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변주곡 클래식 - 음악의 기쁨을 아는 젊은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음악 토크 콘서트
류준하 지음 / 현암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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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ABC에 속하는 작품이 뭘까? A는 베르디의 '아이다', B는 푸치니의 '라 보엠', C는 비제의 '카르멘'이 그것이다. 그것들은 오페라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클래식을 즐겨 듣는 젊은 애호가들이라면 그 정도는 알 것이다.

 

푸치니의 '라 보엠'을 언젠가 다시 들은 기억이 있다. 작년 봄 어느 교회에서 펼친 4인조 혼성 교수들의 음악 무대였다. 남녀 교수들이 주인공이 되어 음악으로 사랑을 속삭였고, 그들의 노래 소리에 모두들 마음이 녹아들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더 즐겨 듣는가 보다, 하고 말이다.

 

류준하의 〈내 삶의 변주곡 클래식〉은 음악에 대한 취향과 수준이 다른 세 명의 등장인물을 대동하여 나누는 유쾌한 클래식 이야기다. 이 책에는 불멸의 작곡가와 연주가가 빚은 음악뿐 아니라 탱고와 국악, 월드뮤직과 대중음악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 등 80여곡이 넘는 음악 밥상이 차려 있다.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음악을 듣고 음악에 관한 책을 뒤적거리는 일이 더없이 즐겁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책과 음반도 사 모으게 되었다. 그냥 내가 즐거워서 한 일인데 이렇게 모은 물건들이, 채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채워주는 도구가 되고 비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비워주는 도구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머리말)

 

그렇다. 이 책을 쓴 작가는 현직 고등학교 지리 교사이자 차이코프스키를 사랑하는 음악애호가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지만, 30여 년 전부터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배운 그 감동을 이 책에 밥상으로 차려 놓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학생 '류수연'의 발랄할 질문과 고집스런 직장인 '박은허'의 취향, 잡식성 음악의 대가인 '차선생'의 박식한 해설은 젊은 클래식 애호가들을 더 깊이 이 책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차선생  그런데 그런 바다를 과연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다행히도 적잖은 음악가들이 바다에 대한 제각기의 흥미로움을 오선지에 옮겨 놓았더군요.

박은허  물론 사람에 따라 바다에 대한 느낌이 다른 만큼 바다를 묘사한 음악도 작곡가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음악을 통해 바다를 느껴보는 것 또한 색다른 음악 감상의 묘미가 될 것 같네요. 재밌겠어요.(124쪽)

 

이는 이 책의 '제 1변주' 여덟 번째 장에 나오는 '다양한 색깔의 바다'에 관한 음악 감상 이야기다. 이 장에는 샤를르 트레네의 〈바다La Mer〉를 비롯해 둘체 폰테스의 〈바다의 노래Cancao do Mar〉, 클로드 드뷔시의 〈바다La Mer〉, 그리고 김민기의 〈바다〉에 관한 감상평도 올려 놓고 있다. 샤를르 트레네의 〈바다La Mer〉가 '나른한 바다'를 연상한다면 둘체 폰테스는 '유혹의 바다'를,  김민기는 '비장한 바다'를 기억케 한다고 한다. 물론 김민기 선생은 '민주'니 '투쟁'이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고 강조한다.

 

류수연  황병기 선생에 얽힌 재미난 일화 같은 건 없나요?

차선생  언뜻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 중에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낙제생이었으며, 그러고는 다시 한 학기 만에 우등생이 됐다는 것, 그리고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 국립국악원에 가야금을 배우러 다녔다는 사실 등이 있어요. 체계적인 작곡법을 배우지 않았음에도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만큼 수준 높은 가야금 독주곡을 만들어냈다는 것과 오선지로 기보한 최초의 독주곡 작곡가인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383쪽)

 

이 책 '제 4변주'의 '전통음악 속의 사계절'에 수록된 가람 황병기 선생에 관한 내용이다. 클래식하면 서양 곡만을 엄선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에는 단가의 〈사절가〉를 비롯해 황병기의 〈춘설〉, 전순희의 〈봄〉, 이상규의 〈대바람 소리〉등 우리나라의 전통음악 속에 깃든 클래식을 발군해 내기도 한다.

 

음악을 음식에 즐겨 비유하는 류준하 선생. 음악 감상회 프로그램을 자주 이끄는 그로서는 음악감상 프로그램들을 밥상에 빗대기도 한다. 채울 건 채우고 비울 건 비워내는 밥상 말이다. 지적 욕구나 문화적 욕구는 채우고,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는 비워내는 게 그가 말하는 음악감상의 묘미다.

 

이 책에 수록된 밥상의 메뉴들은 이렇다. 제 1변주 '고독한 영혼을 위한 환상곡', 제 2변주 '걸작을 만든 음악가의 위대함', 제 3변주 '거부할 수 없는 매혹과 낭만', 그리고 제 4변주 '낯선 음악의 풍경 속으로' 등이 그것이다. 아무쪼록 80여곡이 넘게 올라와 있는 음악 밥상 이야기를 마음껏 즐겨 읽고, 채울 것을 잘 채워넣고 동시에 스트레스는 말끔히 비워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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