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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같은 기지로 빛나며 …… 지독할 정도로 정확한 분석이 빼곡한 『맹신자들』은 이성을 깨우는 강력한 책이다.” -뉴욕타임즈
차가운 얼음처럼 빛났고, 눈금이 촘촘한 자를 휘두르는 듯 지독한 정확함.. 뉴욕타임즈의 추천글처럼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은 그랬다. 이 책이 에릭 호퍼의 첫 책이라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저자가 부두 노동자로 일하면서 집필했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 떠돌이 노동자로서의 삶, 깊은 사색과 독학을 통해 세계적인 사상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에릭 호퍼..
사람들이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광적이리만큼 대중운동에 매진하는 것을 밝히기 위한 그의 시도는, 초기 기독교에서 민족주의까지 광신 현상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1940년대 저작이 2011년 오늘날에도 오래된 느낌없이 들어맞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 사는 것 정말 별반 차이가 없구나 싶기도 하다.
신념에 주린 대중은 이데올로지스트가 되어 배타적이고 폭력적이 된다. 이 책에서는 반체제 저항뿐 아니라, 초기 기독교 운동, 종교개혁 운동,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나치즘, 일본의 근대화, 시오니즘 운동 등 인간이 집단을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운동을 포괄한다.
변화를 갈망하는 좌절한 이들의 심리로 태동기 대중운동을 설명하는 호퍼는, 맹신자에게는 대의명분이나 이상이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매달릴 수 있느냐 여부에 있다고 말한다. 포퍼의 영리한 작업은 극단적 테러리스트, 자살폭탄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지침서가 된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러한 부분에서 탁월성을 지닌다.
마지막장에서 호퍼가 대중운동의 단계를 살피며, 세 유형의 사람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은 특히나 공감할 만 했다. 대중운동의 토대를 닦는 것은 지식인, 실현하는 것은 광신자, 굳건히 다지는 것은 실천적인 행동가라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중반부까지 대중운동에 대해서 부정적인 어조로 설명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성숙한 대중운동은 사회적 선영향을 이끌어낸다는 그의 덧붙임에 안심이 되는 것은 왜일까.
불확실하고 격렬한 변화의 시대, 나를 포함한 많은 맹신자들에게 호퍼는 생각할 거리들을 잔뜩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