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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평점 :
'포기'와 '어젯밤'을 먼저 읽고 그 다음은 순서대로 읽었다. 먼저 읽은 두 작품은 끝에서 나를 얼어붙게 했다. 날카로운 물체가 뺨을 스쳤을 때, 피가 얼굴에서 베어나오기 직전 순간의 서늘함이 느껴졌다.
'나의 주인, 당신'과 '귀고리'도 기억에 남았다. '나의 주인, 당신' 한 여자가 한 시인의 개를 따라가 그 시인의 집까지 찾아가게 되고, 그 개는 그 여자의 집을 서성거리는 장면들이 비현실적이면서도 계속 궁금증을 유발했다.
설터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할 말은 정확하게 하고 하지 않을 말은 하지 않는 문체였다. "가벼운 나날들"을 벌써 읽고 있다.
- 그는 식탁 위로 몸을 구부려 턱을 손에 괴었다.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녁을 함께 먹고 카드를 몇 번 쳤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은 실제로 아무것도 모른다. 언제나 놀라게 된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 '혜성' 19쪽
- 우리는 그런 얘기를 가끔 했다.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또 바꿀 수 없는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언제나 뭔가, 말하자면 어떤 경험이나 책이나 어떤 인물이 그들을 완전히 바꾸어놨다고들 하지만, 그들이 그전에 어땠는지 알고 있다면 사실 별로 바뀐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 처음에는 신경 쓰이지 않던 작은 습관들이 나중에 거슬릴 때가 있는데, 우리에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었다. 말하자면 신발에 들어간 자갈을 털어내는 일과 비슷했다. 우린 그걸 '포기'라고 불렀고, 이를 계속하는 데 동의했다. '포기' 99쪽
-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들. 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