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 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 + 책쓰기
경향신문 문화부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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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책쓰기에 관한 책은 많다. 여러 권을 읽다보면 중복되는 이야기나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에서 이성복 시인의 시집을 찾다가 눈에 띄여 빌렸다. 경향신문 문화부에서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파워라이터에 대한 인터뷰를 보충하여 펴낸 책인데, 24명 중 몇 사람만 골라서 보았다. 너무 많이 얻으려는 욕심보다 글이나 책이 잘 안들어 올 때 잠시 머리를 식힌다는 기분으로 보면 좋겠다. 글이나 책이 눈에 안들어오는데 책을 본다는게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난 어쨌든 그렇다. 


문학평론가 정여울과 철학자 진태원의 조언은 귀담아 들으면 좋을 것 같아 메모했다.

이열치열 대신 이책저책이다.



신형철은 좋은 문장에 대해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다. 바로 정확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정확한 문장이란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이 아니라, 사태의 본질에 대해 정확한 인식에 도달함으로써 다른 그 어떤 문장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문장을 뜻한다(127-128쪽)


덮어 두었던 파일을 노트북에 저장만 해놓는 건 아니다. 따로 출력을 해서 벽에 붙여놓는 것도 중요한 글쓰기 과정의 일부다. 한 번씩 무심히 보고 지나가다 새로운 생각거리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163-164쪽, 이병률시인)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면 수신자를 정해놓고 편지를 쓴다고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돼요(241쪽, 정여울)


생각을 다듬는 장소로는 지하철만큼 좋은 곳이 없다.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집필 중인 글을 지하철에서 다시 읽어보거나 다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움직이면서 글과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의외로 막혔던 곳이 뚫리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하철을 무척 사랑합니다."(철학자 진태원,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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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1 카툰 클래식 7
신웅 그림, 기획집단 MOIM / 서해문집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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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을 집필한 사마천은 흉노족 정벌에서 패한 장수를 변호하다가 궁형(거세형)을 당했다. 남성성의 상징을 잃고도 아버지의 유훈인 역사서 완성을 끝끝내 해낸 인물이 사마천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상당수가 10세를 전후해 병원에서 유사 궁형을 당한다. '고래잡이'라고 문학적 수사를 붙여 보기도 하지만 그때 느낀 수치스러움은 잊혀지지 않는다. 수술을 받고 일주일 정도는 목욕탕이나 집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병원에 재방문해서 여자 간호사 앞에서 바지와 속옷을 까고 '내가 남자다'를 증명해야 했던 기억은 쓰디쓰다. 일찍 수술을 받아야 위생적으로 좋다는 증명되지 않은 폭력에 바지를 까야했던 대한민국 남자들이 좀 측은하다. 고래잡이가 이럴진대 거세형은 오죽했을까.



사기는  표10편, 본기 12편, 서8편, 세가 30편, 열전 70편, 총 130편에 달하는데 이 책은 그 중 가장 흥미진진하다는 열전부분을 만화로 그린 책이다. 백이와 숙제, 관중, 오자서, 상앙, 소진, 장의 등 한 번은 들어봄직 한 인물들의 행적을 쉽게 설명하고 그림을 곁들여 흥미로웠다. 이 책을 기반으로 보다 자세한 내용을 다른 책을 구해 읽어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춘추오패와 전국칠웅이 난립하던 소용돌이 속에서 각국은 '합종연횡'을 했다. '합종'은 주나라 낙양출신 '소진'이 주도해 진나라를 제외한 여섯 나라가 힘을 합쳐 진나라에 대항하자고 세운 전략이고, 반대로 연횡은 소진의 친구 '장의'가 여섯 나라가 진나라와 평화적인 동맹을 맺자는 내용이다.

'합종연횡'의 형세는 옛날 일만은 아니다. '아태 5룡'이라고 이름 지을 만한 미중러일한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 20세 중후반의 패권국가였던 소련과 미국의 냉전체제는 무너지고 근세 200년을 제외하고 동아시아의 지배자였던 중국은 드디어 잠을 깼다. 중국은 몽골, 북한, 아세안국가들은 물론이고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까지 손을 뻗쳐 이미 30년 이상을 교류해서 '일대일로'와 '해양실크로드'정책을 지도이념으로 삼아 육해상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일본을 척후병으로 한국을 끌어들여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중국과 미국의 완충지대이자 동시에 발화점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다. 


 '합종' '연횡' '친미' '친중' 이든 외교의 최우선은 국익이다. 여기서 국익은 지도자와 지배계층의 이익이 아닌 국민과 민족의 이익이어야 한다. 겉으로는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면서 행동은 반 통일적인 세력은 국내외에 분명히 존재한다. 국내적으로 그들을 끌어안고, 북한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대화만이 국익을 위하는 길이다. 손자병법에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또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승부는 반반,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한다'고 했다. 북한이 적이라고 생각하는 세력과 국가들을 설득하는 논리를 계발해야 한다. 북한을 알아야 북한을 이긴다. 북한을 모르고 나만 알면 승부는 반반이다. 국내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북한도 모르면 반드시 패하고 외세의 개입에 한반도의 운명은 100년전의 위태로운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다. 



북한이 적이라해도 일단 교류하고 알아나가야 한다. 이기고 싶지 않은 장수가 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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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그림을 더럽게 못 그린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림을 제대로 그려본 적이 없다. 실기숙제는 여동생이 해주거나 같은 반 친구를 구슬려서 나는 영어나 사회과목을 해주고 그 친구는 그림을 그려주는 식으로 근근히 살아왔다. 얼마 전 읽은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를 묘사하는 부분이 있어서 메모지에 그렸다. 약간 마른 체형에 곱슬머리 두 눈은 작지만 빛이나고, 왼쪽 새끼손가락이 잘린 모습 등등. 아내가 책상에서 조르바를 읽고 있는 나를 보다가 빵 터진다.


"오빠, 이거 뭐야?"

"응, 조르바"

"사람이야?"

"응 소설 주인공인데, 어때?"

"정말 이렇게 못 그릴수가. 학교 때 뭐했길래...."



무안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고, 내 딴엔 열심히 그린건데 말이다.

아, 그림 잘그리고 싶다. 일단 뭐라도 그려야겠지? 일단 기본 드로잉책을 추천받고 열심히 

그려보리라. 그리고 우길거다. 이런걸 개념미술이라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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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위치한 숙소라 그런지 꿀잠을 잤다. 베란다로 나가서 창문을 열었다. 순간 넋을 잃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하얀 솜털이 산모룽이와 산등성이를 덮고 있었더; 더 신기한 건 해가 뜨면서 점점 그 옷을 벗는데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솜털이 흩어져 나갔다. 그러길 10여분 저 멀리 옹기종기 집들이 모인 마을이 보였다. 산과 들을 병풍삼고, 제 마당인냥 살포시 놓인 그 집들을 바라보면서 나중에는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갈 곳은 강천산 군립공원이다. 숙소 가인연수원에서 대략 20여분 차를 타고 가면 되는데 도착하니 이미 전국각지에서 온 관광버스가 빼곡했다. 여러 코스 중에 맨발산책로를 택해 병풍폭포, 현수교 구름다리를 거치는 5킬로미터, 2시간 코스를 선택했다. 초입에 이름모를 꽃 들이 떼 지어 피어있었다. 암수술이 뒤엉켜 중앙에 몰려 있고 가느다란 팔을 사방으로 펼친 빨간 얼굴을 가진 꽃의 이름은 꽃무릇 상사화였다.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슬픈 추억'이라는데 맞은 편 겹겹이 쌓인 돌무더기 석탑을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이 자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병풍폭포의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 바람에 잎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 냇물이 바위에 부딪치며 내는 청아한 소리, '여기서 사진 찍자 집합' 외치는 소리, 냇가 한 쪽에 돗자리 깔고 사과 깎는 소리, 흔들리는 구름다리 건널 때 쿵쾅 뛰는 심장소리, 나무 뒤에서 슬며시 고개 내밀 때 찰칵 사진찍는 소리. 일상에 숨어 있는 사금파리를 찾아내는 재미에 여행은 즐겁다. 


2시간여의 산보와 더덕구이 점심식사, 그리고 귀경. 몸은 힘들었지만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마저 정겹게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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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접어드는 바람이 좋다. 한여름의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고 아침 저녁 큰 일교차는 마음을 바람나게 한다. 순창 가인연수원 예약은 인터넷으로만 접수를 받아서 8월 17일 7시 58분 부터 원하는 날짜에 숙소를 잡으려고 튀어나온 자라 목 같은 마우스 볼을 눌러댔다. 8시 땡하고 예약완료. 대학 때 원하는 교양과목 수강신청을 부리나케 마치고 밥 먹으러 갈 때의 희열을 오랜만에 느꼈다. 애초에는 아내랑 단 둘이 갈 계획이었지만 딸 시집보내고 부척 적적해 보이시는 장모님을 모시고 모셨다. 장모님은 혼자 가시려니 남양주 진접읍에 사시는 아내 이모가 걸리셨나보다. 이렇게 오붓하게 4명이서 출발.

 부천에서 순창까지는 대략 4시간정도 걸린다. 이 정도 거리는 장거리도 아니다. 예전 당일치기로 부천에서 창원까지, 창원에서 부천까지 결혼전에 처음 인사드리러 갔을 때 약 14시간을 운전했었다. 특히 야간에 올라오는 길엔 차에서 꿀잠을 자던 와이프도 내가 잘까봐 불안했던지, 결혼도 하기전에 황천길 가는 건 아닌지 나를 깨웠다.


"오빠~~!! 자는 거 아니지?"


지루할거란 생각은 기우였다. 자매는 마치 50년만에 만난 이산가족처럼 말씀이 끊이질 않았다. 아내가 듣다못해 "어쩜 그렇게 말이 않 끊겨" 


중간 탄천 휴게소에서 잠깐 들르고, 첫번째 목적지인 담양 '죽녹원'에 도착했다. 9월 19일부터 세계대나무축제를 해서 여기저기 설치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조그마한 죽순에서 모진 비바람을 견디고 쭉 뻗은 몸은 패션모델 같다. 육신 뿐 아니라 속을 비우고 꼿꼿히 척추를 세운 늠름함이 부럽다. 혹여 바람에 꺾일까 서로의 몸을 묶어 만들어낸 울타리를 보니 사람의 엮음과 엮임도 대나무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깐 생각하는 도중.


"운수대통길, 사랑이변치않는길 어디로 갈까요?" 

"운수대통길이 최고지, 돈 많이 벌고, 우리 동구 시험도 합격시켜주고"


그렇게 운수대통길을 걸으니 후문 가까이에 널찍한 뜰과 연못이 보인다. 중간에 지어진 한옥에서 한복을 곱게 입고 가야금을 키는 여자분과 관광객이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3,4킬로미터를 걸어 목이 마른 터에 마루에 걸터 앉으니 다른 무리 중 한 분이 깎아 놓은 배를 건넸다.


"이거 하나 잡숴여~, 올 줄 알고 깎아 뒀어~."


가야금 고수와 10살쯤 보이는 가야금 신동의 콜라보 연주를 들으며 배 한조각

베어무니 4시간 운전의 피로가 날아간듯 했다.



댓잎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으면서 죽녹원을 떠났다. 순창 고추장 마을에 잠깐 들른 후 숙소인 순창 가인연수원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먹을거리를 사려고 올라온 길을 내려가는데 산토끼 한마디가 길을 가로막는다. 경적을 울려도 슬쩍 한번 보더니 가만히 서더니 빤히 얼굴을 쳐다본다.


미안, 놀라게 해서. 조심할게. 얼른 피해 읍내로 내려갔다. 

맥주 한잔 기울이며, 다음날 강천산 트래킹을 꿈꾸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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