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복어


독을 삼켰다

독은 낯을 가려 삼켜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과 삼키고 얼굴이 퍼런 사람을 줄 세우고

죽기 살기 틈을 따라 흐르고 퍼졌다






시장바닥에서 복어를 손질하는 과부에게 추파를 던지는 

건달은 복어 속의 독을 따질 뿐 아낙의 독을 보지 못했다

과부는 몇 해 배가 불러 독을 낳았다







과부는 독을 뿜어 냈다

독은 흩어져 씨앗이 되고 독은 독을 먹고 자랐다

과부는 졸지 않으려 밤새 동네를 싸돌아다녔지만

해독을 모르는 복어의 눈만 반짝거렸던 기억이 난다






기억은 꽹과리에 징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밤을 새워 돌길을 싸돌아다니다 과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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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을 보고(스포 포함!)



1. 주말에 이병헌,조승우,김윤식이 나오는 '내부자들'을 보았다. '내부자들'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은 내부고발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조직 내의 어두운 부분을 까발렸다가는 매장당하기 쉬운 분위기다.

"거참, 괜히 일을 키워서 여러 사람 피곤하게 됐네."
"자기 혼자 잘났나?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흘러가는 건데.."

이 영화의 내부자는 검사다.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면 '돈도 없고 빽도 없는 검사'가 출세하고 싶어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지연,학연에 막혀 좌절하는 도중에 유력 일간지 주필의 심복으로 피를 묻혔던 건달(이병헌)과 힘을 합쳐 정계, 재벌, 언론계의 커넥션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2. 내 눈엔 과연 검사가 확보한 증거(참석자로 별장에 들어가 찍어온 성접대 동영상 및 대화)가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1) 우선 검사가 내부고발자로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실체를 폭로하는 부분 : 법리적으로 검사는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수사기밀을 흘리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는 수사기관의 행태를 볼 때 그냥 넘어가줄만하다.

2) 검사가 유력인사들과 함께 질펀하게 별장에서 노는 장면을 찍어서 증거(동영상)를 확보하는 부분 : 통신비밀보호법상 제3자가 아닌 대화자가 찍은 녹음은 증거능력이 인정되긴 하는데(대법원 판례) 아무리 증거확보 목적이라도 타인의 주거에 침입해서 함정수사를 통해 동영상을 찍어온 것은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일반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테이프,파일 등)도 현재성,긴급성,필요성,상당성 요건을 갖추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정재계, 언론계의 커넥션이 얽혀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에 대해 법원 역시 증거능력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현실에서 증거능력인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3. 베테랑, 치외법권, 소수의견, 내부자들 등등. 최근에 개봉된 영화들의 특징은 권력의 중심축이 정계나 검찰에서 재계나 언론계로 옮겨가고 흐름을 담고 있다.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물신주의와 돈의 위력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1998년 금융위기 체제 이후 미국식 신자본주의 도입과 함께 권력=돈 이라는 등식이 확고히 자리잡혔다. 고 김영삼 대통령의 치부인 무분별한 세계화 전략이 낳은 암덩어리가 이제는 사회 전반에 퍼져 도려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제 현실을 바꿀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판타지에 기대게 된다. 돈없고 빽 없어도 재벌을 무너뜨리고 힘있는 언론인을 파멸로 몰아치는 장면을 보며 잠시 동안 대리만족을 느낀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남는 건 수북이 쌓여가는 고지서와 월급통장과 잠깐의 만남 후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돈이다.

그래서 어떡하라고? 아등바등 살기도 바쁜데?
그럼 가만히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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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읽기 공부법 - 책 한 권이 머릿속에 통째로 복사되는
야마구찌 마유 지음, 류두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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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읽은 공부법, ‘7번 읽기 공부법’(야마구치 마유)를 읽고






‘야마구치 마유’라는 일본 변호사의 책입니다. 동경대 입학에 일본 사법시험 합격, 일본 재무성 근무 등 그야말로 잘나가는 엘리트가 쓴 책이죠. 공부법, 독서법, 돈 버는 법과 관련된 책은 기본적으로 잘 팔립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지식 욕구와 부에 대한 욕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이 책을 살 마음은 없었고, 몇 번 서점 갈 때마다 술술 넘겨가며 보게 되었는데 어느새 다 읽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지 않은 것이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있었지만 소장가치에 관한 제 나름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저자는 읽기를 통해 대부분의 지식을 빠른 시간 내에 흡수할 수 있었다고 밝힙니다. 자신이 출력형 인간이 아니라 입력형 인간에 가깝다며 7번 읽기를 통해 텍스트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책 전체에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말고 통독, 즉 훑어 읽기를 하라는 것입니다. 총 7번을 읽는 동안 1회독의 속도는 빠를수록 좋고 궁극적으로 하루에 7회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럼 도대체 7번을 어떻게 읽어야 한다는 것인지 대강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책의 표제 위주로 제목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훑어 읽기, 두 번째는 목차 외에 세밀한 항목까지 읽는데 이 단계서 줄거리가 들어옴, 세 번째 읽으면서 줄거리를 더욱 자세히 알게 됨, 네 번째는 책 속 키워드를 의식하며 읽기, 다섯 번째는 키워드 사이 설명문도 의식하면서 요지를 읽기, 여섯 번째는 아주 디테일한 것까지 읽기, 일곱 번째는 책이 머릿속에 정착되어 있으므로 골라 읽어도 무방하고 일곱 번째 이후로는 능동적, 비판적 읽으면 좋다고 합니다. 5회독 이후에는 핵심개념이나 문장을 써 나가면 읽으면 머릿속에 각인효과가 있어 병행을 추천합니다.







7번 읽는 방법에 대한 글을 읽은 후 제 나름의 실습을 해 보았습니다. 당시 읽고 있었던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권용섭)을 훑어 읽기로 한번 내용파악을 위해 한 번 읽었습니다. 느낀 점은 이 방법이 절대 모든 독서에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대학입시와 고시공부처럼 많은 텍스트를 단기간에 암기, 이해하고 문제를 풀이하는 과정에서 7번 읽기법을 체득하고 단련했습니다. 사법시험 민사소송법 과목의 경우 교수 또는 강사의 두툼한 한 권의 기본서(이론, 기본사례포함)와 한 권의 사례집을 정리해서 학원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약 7, 8회독을 하게 됩니다. 합격권에 있는 수험생이라면 갖추는 기본적인 공부량이 과목당 7회독 정도입니다. 





그러나 ‘엘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이나 토마피게티의 ‘21세기 자본’ 저자가 쓴 ‘7번 읽기 공부법’ 같은 책을 꼭 7회독 할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단기간 7회독은 비효율적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 경제학, 문학, 철학에는 대학입시나 사법시험처럼 정답과 계량화된 점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처음에 정독하고 시간이 지나 독자의 지식과 경험이 쌓이고 가치관이 정립된 후 똑같은 텍스트를 읽는 것이 훨씬 깊은 독서의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중고등학교때 읽은 삼국지와 30대에 읽은 삼국지의 한 줄 한줄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처럼요.







그래도 유용한 팁은 있어 모아보았습니다. 주로 입시에 관한 방법론입니다.


현대문학은 교과서 보다 수업시간 강의필기노트 반복읽기가 더 효과적이다

영어수험준비(토플, 토익)은 한 권 다독보다 은 다양한 문제 풀이가 효과적이다.

입시영어 단어공부는 100개에서 150개 영단어로 구성된 지문 읽으면서 중요 단어를 띄엄띄엄 적어가는 7번 쓰기가 효과적이다.

영어문법은 문제집 7회독을 추천한다. 문법시험은 디테일을 요구하는데 문제집을 풀면 정교해진다.

문제집풀이의 경우 다섯 번째까진 오답 표시하지말고 해설의 옳은 부분만 읽어라. 오답표시는 5회독 이후해도 늦지 않다.

수학도 7번 풀기를 권한다. 틀려도 옳은 풀이만 계속 읽어라.








이 책을 읽다가 얻은 소득도 있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누가 아는 척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예전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후배였습니다. 얼마 전 제가 근무하는 법원 앞의 한 법무법인 분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되어 인천에서 부천으로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몇 년 만에 만났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이 책이 아니었다면 다시 만나지 못했을 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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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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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야 하나? ‘칼의 노래(김훈)를 읽고’






칼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한국일보 신문기자 출신 김 훈 작가의 대표작입니다. 텔레비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참고가 된 소설이기도 합니다.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선정의 말처럼 ‘오랫동안 반복의 늪 속을 부유하고 있는 한국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입니다. 숨이 넘어갈 듯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순신이 정유재란 이후 백의종군 할 때부터 노량해전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립니다. ‘칼의 노래’도 영화 ‘명량’도 이순신의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합니다. 수군이 비록 외롭다 하나 신에게는 열두 척의 전선이 있다는 장수의 말은 칼의 노래의 도입부였습니다.





 이순신의 상대는 선조입니다. 임금이 보낸 면사첩은 항상 이순신의 방에 걸려 있습니다. 조정을 능멸하고 임금을 기만했으며 임금의 기동출격 명령에 따르지 않은 죄에 대해 겨우 죽음을 면해주겠다는 것. 죄가 없다는 것도 아니고 사면도 아니고 다만 죽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임진왜란이라는 링에서 둘은 칼을 들고 싸웁니다. 선조의 칼은 공격용이지만 이순신의 칼은 방어용입니다. 선조는 이순신을 죽이면 그를 살릴 수 없기에 그를 풀어줍니다. 





이순신은 적을 죽이지만 적은 이순신을 살립니다.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적이 아닌 선조였습니다. 가토 기요마사의 머리를 잘라오라는 선조와 문신출신 권율의 명이 이순신을 죽였습니다.





 이순신은 분명 고민했을 것입니다. 장수에게, 한 인간에게 왕이란 무엇이며 국가란 무엇인가. 권력자의 독단적 결정과 명령이 내려졌고,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때 개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비단 이순신만의 고민은 아닐 것입니다. 다수의 가치와 나의 양심이 충돌했을 때 집단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가 소신대로 행동해야 하는가. 내 가치관에 따라 행동했을 때 부하와 가족이 해를 입을 때도 마찬가지인가. 지나간 모든 끼니는 어김없이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일 경우에는 어떡해야 하는가.






 영화 ‘명량’에서 볼 수 없었던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아들 면이 죽었을 때 남몰래 소금창고 안에서 숨죽여 울고, 하룻밤을 보낸 여인 여진의 주검을 보고 슬퍼하는 애끓는 심정이 좋았습니다. 관객 1800만명을 동원한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보려고 할수록 이순신은 보이지 않았는데, 소설에서는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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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

#네비게이션


네비게이션이 말했다 "지도가 사라졌다."
길을 따라가면 또 다른 길이 나왔다 갈림길에선 꼭 한 발 늦었다
돈을 내지 않고도 가장 빠르게 목적지를 찾아준다는 말을 이제 믿지 않는다
사라진 지도를 찾는 일이 먼저다 표지판을 따라 길을 들어선 길은 울퉁불퉁했다
차를 세웠다 "지도를 찾고 있어요."
"이 길따라 쭉 가다보면 사거리 하나 나옵니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쭉 직진하면
상가하나 나오는데 거기를 끼고 오른 쪽으로 돌면 보일 겁니다."
돈이 들고 길이 막혀도 꼭 찾아야 한다
지도는 네비게이션에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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