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을 보고(스포 포함!)



1. 주말에 이병헌,조승우,김윤식이 나오는 '내부자들'을 보았다. '내부자들'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은 내부고발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조직 내의 어두운 부분을 까발렸다가는 매장당하기 쉬운 분위기다.

"거참, 괜히 일을 키워서 여러 사람 피곤하게 됐네."
"자기 혼자 잘났나?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흘러가는 건데.."

이 영화의 내부자는 검사다.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면 '돈도 없고 빽도 없는 검사'가 출세하고 싶어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지연,학연에 막혀 좌절하는 도중에 유력 일간지 주필의 심복으로 피를 묻혔던 건달(이병헌)과 힘을 합쳐 정계, 재벌, 언론계의 커넥션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2. 내 눈엔 과연 검사가 확보한 증거(참석자로 별장에 들어가 찍어온 성접대 동영상 및 대화)가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1) 우선 검사가 내부고발자로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실체를 폭로하는 부분 : 법리적으로 검사는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수사기밀을 흘리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는 수사기관의 행태를 볼 때 그냥 넘어가줄만하다.

2) 검사가 유력인사들과 함께 질펀하게 별장에서 노는 장면을 찍어서 증거(동영상)를 확보하는 부분 : 통신비밀보호법상 제3자가 아닌 대화자가 찍은 녹음은 증거능력이 인정되긴 하는데(대법원 판례) 아무리 증거확보 목적이라도 타인의 주거에 침입해서 함정수사를 통해 동영상을 찍어온 것은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일반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테이프,파일 등)도 현재성,긴급성,필요성,상당성 요건을 갖추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정재계, 언론계의 커넥션이 얽혀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에 대해 법원 역시 증거능력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현실에서 증거능력인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3. 베테랑, 치외법권, 소수의견, 내부자들 등등. 최근에 개봉된 영화들의 특징은 권력의 중심축이 정계나 검찰에서 재계나 언론계로 옮겨가고 흐름을 담고 있다.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물신주의와 돈의 위력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1998년 금융위기 체제 이후 미국식 신자본주의 도입과 함께 권력=돈 이라는 등식이 확고히 자리잡혔다. 고 김영삼 대통령의 치부인 무분별한 세계화 전략이 낳은 암덩어리가 이제는 사회 전반에 퍼져 도려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제 현실을 바꿀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판타지에 기대게 된다. 돈없고 빽 없어도 재벌을 무너뜨리고 힘있는 언론인을 파멸로 몰아치는 장면을 보며 잠시 동안 대리만족을 느낀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남는 건 수북이 쌓여가는 고지서와 월급통장과 잠깐의 만남 후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돈이다.

그래서 어떡하라고? 아등바등 살기도 바쁜데?
그럼 가만히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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