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열전 1 카툰 클래식 7
신웅 그림, 기획집단 MOIM / 서해문집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사기열전을 집필한 사마천은 흉노족 정벌에서 패한 장수를 변호하다가 궁형(거세형)을 당했다. 남성성의 상징을 잃고도 아버지의 유훈인 역사서 완성을 끝끝내 해낸 인물이 사마천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상당수가 10세를 전후해 병원에서 유사 궁형을 당한다. '고래잡이'라고 문학적 수사를 붙여 보기도 하지만 그때 느낀 수치스러움은 잊혀지지 않는다. 수술을 받고 일주일 정도는 목욕탕이나 집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병원에 재방문해서 여자 간호사 앞에서 바지와 속옷을 까고 '내가 남자다'를 증명해야 했던 기억은 쓰디쓰다. 일찍 수술을 받아야 위생적으로 좋다는 증명되지 않은 폭력에 바지를 까야했던 대한민국 남자들이 좀 측은하다. 고래잡이가 이럴진대 거세형은 오죽했을까.



사기는  표10편, 본기 12편, 서8편, 세가 30편, 열전 70편, 총 130편에 달하는데 이 책은 그 중 가장 흥미진진하다는 열전부분을 만화로 그린 책이다. 백이와 숙제, 관중, 오자서, 상앙, 소진, 장의 등 한 번은 들어봄직 한 인물들의 행적을 쉽게 설명하고 그림을 곁들여 흥미로웠다. 이 책을 기반으로 보다 자세한 내용을 다른 책을 구해 읽어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춘추오패와 전국칠웅이 난립하던 소용돌이 속에서 각국은 '합종연횡'을 했다. '합종'은 주나라 낙양출신 '소진'이 주도해 진나라를 제외한 여섯 나라가 힘을 합쳐 진나라에 대항하자고 세운 전략이고, 반대로 연횡은 소진의 친구 '장의'가 여섯 나라가 진나라와 평화적인 동맹을 맺자는 내용이다.

'합종연횡'의 형세는 옛날 일만은 아니다. '아태 5룡'이라고 이름 지을 만한 미중러일한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 20세 중후반의 패권국가였던 소련과 미국의 냉전체제는 무너지고 근세 200년을 제외하고 동아시아의 지배자였던 중국은 드디어 잠을 깼다. 중국은 몽골, 북한, 아세안국가들은 물론이고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까지 손을 뻗쳐 이미 30년 이상을 교류해서 '일대일로'와 '해양실크로드'정책을 지도이념으로 삼아 육해상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일본을 척후병으로 한국을 끌어들여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중국과 미국의 완충지대이자 동시에 발화점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다. 


 '합종' '연횡' '친미' '친중' 이든 외교의 최우선은 국익이다. 여기서 국익은 지도자와 지배계층의 이익이 아닌 국민과 민족의 이익이어야 한다. 겉으로는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면서 행동은 반 통일적인 세력은 국내외에 분명히 존재한다. 국내적으로 그들을 끌어안고, 북한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대화만이 국익을 위하는 길이다. 손자병법에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또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승부는 반반,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한다'고 했다. 북한이 적이라고 생각하는 세력과 국가들을 설득하는 논리를 계발해야 한다. 북한을 알아야 북한을 이긴다. 북한을 모르고 나만 알면 승부는 반반이다. 국내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북한도 모르면 반드시 패하고 외세의 개입에 한반도의 운명은 100년전의 위태로운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다. 



북한이 적이라해도 일단 교류하고 알아나가야 한다. 이기고 싶지 않은 장수가 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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