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 - 숙종실록,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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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환국정치와 시스템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권(숙종실록)을 읽고

손바닥 뒤집 듯 환국을 통해 군강신약의 정치를 펼친 숙종을 비롯해 조선의 여러 왕들은 환자였다. 선조처럼 정통성이 약한 왕들은 반정을 우려 했고, 추종세력을 키우고 베기를 반복했다. 외척 김석주의 힘을 빌린 경신환국, 희빈을 중전으로 삼기 위한 기사환국, 사랑은 식고 인현왕후를 복위시킨 갑술환국은 권불십년을 말하기 이전에 한 인간의 갈대처럼 팔랑대는 마음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나 돌이켜 보게 했다. 그렇다고 태종이나 세조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가 해답도 아니다. 전제군주나 폭압정치를 행한 독재자를 그리워하고 '그때가 그래도 좋았지' 같이 회상하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과거의 부정이 곧 현재의 부정이라는 관념이 깔려 있다.

왕의 역량에 따라 국가의 존망이 갈리는 나라는 흥할 수 없다. 최악의 왕이나 지도자가 나와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나가는 시스템의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조선과 대한민국은 그럭저럭 잘 버텨왔다.

P.S. 드라마나 영화에서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스토리는 여러 차례 리메이크 되었지만 훗날 왕위에 오른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가 장희빈을 견제하기 위해 인현왕후의 복위를 주장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환국‬ ‪#‎숙종‬ ‪#‎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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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만 타면 멀미가 났다

엄마는 검은 봉다리 내 목에

걸고 한 숨 자라 했다

그물 속 잡힌 고기 놓칠까봐

삶은 계란 든 빨강 망을

꼬옥 쥐었다




목타지요 이거 하나 드세요

건너편 자리 앉은 덩치 산만한 아저씨가

엊그제 빠마한 엄마한테 말을 건다

자꾸 멀미가 난다

겨드랑이 파고드는 내게

저 먼상 바라보면 좀 날거

라며 머리를 쓰담는다




아저씨가 준 캔 뚜껑 입으로 열다가

피가 났다

골고루 먹어야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쑥쑥 큰다 하던데요

입술에서 나는 피는 왜 비릴까요




신기하게도

버스를 내리니 멀미가 그쳤다

아빠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사 준

삶은 계란은 여전히 따끈하다

비릿했던 피도 계란 찍어 넘기니

캐첩처럼 달콤하다

엄마 잃을까 블라우스 자락을

꼬옥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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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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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계획생육의 시대 - '개구리'(모옌)를 읽고

1. 어린 시절 살았던 마산시 양덕동엔 동네 형들과 놀러가던 뒷산이 있었다. 떼지어 돌아다니며 주인을 모르는 무덤에 큰절도 하고, 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다. 고인물에 둥둥 떠 있는 개구리알과 헤엄치는 올쳉이가 참 많았었다.

'개구리'는 중국의 '계획생육'정책을 다루고 있다. 농촌의 경우 남자아이를 낳을 경우 더이상 자식을 낳을 수 없고, 첫째가 딸이면 8년 후에나 다시 한 명 낳을 수 있다.

중국 헌법에는 '국가는 계획생육을 추진하여 인구의 증가가 경제와 사회발전계획에 서로 부응하도록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60, 70년대 우리나라 있었던 산아제한정책과 멜서스의 인구론이 떠오른다. 

'계획생육'정책은 우리나라의 헌법가치에 비추어 보면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와 모성의 보호를 규정한 헌법규정에 반한다. 그렇지만 중국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서양 전통의 민주주의 대신에 중국식 민주주의 모델을 주장하는 것처럼 중국은 철저히 '계획생육'정책을 추구한다. 인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중국의 힘이자 약점이기 때문이다.



2. 소설 '개구리'의 주인공은 화자인 샤오파오(필명 커더우, 올쳉이라는 뜻)의 고모다. 1937년 생으로 고향인 가오미 둥베이 향에서 산부인과 의사를 수십년 동안 수천명의 아이를 받고, 죽였다. 젊은 시절 사랑에 실패하고, 점토공예가 '하오다서우'와 결혼하지만 아이가 없다. 국가가 운영하는 위생원의 산부인과 의사로서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계획생육을 이행한다. 

고모는 산전수전 다 겪은 철녀지만 유독 '개구리'를 무서워한다. 하오다서우와 인연이 된 계기도 개구리였다. 갓난 아기를 뜻하는 '와와'는 개구리의 발음과 같다. 개구리는 다산과 생명의 상징이기에 고모에게는 개구리가 상극일 것이다. 



3. 나(커더우)는 낙태수술도중 아내인 '왕런메이'를 잃고 고모와 같이 일하던 산부인과 의사인 '샤오스쯔'와 재혼한다. '샤오스쯔'도 고모와 수많은 태아를 죽였다. 커더우와 샤오스쯔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자 샤오스쯔는 천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황소개구리 양식을 가장한 대리모 공급회사를 통해 쉰 살이 넘는 나이에 '와와'를 데려온다. 



4. '가오미 둥베이 향'이라는 마을에서 나(커더우)와 소학교 동창인 천비, 천비의 부인 왕단, 미숙아로 태어난 딸 천메이, 일란성 쌍둥이인 왕간과 왕단, 황소개구리 양식회사를 운영하는 위안싸이 등 많은 인물이 우려내는 스토리텔링은 맛은 깊다. 

또한 서신의 형식과 뒷부분에 나오는 극작가 커더우가 쓰는 연극대본의 결합이 만드는 형식의 참신성도 좋았다. 번역자는 '서신이 지닌 사실성과 소설이 지닌 허구성의 혼합'을 느낄 수 있다고 평하며, 저자는 인터뷰에에서 '소설구성에서 서신체와 연극을 결합하는 방식은 분량의 문제를 해결하고, 허구와 진실이 번갈아 등장하는 방식과 연극 속에 연극이 있는 일종의 소격효과는 소설의 서사공간을 크게 확대시켜 소설을 더욱 풍부하고 다의적으로 만든다'고 말한다(534-535쪽)



5. 나이든 고모가 수많은 태아를 죽였음을 속죄하는 듯이 보이지만 결국 사람의 본성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았고, 태아의 생명권과 낙태권 사이의 충돌의 문제를 넘어 국가가 낙태를 강요하고 계획생육이 아닌 살육을 벌이는 존재로 다가올때 개인이 느끼는 좌절과 공포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고모가 유산시킨 아이들이 고모부의 손을 통해 하나씩 재탄생하고 있었습니다'(4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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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 문학의 비밀을 푸는 20개의 놀라운 열쇠, 개정증보판
정여울 지음 / 메멘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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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정여울의 문학개론서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 이 책은 문학 참고서와 문학이론서 사이 어딘가에 놓인 책이다. 1부 문학의 역할 2부 문학의 기법 3부 문학의 내용 중 주로 2부를 통독했는데, 패러디, 시점의 마술, 의인화, 은유와 직유,상징,아이러니, 알레고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일반인이라면 이미 익숙한 내용이다. 시나 소설의 습작하는 사람에게 구체적인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적고, 참고서와 이론서의 어정쩡한 결합처럼 느껴져 감흥은 적었다. 차라리 문학작품은 익숙한 것들을 골라, 일반인들이 다른 시나 소설을 읽을 때 어떤 것들에 중점을 두면 좋을지에 대해 상술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 알레고리 (125-126쪽)

주제 a를 통해 주제 b를 추구하는 방법, 말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을 드러내는 이야기 방식. 이야기의 흥미와 새로움을 위해서도 쓰이지만 직접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전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일 때 특히 정치적 억압이나 검열이 심각할 때 사회를 향한 은밀한 풍자를 위해 쓰이기도 한다.

예)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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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 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 + 책쓰기
경향신문 문화부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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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책쓰기에 관한 책은 많다. 여러 권을 읽다보면 중복되는 이야기나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에서 이성복 시인의 시집을 찾다가 눈에 띄여 빌렸다. 경향신문 문화부에서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파워라이터에 대한 인터뷰를 보충하여 펴낸 책인데, 24명 중 몇 사람만 골라서 보았다. 너무 많이 얻으려는 욕심보다 글이나 책이 잘 안들어 올 때 잠시 머리를 식힌다는 기분으로 보면 좋겠다. 글이나 책이 눈에 안들어오는데 책을 본다는게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난 어쨌든 그렇다. 


문학평론가 정여울과 철학자 진태원의 조언은 귀담아 들으면 좋을 것 같아 메모했다.

이열치열 대신 이책저책이다.



신형철은 좋은 문장에 대해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다. 바로 정확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정확한 문장이란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이 아니라, 사태의 본질에 대해 정확한 인식에 도달함으로써 다른 그 어떤 문장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문장을 뜻한다(127-128쪽)


덮어 두었던 파일을 노트북에 저장만 해놓는 건 아니다. 따로 출력을 해서 벽에 붙여놓는 것도 중요한 글쓰기 과정의 일부다. 한 번씩 무심히 보고 지나가다 새로운 생각거리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163-164쪽, 이병률시인)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면 수신자를 정해놓고 편지를 쓴다고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돼요(241쪽, 정여울)


생각을 다듬는 장소로는 지하철만큼 좋은 곳이 없다.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집필 중인 글을 지하철에서 다시 읽어보거나 다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움직이면서 글과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의외로 막혔던 곳이 뚫리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하철을 무척 사랑합니다."(철학자 진태원,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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