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뿐인가
폴 데이비스 지음, 이상헌 옮김 / 김영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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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CONTACT>와 관련하여...


내가 자고 있을 때, 내가 세수를 하고 있을 때, 혹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한마음으로 우주를 향해 우리뿐인가를 묻고 또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작업을 'SETI: The Search for Alien Intelligence'라 하고, ET가 과학적 영역에 속한 반면 이 SETI는 종교적 영역 속에 들어 있다고 폴 데이비스는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늘에 있는 진보된 존재들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고, 언젠가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기 위하여 우리의 역사에 간섭할 것이라고 믿음으로써 안식을 얻는다고. 그의 칼 세이건과 관련된 언급이 있다.  


......SETI를 가장 목청 높여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꼽을 수 있다. 세이건은 자신의 소설 <접촉Contact>에서 대규모 전파망원경을 이용하여 외계의 신호를 탐사하는 작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 것으로 묘사한다. 외계인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수신한 데 이어, 과학자들은 우주선을 제작하여 은하의 중심으로 외계인을 만나러 떠난다. 외계인과 접촉한 결과, 인류는 우주의 본성에 대한 심원한 비밀들을 은밀하게 전해 받는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은 우주 전체가 지성적 설계의 산물이라는 주제다. 그리고 외계인은 이러한 설계의 보증서가 어떻게 우주의 구조 속에 쓰여 있는지에 대하여 암시해 준다. 그리하여 외계인은 전통적으로 천사가 맡은 일을 한다. 천사는 우주와 인간 존재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나아갈 길을 암시적으로 가르쳐 줌으로써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중계자 역할을 담당한다...... (169 p.) 


나 역시 칼 세이건이 아마도 그렇게 믿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Alien Intelligence에 관해서라면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내게 Alien Intelligence는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에 등장한 외계인의 의미에 더 가깝다. 만약 그들을 우리가 찾을 수 있다면, 그 신호를 우리가 해독할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은 그야말로 가정에 불과하다. 오히려 만약 우리가 그들을 만난다면, 그것도 지구 중력이라는 우리의 환경 벗어나지 않고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완벽하게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바깥 어디에도 갈 수 없으며(고작 잘 부서지는 우주선에, 제맘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우주인이다!) 혹시 지구에 가까이 닿은 에일리언이 있다면, 과연 그들은 무엇 때문에 지구까지 오는 수고를 했겠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떠나와야만 했을 절박한 이유를 가지지 않고서야 무엇 때문에 지구를 찾았겠는가. 그들과는 만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러나 실은 Alien Intelligence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어떤 이미지와도 부합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난다면,이라든가 해독할 수 있다면, 하는 가정들을 물리쳐 버린 것이다. 그들이 있다면 우리와는 아주 다를 것이다. 구분도, 해독도 불가능할 것이다. 정말 Intelligence라서 그들이 아낌없는 도움을 준다면 모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폴 데이비스의 <우리뿐인가?>는 과연 우리뿐인가,하는 물음으로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더 있다고도, 없다고도 단정하여 말하지 않았으나 저 하늘의 별만큼 그들이 있을 것 같다고 느껴지고마는 희한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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