견에 결코 귀 기울이지 않는 극단적 자기 확신의 시대는 2400여 년 전 고대 그리스 아테네 시대의 재탕이기에 결코 새롭지 않다.

<플라톤 국가>는 정의와 불의의 모호한 기준을 '국가'라는 더 큰 범주 안에서 다룬 철학서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가 상대주의적 세계관으로 무장한 소피스트를 비롯한 몇몇의 상대들과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었다.

책의 서론에서 궤변을 일삼으며 사욕을 충족했던 소피스트 중 한 사람인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발각되지만 않는다면 불의하게 사는 것이 더 좋고, 행복한 삶이다."라는 달콤한 명제를 제시한다.

실제로 불의한 자들이 득세하며 그들이 더 부요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의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이 없기에 소피스트의 주장은 사뭇 시대적 적실성을 갖는다. 정의를 힘 있는 자가 규정하는 세상이 작금의 세상 아닌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말의 출처가 살아있는 권력이라면 그것이 진리가 되는 요지경 세상이기에 소피스트의 주장은 매우 친근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그렇지 않음을 단호하게 천명하며 국가라는 더 큰 범주 안에서 개인과 국가의 정의라는 실제적 논의를 확장한다.

우선 <플라톤 국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은 이데아론이다. 세상 속 보이는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 속 원형의 허상일 뿐이다. 실재는 가장 완벽하고 완전한 선인 이데아에 존재하며 가시적인 모든 것은 비가시적 원형을 통한 모방의 하나다.

책은 그 유명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통해 이데아를 이해하는 소수의 지혜와 그렇지 않은 다수의 무지를 비교한다. 인간이 참된 실재이며 온전한 선인 이데아 세계를 갈망하며 그것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것이야말로 바른 인간성의 회복이며 정의롭고 올바른 삶의 전형이다.

이데아의 세계를 동경하며 그것에 자신의 성품을 조율하는 자는 지혜를 사랑하는 자다. 국가는 이처럼 지혜를 사랑하는 자들이 통치자와 수호자가 되어 다스릴 때 정의롭고 착해지는 유기체와 같다. 자기의 이로움이 아닌 피치자의 유익을 먼저 구하는 통치자가 다스리는 국가는 이데아가 갖는 정의의 한 단면이다.


반면 이데아에 대한 관념을 부정하는 자들은 소피스트들이 주장하는 정의의 기준을 따른다.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의를 저질러도 된다. 다만 들키지 말아라!



정의와 불의의 선택 기로에 선 청년들에게 <플라톤 국가>는 중요한 인생의 통찰을 함의한다. 타인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아도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타락한 인간 본성이 극에 달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문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인간보다는 짐승이 더 많은 시대!

위대한 철인 플라톤은 아테네 민주정이 쇠락해가며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대 상황 속에서 인간의 행복과 정의로운 삶은 저질스러운 탐욕과 존재가 갖는 오만함에 있지 않음을 알았다.

이처럼 개인의 정의와 불의에 대한 논제가 국가라는 더 큰 범주 안에서 다루어지는 <플라톤 국가>는 어떻게 사는 것만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으로 가득하다. 더불어 정의로운 삶은 불행하며 불의한 삶은 행복한 삶이라는 가치전도는 구약 성경 선지자 하박국의 신정론적 질문과 결을 같이한다. 이것이 맞다면 누가 정의를 택하겠는가?

책을 덮으니 두통이 몰려온다. 쾌락적 육체의 문화와 신비적 혼의 문화가 융합된 기형적 사회 문화 속에서 제정신을 탑재하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플라톤 국가>는 2000년 서양 문명 발전에 있어 정신적 토양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소크라테스의 유순한 대화 속에 예리하게 날 서있다.

불의를 정의로 규정하는 데 익숙한 자는 논의의 모든 것이 개똥같다. 무념무상, 먹고 싸는 것이 전부인 인생에게 있어 사유는 고통이다. 나에게 뇌가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는 저작!

저작은 대화의 형식으로 매우 간결하면서도 흥미롭다. 철학서이지만 어렵지 않은 이유다. 더불어 비문이 보이지 않는 번역이 매끄럽다. 플라톤 철학의 다양한 메뉴가 먹기 좋게 버무려져 있기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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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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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생애 속 죽음에 대한 상념은 그가 남긴 다수의 작품에 깊이 녹아있다. 부모와 형제들의 때이른 죽음을 목도하며 그의 영혼 속 죽음에 대한 사유는 짙어졌다.

이렇듯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두 편의 단편은 권총 자살을 할 것인가 목을 매달 것인가를 고민했던 기인과 같은 작가의 고뇌가 묻어나는 수작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잘나가는 법조인 '이반 일리치'를 통해 드러난 삶과 죽음의 본질, 그 경계에 대한 밀도 있는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법조인으로서의 명예와 권력, 부를 향해 미친 듯이 내달린 이반 일리치는 어느 날 병에 걸려 죽음의 나락을 향해 걸어간다.

독자 포인트는 일리치의 무너져가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있다.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지만 실상 진짜 삶을 직시하지 못하게 한 자신의 삶 자체가 기만의 연속이다. 일리치는 자신의 무력함과 끔찍한 고독, 인간들의 잔인함, 하나님의 무자비함과 그분의 부재로 인해 서러워 울었다.

성공적인 삶의 연막이 걷힌 후 그가 직면한 것은 다름 아닌 인간 실존의 무력함과 나약함이다. 급기야는 "자신의 모든 삶, 의식적인 삶이 옳지 않은 것이라면?"이라는 삶 자체에 대한 심각한 회의와 의문을 던진다. 올바로 못 살았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부와 명예, 성공의 파랑새를 쫓아 미친 듯이 내달리는 현대인의 상투적인 모습을 투사한다. 현대판 이반 일리치로 가득한 세상. 채워지지 않은 내면의 공허를 외부재로 메우려는 현대인에게는 지금 자신의 삶이 진짜인가에 대한 자기 성찰적 물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반 일리치와 같이 삶 자체를 의심하며 떠밀리듯 죽음을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단편 <주인과 일꾼>은 삼림을 사기 위해 길을 떠난 '바실리 안드레이치'와 그의 하인 '니키타'의 이야기다. 극심한 눈보라 속 길을 잃고 헤매던 두 사람은 동사의 위기에 처한다. 해가 지고 심한 눈보라를 맞으며 두 번이나 왔던 길을 되돌아와 마을 지인 집에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삼림 매입 거래를 빼앗길 염려로 눈 내리는 밤길을 마다않고 강행하는 바실리.

죽음이 눈앞에 있는 순간에도 자신이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를 꿈꾼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죽음의 공포를 의식의 변두리로 밀어내며 삶의 의지를 부활시키는 역설적 명장면(?)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주인과 일꾼>을 동일하게 관통하는 메시지는 결국 자기 노력, 자기 의지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인간의 무한 신념이다. 덧붙여 부와 명예, 권력이라는 인간 탐욕의 3종 세트가 인생의 최고선이 될 때 나타나는 기현상은 부록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죽음의 침상에서 자기 기만이며 허상이다. 톨스토이는 이 대목을 말하려고 한 것 아닐까? 책이 품는 중요한 진의는 죽음을 동반한 삶이다. 자신의 죽음을 직시할 때 흐릿하게만 보였던 삶이 맑은 물과 같이 투명해진다. 바른 삶의 이유와 가치는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로부터 도출된다.

삶과 죽음은 분명 결이 다르다. 죽음은 한없이 터부시되지만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환영받는다. 이런 가운데 열심히 살지만 여전히 빡빡한 일상 속 현대인에게 영혼의 여유는 없다. 보이는 것은 자신을 끊임없이 몰아간 이반 일리치나 바실리 모습의 현현이다.

무엇을 위해 왜 살아가는지조차 답하지 못한 채 자아를 상실했다. 해답은 단순하다. 일상이라는 한편에 죽음의 자리를 마련해놓는 것이야말로 바른 삶을 위한 여지다.

결국 이반이나 바실리 모두 죽음을 통해서야 참된 삶으로의 회심이 가능했다. 천년만년 살 것이고 악귀처럼 악다구니하며 쌓아 둔 재물을 몽땅 가지고 갈 것이라는 어리석음의 비늘이 그들의 눈을 가렸다. 결국 그들의 눈을 씌운 탐욕과 무지의 어둠은 죽음이라는 인간 실존의 문제 앞에서 벗겨진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결국 자기 인생의 최대 화두인 죽음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세 개의 단편 속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답했다. 명확한 인생의 목적과 지향점을 가리는 인간 본성의 우둔함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책의 마지막, 역자의 변이다.

"모든 문학 작품은 기본적으로 읽는 사람의 것이다."

독자가 갖는 해석의 자유를 배려하는 역자 해제가 반갑다. 문학 작품을 대하며 항상 생각했던 사견을 확인받는 것만 같아 기뻤다. 주체성 있는 독서를 하라는 의미다. 따뜻한 봄날 삶 속 죽음에 방점을 두고 대문호와 마주 앉아 능동적 대화를 나누어보기 매우 좋은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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