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수 없는 이유 1
모치즈키 카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후세아 카나코와 아키바 에이지의 이야기.

카나코는 웃지 않아요. 왜냐면 에이지가,
‘웃으면 가뜩이나 호박인 너의 얼굴이 더 찌그러져서 추해질 뿐’이라고 대놓고 말했거든요.
남에게 피해주는 걸 싫어하고,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픈 카나코는 에이지가 전학을 가버렸는데도 웃을 수 없게 되어 버리고 말았지요. 카나코는 그야말로 자해적 상상가였으니까요. 자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 같아 불안한, 참으로 안된 아이 카나콥니다. 

결국 음침해진 카나코의 학교 생활은 그리 순탄치 못하지요. 그래도 다시 에이지가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그저 그 아팠던 기억을 가슴 깊숙히 묻어두고 그야말로 새출발(?)이란 걸 할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다행인지 아닌지 에이지가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저 컴플렉스로 남게 만들 수도 있었던 그‘웃지 못함’은 결국 극복의 대상이 되고야 마는군요. 그만 그것이 이야기 전개의 열쇠가 되어 버렸다는 얘깁죠.

그 원인제공자는 카나코를 이전으로 되돌릴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카나코에 대한 급우들의 오해를 풀어주려고 애쓰기도 하구요. 여기까지를 보면 당근, 에이지와 카나코는 이미 맺어질(^^) 운명이었다 싶군요. (뭐, 호박이란 소리, 한 사람에게만 듣습니까? 워낙 많이 들은 사람은 오히려 저런 카나코가 미워 보일 수도 있겠어요. 그리 심한 소리도 아니구만, 그걸 갖고 몰... 쯧, 하면서 말이죠.)

사실 에이지가 그런 심한 말을 한 이유란 게 카나코가 자기 앞에서만 웃게 하려고 한 말이었으니까요. 그걸 그리 심각하게 듣고는 웃지 못하게 된 카나코의 화살표도 에이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고는 지금 말해야 옳은지 뭐, 자신은 없습니다마는.^^

그러나 전개는 상당히 꼬입니다.
다른 남자, 다른 여자가 등장함으로 인해서 대부분 꼬이고 오해하고 그야말로 지네들끼리 박터지는 게 상례니까,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요, 이 귀여운 아이들의 속내는 그저 그렇게 치부해 버리고 키득거리기엔 아까운빛나는 구석이 있지 뭡니까? 아아, 그들의 속내가 아니라 그걸 파고 들어가는 작가의 노력이 빛난다고나 할까요? 오물조물..한 맛이 있어요.

다가 귀엽고 안스런 조연 레이코의 마음 속은 정말 경험이 없는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죠. 그러나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란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작가가 그러네요, 이 레이코가 3권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으다으...)

저들의 이마에 찰싹 달라붙는 머리들은 어디서 본 거 같은 느낌이 드는 형태입니다만, 기억은 나지 않구요. 다만 천하에 악동 에이지의 이미지는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딱붙은 머리카락이 전에 없이 심술궂어 보였달까요?

아아, 그러고 보니 정작 쓰고 싶었던 걸 안쓰고 여기까지 왔네요. 후후.
사람이란 말이죠, 확실히 서로 좀 오래 부대껴야 사랑도 할 수 있는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감정이란 게 늘 유동적이어설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그 감정의 밑에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은 미움이나 혐오가 아닌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이런 만화를 보면서 자주 든다니까요. 항상 좋아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

뭐 바깥으로부터 오는 자극이야 우리가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되도록이면 좋은 쪽으로, 되도록이면 감탄 쪽으로 마음의 키를 다잡는 게 훨씬 속이 편해지는 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요. 알고 보면 불쌍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냐는 말도 사실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소리일지도 모르겠구요. 나쁜 느낌이 드는 것을 일부러 좋게 보려고 애쓰는 짓까지야 좀 바보스러우니 그만두구요, 때로는 악담 속에 관심이나 애정이 꼭꼭 숨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는 얘깁니다요..실은 좋아할 준비를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하고 있으니 말이죠.다만 아무도, 며느리도 그걸 모르는 지금이지만 말입니다.

에이지처럼 다시 돌아와 회수하려는 노력을 안할 수도 있지만 혹시 카나코처럼 꼭꼭 숨어 다니는 바람에 그 기회를 안 주고는 좋은 세월 다 보내는 경우가 있을지 모르고, 더구나 같이 맞대서 퍼부어주고 속이 후련했대도 천하의 원수는 외나무 다리서 만나 결국 같이 물에 떨어지는 수가 있다고 그러고, 결국 같은 놈이 되어서는 악담공화국의 흉악한 국민이 되는 수도 있으니..., 후후, 이전이야 어떻든 결정적인 순간에는 속마음을 숨기지 맙시다, 그려.. 대체로 사랑이 미움보다는 후유증이 삭막하지 않으니..

그딴 소리는 사랑이 얼마나 괴로운 건지 몰라서라구요? (어쩌다 딴지 걱정을 하게 됐을까..흠..) 얻기 어려워서... 지키기 어려워서... 무언가 자꾸 끼어들어서... 괴로운 거지, 내 하는 사랑이야 그리 괴로운 것만도 아니잖습니까? 내 바깥으로 열린 채널이 가장 호의적일 그때란 말이죠..혼자 사랑에 빠져서야 그만한 괴로움이 없지만, 흐음.. 아마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람일 거다 싶기도 하군요..아픈 만큼 큰다는 말도 생각 나구요.. 흐흐~

하여간 어릴 때부터 사랑하며 클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카나코와 에이지에게도 어릴 적 티격태격하던 장면이 있군요.
어릴 적 기억이 있는 사랑이 웬지 제게 이뻐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어릴 적 친구들과 사랑에 빠질 만큼 10대를 알차게 보내지 못했던 과거와..
공부만 열심히 하면 여기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내 나라라고
굳게굳게 믿고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다정한 언니, 오빠, 누나와 형이 있고, 들어가 편안한 자신의 방이 애들에게 있다면,
자꾸 이사 다니지 말고 오래오래 한 동네서 살아야겠습니다..^^

기다리던 사랑이 바로 옆에 있었음을 애들만은 깨달을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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