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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리커버 특별판. 페이퍼백) ㅣ 애거서 크리스티 리커버 컬렉션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 황금가지, 2018
니거 섬에 모인 열 명의 남녀가 한 사람씩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때마다 열 개였던 흑인 도기 인형이 하나씩 사라진다. 어릴 때 즐겨 부르던 동요 ‘열 꼬마 인디언’이나 이상의 시(詩) 「오감도」에 나오는 도로로 질주하는 ‘아해’처럼.
그곳에 모인 이들은 하나같이 지인의 죽음에 직간접으로 관여된 사람들이다. 살인죄나 과실치사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죽음에 이르게 한 정황이 있거나 죽음에 일말의 도덕적 책임이 있는 이들이다. 그들을 심판하려는 U. K. 오웬이라는, 신 같은 존재가 배후에서 사건을 조종한다.
알려지지 않은(Un-Known) 오웬은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유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공명정대한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려 한다. ‘열 꼬마 검둥이 자장가’의 노랫말처럼 열 명의 사람들은 다 죽는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네’
이 소설은 초반부에 ‘열 꼬마 검둥이 자장가’를 던져놓고 독자에게 이미 결말을 제시한다. 순서만 모를 뿐 독자는 열 명의 사람들이 한 사람 씩 죽어나가 결국 이 섬에는 아무도 없게 된다는 결론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고립된 섬에서 범인은 이 섬에 들어온 열 명 중에 있고, 살해의 과정에서 독자들은 저마다 범인을 추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범인의 치밀한 전략을 해설해 놓았다.
또한 이 소설은 철학적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정의의 이름으로 섬에 들어온 이들을 심판하는 자의 사적 집행, 자력구제는 허용될 수 있는가? 만약 이를 허용한다면 국가가 오랜 세월 정립해 놓은 사법체계, 즉 판결과 집행 절차를 개인이 휘두르는 결과가 된다. 법적인 잘못은 없어도 도덕적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게 한 광신적 도덕주의자가 단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일까? 충분히 찬반양론으로 의견이 나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